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야기] '매직'이라고 불리는 남자...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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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이야기] '매직'이라고 불리는 남자...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 양현석 기자
  • 승인 2021.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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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개 사업부 탄탄한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 취임 후 16년 연속 실적 경신 이끌어
- M&A 달인... ‘더에이본컴퍼니’ 및 ’피지오겔‘ 사업권 인수로 글로벌 성장동력 강화

‘별의 순간’이란 무엇인가. 한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운명의 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선대의 말 한마디가 웅장한 울림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책에서 읽은 한 구절 또는 사소한 이벤트가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별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기업인에게도 별의 순간이 있다. 이 별의 순간은 기업인 개인의 운명은 물론 국가미래까지 변화시키는 ‘터닝 포인트’다. 산업을 재편하고, 일반인의 일상과 사회의 미래까지 바꾸는 거대한 수레바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별의 순간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 회장의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애플의 아이폰을 보고는 스마트폰 시대에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되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카카오톡을 창업한다. 단순한 생각이 그에게는 카카오를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게 하는 터닝 포인트였다.

<녹색경제신문>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움직이고, 결정하는 주요 기업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오늘 그들의 성공을 가져온 터닝 포인트와 위기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 등을 다루는 ‘CEO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註(주)]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사진=LG생활건강]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사진=LG생활건강]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경영자들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최근에는 ‘00이 형’이라고 불리며 친근하게 소비자와 소통하는 CEO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한다.

그러나 실적으로 증명한 캐릭터를 보유한 CEO는 만나기 어렵다. 그중에서도 ‘매직’이라는 극찬에 가까운 수식어가 붙는 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은 여러모로 특수한 위치에 있는 CEO다.

2005년 1월 LG생활건강에 부임한 차석용 부회장(당시 사장)은 16년 연속 실적 경신이라는 믿기 힘든 성적을 거뒀다. 그에게 ‘매직’이라는 별칭이 붙은 가장 큰 이유다.

차석용 부회장이 부임하기 직전인 2004년 LG생활건강은 매출 1조121억원, 영업이익이 581억원에 불과했지만 매년 성장을 거듭하며 2020년 매출은 7조8445억원, 영업이익은 1조2209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 속에서도 사업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3개 사업 모두 국내 업계 1위를 달성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4조581억원, 영업이익 7063억원을 기록, 전년동기 대비 각각 10.3%, 10.9% 증가하며 사상 최대 상반기 실적을 경신했다.

LG생활건강의 럭셔리 뷰티 브랜드 ’후‘ 천기단 화현라인.[사진=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의 럭셔리 뷰티 브랜드 ’후‘ 천기단 화현라인.[사진=LG생활건강]

 


◆ 터닝 포인트- 과감한 M&A로 승부수... 뷰티·생활용품·음료 3개 사업부 모두 정상권


차 부회장이 취임하기 전 LG생활건강은 치약 등 생활용품에서만 국내 정상을 차지하고 있었을 뿐 뷰티나 음료분야에서는 그리 내세울 것 없는 기업이었다.

그러나 차석용 부회장은 LG생활건강 CEO 취임 후 과감한 M&A로 기업 체질 개선에 나섰다.

그는 ‘승부사', '인수합병(M&A)의 귀재', '미다스의 손'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을 정도로 거침없는 M&A 행보를 보이며 뷰티(Beauty/화장품)·에이치디비(Home Care & Daily Beauty/생활용품)·리프레시먼트(Refreshment/음료) 3개 사업부의 탄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현재까지 진행한 굵직한 M&A만 25건을 넘어선다.

코카콜라음료를 지난 2007년 말에 사들여 1년 만에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시켰고 2009년에는 다이아몬드샘물, 2010년에는 더페이스샵과 한국음료, 2011년에는 해태htb(구 해태음료), 2012년에는 바이올렛드림(구 보브)와 일본 화장품 업체 긴자스테파니를, 2013년에는 일본 건강기능식품 통신 판매 업체 에버라이프를 인수했고, 2013년 7월에는 캐나다 바디용품업체 Fruits & Passion을 인수했다. 또 같은 해 영진약품 드링크사업부문을 인수해 성장하고 있는 건강음료 및 기능성음료 시장 확대에도 나섰다.

2014년에는 차앤박 화장품으로 유명한 CNP코스메틱스를 인수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더마코스메틱 시장을 선점하고, 마케팅 지원, 채널 커버리지 확대 등 LG생활건강과의 시너지를 창출해 화장품 사업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2015년에는 성장하는 색조화장품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제품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색조화장품 전문 OEM·ODM 업체인 제니스를 인수했다. 또 2016년에는 존슨앤존슨의 오랄케어 REACH® Brand의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사업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2017년에는 더마화장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태극제약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2018년에는 일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일본에서 50년간 화장품 사업을 해오고 있는 ‘AVON Japan’(에이본 재팬)과 일본 화장품 기업 ‘에바메루’를 인수했다. 2019년 1월에는 더페이스샵이 AVON(에이본)의 중국 광저우 공장을 인수했으며, 2019년 8월에는 사업 인프라와 현지 전문 인력을 보유한 미국 화장품 회사 더 에이본 컴퍼니(The Avon Company)를 인수하며 북미사업 확대의 기반을 공고히 했다.

