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75조원 미래 먹거리 전방위 투자에 전문가들이 보는 5가지 포인트는?..."문어발식 투자는 성과내기 힘들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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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 75조원 미래 먹거리 전방위 투자에 전문가들이 보는 5가지 포인트는?..."문어발식 투자는 성과내기 힘들 수도"
  • 정은지 기자
  • 승인 2022.05.2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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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차 산업, 불확실성 높아...동시다발적인 선제 투자 감행 필요
- 투자 분야 넓히는 이른바 '러시안 룰렛' 게임...미래 먹거리 다양하게 확보해야
- 현대차의 75조원 투자, 기업 차원에서는 크지만 '게임 체인저'로 자리잡기에는 '역부족'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삼성·SK·LG 등 굴지의 국내 대기업들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국내외 75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한 현대차의 투자 발표에 대해 전문가들은 문제점 다섯 가지를 꼽는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방향성'과 '미래차 시장'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 전반을 심도있게 짚어본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75조원을 미래차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전동화 및 친환경 사업 고도화 뿐만 아니라 차세대 웨어러블 로봇∙서비스 로봇∙모바일 로봇 기술 개발∙ 미래 항공 모빌리티(UAM)∙커넥티비티∙자율주행∙모빌리티 서비스 등 각종 분야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단행함으로써 기술을 고도화 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현대차가 제시한 75조원의 투자 규모는 미래의 자동차 산업을 선두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현대차의 미래 자동차 산업 투자는 결국 국내 자동차 산업의 미래와 직결된다. 국내 자동차 기업의 비중은 현대·기아가 거의 전부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투자하고 산업을 키우면 그게 바로 국내가 보유하게 되는 기술력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가 3년간 투자한다는 75조원 규모는 국가 규모로 봤을 때 글로벌 시장을 리드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이미 해외의 여러 국가들은 훨씬 큰 규모로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어서다.

독일은 자동차 및 부품업체에 대해 향후 5년간 292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매년 무려 58억원 규모의 투자다. 게다가 이미 다른 분야와 별개로 미래차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여기서 두 번째 문제점이 드러난다. 해외에서는 미래차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반면 현대차는 그룹 내에서 다양한 분야에 분산적으로 투자한다는 점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녹색경제신문에 "독일은 전투기 같은 항공쪽 기술도 상당히 발전한 상황이다. 자금 투입의 단위가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우린 적은 투자금으로 상당히 많은 분야를 키운다고 하고 있어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사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사업 영역의 다각화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기업이 어떤 분야에서 선두를 차지하게 될지, 그리고 어떤 분야가 현금을 창출하는 캐시카우로 작용할지는 육성해 봐야만 알 수 있어서다. 특정 분야만 집중적으로 투자했다가 실패하는 것 보다는 안전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위원은 "여러 분야 가운데 적어도 하나는 대박이 나길 바란다는 점에서 마치 운명을 운에 맡기는 '러시안 룰렛'과 같다"고 지적하면서도 "글로벌 마켓에서 현대차가 미래차 산업의 선두주자는 아니기 때문에 결국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부연했다.

세 번째 문제는 미래차 산업이 다양하게 펼쳐짐에 따라 '산업의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차 시대에는 새로운 먹거리가 많아진다는 장점도 있지만, 섣부른 조기 투자는 현금성이 떨어져 경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누가 게임체인저로 등극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방향성을 놓치면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어려울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녹색경제신문에 "먹거리가 다양해진 만큼 하나에 투자하는게 더 위험하긴 하다. 당연히 여러 분야에 투자하는게 맞다. 잘 풀리지 않을 거란 위험성을 안고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 번째 문제는 현대차 및 계열사 외에는 미래차 관련 산업 육성을 보조할 만한 업체가 없다는 점이다. 현대차 및 계열사는 국내 자동차 및 부품 업계의 80%를 차지하기 때문.

이항구 위원은 "현대차와 부품업계가 6:4 비율인데, 부품업계의 절반이 현대차 계열사다. 결국 기술 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기업이 현대차 뿐이라는 점이 문제다. 독일은 부품사도 상당히 크기 때문에 다양한 선제적 기술 개발이 가능한 구조라는 점에서 앞서있다. 우리가 경쟁에서 점점 밀려나는 이유"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문제는 인력 부족이다. 

현대차가 진행하려는 분야는 국내 인력이 소화할 수 있는 기술력을 넘어선다는 점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이미 해외로 빠져나가는 인력도 많은 데다가 국내에서는 고급 인력을 육성하는 교육과정 자체가 부실하다는 설명이다.

김필수 교수는 “전국에 자동차 관련 인력을 배출하는 학교가 50여 개인데 한 곳당 200여 명을 졸업시켜도 1년에 1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며 “이 중 미래차 인재는 5%(500명)가 채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사람이 없다. 기술자들이 부족하다. 특히 고급 인력이 갈수록 부족해진다. 정원 확대나 교수진 확보 등에 문제가 있다 보니 지금으로선 수요를 쫓아가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핵심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올바른 방향성을 잡아 추진력 있게 나아가는 현대차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정은지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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