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이야기]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마트의 ‘미래’를 완성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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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이야기]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마트의 ‘미래’를 완성할 수 있을까
  • 이용준 기자
  • 승인 2021.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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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이마트 '온라인' 체질개선 위한 공격적인 M&A 이끌어
- 이마트 창사이래 첫 적자, 정 부회장 '경영능력' 도마 위
- 이커머스 '삼국시대'... 시장경쟁력 확보 위한 자금조달 가속화

‘별의 순간’이란 무엇인가. 한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운명의 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선대의 말 한마디가 웅장한 울림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책에서 읽은 한 구절 또는 사소한 이벤트가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별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기업인에게도 별의 순간이 있다. 이 별의 순간은 기업인 개인의 운명은 물론 국가미래까지 변화시키는 ‘터닝 포인트’다. 산업을 재편하고, 일반인의 일상과 사회의 미래까지 바꾸는 거대한 수레바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별의 순간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 회장의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애플의 아이폰을 보고는 스마트폰 시대에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되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카카오톡을 창업한다. 단순한 생각이 그에게는 카카오를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게 하는 터닝 포인트였다.

<녹색경제신문>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움직이고, 결정하는 주요 기업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오늘 그들의 성공을 가져온 터닝 포인트와 위기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 등을 다루는 ‘CEO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註(주)]

 

글로벌 기업 시가총액 TOP 10위 중 7개는 IT기반 플랫폼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시장을 선점하려는 유통업계의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의 미래를 재설계하고 있다.

[사진=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인스타그램]
[사진=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지난 7월 이마트 본사 매각이란 파격적인 행보는 그간 SNS에서 ‘인싸’라 불리던 정용진 부회장의 수수한 행보와 사뭇 달랐다. 이마트본사 매각은 수십 년간 이어진 “유통업의 미래는 부동산”이란 유통업계의 공식이 깨지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터닝포인트- SSG닷컴, 노브랜드, 이마트24 등 신사업 진출 이끌어

정용진 부회장은 2011년부터 이마트 대표이사로 취임해 이마트 경영을 총괄하기 시작했다. 취임 직후부터 정 부회장은 온라인 사업과 PB상품 개발 등을 강조하면서 SSG닷컴, 노브랜드 등을 론칭했다. 2014년부터는 기존 편의점사업을 확대재편해 이마트24를 출범시켰다.

정 부회장은 취임 이후 해외진출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018년에는 미국 현지 유통업체 굿푸드홀딩스를 인수해 미국진출에 성공한다. 굿푸드홀딩스는 2020년 3분기 누적매출액이 1조 1967억원을 돌파해 전년동년대비 136% 증가했다. 정 부회장의 미국진출은 2016년 이후 한한령(중국 내 한류금지령)으로 인한 중국시장 실패를 상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정 부회장은 이마트 본사 내부에 ‘피코크 비밀연구소’까지 설립해 주력하는 가정간편식(HMR)브랜드 ‘피코크’를 홍콩시장에 선보였다. 그는 2017년 홍콩 슈퍼마켓 체인점 ‘웰컴’과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웰컴 모든 점포(338개 점)에 피코크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용진 부회장의 대표작 피코크 사업에는 뼈아픈 실패도 있었다. 정 부회장은 HMR시장의 성장을 내다보고 2013년 ‘피코크’를 출시해 업계의 돌풍을 일으켰다. 이에 자신 있게 오픈한 피코크 전문 오프라인 매장인 PK피코크가 단 2년만에 철수하게 된다.

정 부회장 취임 이후 이마트는 경쟁 유통업계보다 빠르게 신사업을 확대해 나갔다. 하지만 그는 유통시장의 온라인 전환속도가 이토록 빠를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그렇게 2019년 2분기 이마트는 사상 처음 영업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성공과 위기- 이마트의 미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사진=신세계 그룹 인사이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사진=신세계 그룹 인사이드]

 

2019년 6월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 하반기 경영전략 회의에서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오고 기회는 생각보다 늦게 온다”고 발언해 화제가 됐다. 정 부회장이 야심차게 론칭한 전문점이 줄줄이 적자를 내면서 2019년 2분기 이마트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832억원 영업손실이 났다.

정용진 부회장의 경영능력이 도마 위에 오르며 취임 이래 최고의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유통업계에서는 그가 온라인 시장 전환속도를 간과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온라인 시장재편을 위한 속도까지 더딘 상황이었다. 하남물류센터 건립이 중단되면서 온라인 물류센터 구축 계획에도 제동이 걸린 상태였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정용진 부회장이 자신의 SNS에서 발언한 말로 인해 ‘정용진 일베설’까지 일파만파 퍼지면서 이마트와 계열사 ‘불매운동’까지 확산될 조짐이 번졌다.

