은행권 '고시부활' 만지작...은행원들 짐싸는데 난데없는 고시 논란
상태바
은행권 '고시부활' 만지작...은행원들 짐싸는데 난데없는 고시 논란
  • 황동현 기자
  • 승인 2018.05.08 0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채용모범규준 이달 초안 공개예정,. 어려운 필기시험 도입 수험생 부담가중 비판
<은행연합회>

은행권이 고시부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주목된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전국은행연합회는 은행권 채용비리와 관련해 현재 마련중인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곧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 3월달 부터 진행된 은행권 채용 모범규준 TF에는국민·기업·농협·산업·신한·우리·부산·SC제일·KEB하나·한국씨티 등 총 10개 은행이 참여했다. 모범규준 초안이 마련되면 TF에 참여하지 않은 나머지 은행들과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 다음달 중 모범규준이 확정될 전망이다.

모범규준에는 채용계획 수립 단계부터 공고, 서류 전형, 면접 등 전형별로 은행의 공정한 채용에 필요한 사항이 담길 예정이다.

임원추천제가 원칙적으로 배제되고 임직원 자녀나 VIP 고객 추천 지원자, 명문대학 졸업자, 남성 지원자 등에 가산점을 부여하거나 우대하는 등의 내규나 관행은 폐지한다.  

필기 시험을 되살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자기소개서와 면접만으로는 채용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채용 모범규준을 통해 도입되는 필기시험은 많은 지원자 중 통과자를 솎아내야 하기 때문에 현재보다 난이도가 올라갈 확률이 높을 것이라는 추측도 돈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진행된 우리은행 필기시험은 전문지식을 묻는 문제가 다수 출제돼 경제·경영 전공자들도 어려워했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국민소통광장에는 다수 은행채용 관련 제안이 올라와 있고 그중 우리은행 필기시험에 응시한 지원자의 제안이 눈길을 끈다.  

우리은행 입사지원자라고 소개한 제안자는 지난달 28일 시행된 우리은행 시험에 문제가 다수 발생했다며 "공고에서는 '전공 무관'을 명시했고, 시험 내용 및 유형에 대해서는 철저히 비공개 했는데, 국제 경제, 외환, 파생상품의 손익구조 등이 출제되었습니다. 출제범위를 사전에 안내해야 전공에 관계 없이 모두에 평등한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적었다.

이 제안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우선 시험이 지식 위주로 어렵게 나와 수험생들간의 경쟁심리에 불을 지폈다는 비판이다. 은행 필기시험이 곧 과거시험처럼 변질될 것이고 또 은행과 지원자 모두에게 적지않은 부담과 고시낭인을 만들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은행고시는 과거 은행이 안정적인 직장인 경우에 나왔던 말이다. 지금은 한번 채용된다고 공무원시험처럼 고용이 보장되는 시대도 아니다. 적성검사화 되어야 할 시험이 고시화 되는건 누구도 바라는 방향이 아니다. 또한 시험 진행상의 공정성 문제를 담보하기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도 제도의 단점이다. 

업계에서는 모범규준에 필기 시험을 도입하는 내용이 포함되더라도 이를 강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필기 시험 부활 등을 검토하고는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는 않았다”며 “모범규준에 필기 시험 관련 내용이 포함되더라도 연합회가 은행들에게 필기 시험 전형을 넣으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 중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이 채용시 필기시험을 시행하고 있다. 이 중 KEB하나은행 필기시험은 인·적성과 시사상식 등 3분야, 농협은행은 직무능력과 인·적성검사 2분야로 전문지식보다는 은행원으로서의 기본 소양을 갖췄는지에 방점을 두고 있다.

신한은행은 필기시험이 없고 대부분 지방은행 역시 서류와 면접 절차만으로 채용을 진행한다.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등 외국계은행도 필기시험을 시행하지 않거나 인·적성 평가만으로 채용을 결정하고 있다.

애초 은행권 채용비리사태의 원인이 성평등법 위반과 특혜채용에 따른 공정채용 업무방해, 채용공정법 등 관련법률위반이 문제였던만큼 비리은행 내부 인사·법규준수 시스템을 개선해야 될 일을, 어려운 필기시험 도입으로 문제되지 않는 은행들과 수험생들만 더욱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황동현 기자  financia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