지난해(20년)에는 유럽 더마화장품 대표 브랜드인 피지오겔의 아시아와 북미 사업권을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으로부터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

차석용 부회장의 이 같은 과감한 도전으로 LG생활건강은 뷰티(화장품), 에이치디비(생활용품), 리프레시먼트(음료) 각각의 사업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통해 서로의 사업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전통적으로 여름에 약한 뷰티사업과 여름이 성수기인 리프레시먼트사업이 서로의 계절 리스크를 상쇄함으로써, 보다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사진=LG생활건강]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사진=LG생활건강]

 


◆ 성공과 위기- “이종 사업간 교차점에서 사업기회 창출”... 코로나 위기에서 빛 발해


차석용 부회장의 이런 3개 사업부 구도가 완성되면서 LG생활건강은 경기 호황기는 물론,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방어능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에 더해 각 사업부의 교차점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하기도 한다.

차 부회장은 "바다에서도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곳에 좋은 어장이 형성되듯 서로 다른 사업 간의 교차지점에서 새로운 사업기회가 창출될 것"이라며 "기존 생활용품과 화장품 사업 사이에는 교차점이 한 개뿐이지만 음료 사업의 추가로 교차점이 세 개로 늘어나면서 회사 전체에 활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업구조는 코로나19로 화장품 시장이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해에 빛을 발했다. 뷰티 사업이 브랜드력과 뛰어난 제품력을 기반으로 중국, 미국 등 규모가 큰 시장에서 선전하며 위기를 최소화하는 가운데, 에이치디비와 리프레시먼트 사업은 급변하는 소비자의 니즈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디지털에 역량을 집중해 높은 성장을 이룬 것이다.

차석용 부회장은 탄탄한 사업구조를 갖추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안정적인 사업 기반 위에서 중장기 전략에 부합하는 M&A를 실시함으로써 시너지를 통해 세 가지 사업분야를 더욱 고도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높이고 있다.

특히 LG생활건강이 19년 8월 인수한 미국 화장품 회사 더 에이본 컴퍼니(The Avon Company)는 북미 시장(미국, 캐나다, 푸에르토리코) 확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 에이본 컴퍼니’는 포트폴리오를 프리미엄 제품으로 재편성하고 현지 시장에 적합한 한국의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이는 등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턴 어라운드에 성공,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20년) 5월 완료한 유럽 더마화장품 대표 브랜드 피지오겔의 아시아와 북미 사업권 인수는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더마 카테고리 내에서 글로벌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피지오겔’은 핸드크림, 미스트, 토너, 립밤 등 신제품을 출시하고 미국, 일본, 중국 등 시장 확대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차석용 부회장은 국내외 화장품 시장으로 진입하는 신규 사업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장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진입이 쉽지 않은 럭셔리 브랜드에 전략적으로 집중해 흔들림 없는 성장을 이끌고 있다.

특히 궁중 럭셔리 화장품 ‘더 히스토리 오브 후’는 국내 화장품 단일브랜드로는 최초로 연매출 2조원대 브랜드에 등극하며 명품 화장품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후’는 강력한 브랜드력을 바탕으로 성장을 지속해 지난해 코로나19의 여파로 화장품 시장 전체가 어려움을 겪은 시장환경 속에서도 2조6000억원을 돌파하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이와 함께 또 다른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인 ‘숨’과 ‘오휘’도 고가 라인을 중심으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럭셔리 뷰티 브랜드 ’후‘ 천기단 화현라인.[사진=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의 럭셔리 뷰티 브랜드 ’후‘ 천기단 화현라인.[사진=LG생활건강]

 


◆ 향후 과제- 럭셔리 대비 상대적 부진한 중저가 뷰티라인 새 승부수 있나


차석용 부회장이 이끈 16년 동안 LG생활건강의 실적은 눈부셨다. ‘차석용 매직’ 앞에 글로벌 금융 위기도 코로나19도 위협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약간의 불안요소는 있다. ‘후’ 등 강력한 럭셔리 뷰티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저가 뷰티라인이 부진하다는 것과 해외사업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중저가 라인의 상대적 부진은 ‘럭셔리 브랜드 강화’라는 선택에서 기인하지만, 중저가 브랜드 제품의 주 소비층이 MZ세대라는 점에서 미래 고객 확보를 위해서라도 차석용 부회장의 새로운 승부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중국에 집중된 해외 매출도 다변화할 필요성이 있다. 차 부회장도 이를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인수한 북미 기반 더 에이본 컴퍼니‘에 성적에 따라 LG생활건강의 새로운 활로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LG생활건강을 뷰티 및 생활용품/음료 분야에서 모두 정상으로 끌어올리며, ’매직‘이라고 불리는 남자. 차석용 부회장이 또 어떤 마법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기다려 보자.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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