정 부회장은 이제 전략 수정이 아니라 체제를 개혁하는 수준의 결단이 필요했다. 이마트의 사상 첫 적자는 그가 유통업계에서 가장 공격적이고 파격적인 M&A 작업에 착수하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

2021년 초부터 이마트는 다시 태어날 준비를 끝내고 공격적인 이커머스 투자에 나섰다. 정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지지만 않으면 된다’는 과거의 관성을 버리고 반드는 이기는 한 해’를 만들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같은 해 1월 정 부회장은 네이버 본사에서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를 만났고, 3월 16일 신세계그룹과 네이버는 물류, 커머스 멤버십 등 전방위적인 업무협약을 맺었다. 본격적인 이커머스시장 전쟁에 앞서 신세계는 네이버와 2500억원 규모의 지분교환을 통해 반(反) 쿠팡 연합전선을 구축한 것이다. 하지만 이커머스를 향한 정 부회장의 사활을 건 도전은 아직 서막에 불과했다.

이베이코리아가 매각을 추진하자 정용진 부회장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는 출사표를 던지고 이베이코리아를 3조 4400억원에 인수했다. 단일 투자로서 이마트 창사 이래 최대규모였다.

정 부회장의 결정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국내 이커머스업계 3위인 이베이코리아의 몸집때문 만은 아니다. 그보다 오프라인 이마트 점포 60여 개를 건조할 수 있는 막대한 투자대신 온라인 플랫폼을 선택한 그의 야망이 이목을 끈 것이다.

“10년, 20년 지속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판을 바꾸는 대담한 사고로 도전해야 한다”

정 부회장은 네이버와 연합전선을 구축하자마자 온라인 편집샵 2위 W컨셉을 인수했다. W컨셉은 작년 기준 연간 거래액이 3000억원을 돌파하고 회원수 500만명 이상을 보유한 거대 온라인플랫폼이었다.

4월 1일 SSG닷컴은 “W컨셉의 지분 전량을 양수하는 주식매매 본게약(SPA)을 체결했다”고 밝혀 또 한번 세간의 이목을 받는다. 네이버와 연합전선을 구축한 후 불과 보름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W컨셉은 신세계의 품에 안겨 5월, 6월 거래액이 평균 2%까지 급증했다. 입점브랜드도 6월 말 기준 35% 폭증해 총 8300개를 기록하고 있다. 인수 전인 전년동기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신세계그룹이 W컨셉을 인수하면서 여성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월 네이버와 업무협약, 4월 W컨셉 인수, 6월 이베이코리아 인수까지 반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마트 본사가 매각될 것이란 입소문이 돌더니, 7월 30일 소문은 현실이 됐다.

이마트는 이미 세일즈앤리스백 방식으로 투자 자금확보를 준비해오고 있었다. 2019년 한해만 이마트는 9500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세일즈 앤 리스 백'했다. 하지만 본사 매각은 차원이 달랐다. 성수동 본사는 1조원 이상일 것이라 전망되는데, 2019년 매각한 마트 13곳을 전부를 합친 매각가보다 높은 수치다. 또 대한민국 최고 유통기업 이마트의 본사가 매각된다는 사실은 전통적인 유통업계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마트 본사 매각은 정 부회장이 신년사에서 했던 약속, “판을 바꾸는 대담한 사고”가 빈말이 아니었음을 방증하는 사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반드시 이기는 싸움’이 될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향후과제- 바야흐로 이커머스 업계의 ‘삼국시대’

네이버 쿠팡 이마트 로고
[사진=네이버·쿠팡·이마트 로고]

 

2021년 상반기 정부회장과 이마트는 오프라인 사업의 체질 개선을 위한 M&A 총력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커머스 사업의 단순 인수만으로 수십 년간 전통적인 유통업을 전개해온 이마트의 체질 전환이 완성될 리 없다.

이마트이 시가총액(4조5857억원)은 신세계(2조6000억)을 합해도 쿠팡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네이버와의 전략적 업무협약도 이베이코리아 인수 이후 애매해져 반(反) 쿠팡 연합전선은 약해질 전망이다. 바야흐로 이커머스 업계의 삼국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앞으로 이마트 체질개선의 성패는 결국 자금조달에 달려 있었다. 최근 ‘빠른배송’을 위한 풀필먼트 구축과 ‘머천트솔루션’ 등 IT기술을 접목한 유통기술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이마트도 투자금 확보가 시급해진 것. 이에 이마트는 물류센터 ‘네오’를 수도권 내 2곳을 선정해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충청권 등 지방권 확대를 가속화하는 쿠팡, CJ대한통운을 업은 네이버와 물류망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공격적인 자금조달이 필요한다는 지적이다.

이마트 본사 매각도 이커머스 역량 강화를 위한 공격적인 유동자금 확보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에 정 부회장은 SSG닷컴 상장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재무적투자자(FI)뿐만 아니라 IPO를 서둘러 대규모 투자자금 확보에 나선 것.

정 부회장은 그의 신년사처럼 ‘과거의 관성’을 버리고 이마트의 미래를 완성할 수 있을까. 국내 이커머스업계의 3파전이 본격화된 가운데 정용진 부회장의 이마트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용준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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