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야기] 김정남 DB손해보험 부회장, 평사원에서 업계 최장수 CEO로···내실·외형 기틀 다지고 그룹 순익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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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이야기] 김정남 DB손해보험 부회장, 평사원에서 업계 최장수 CEO로···내실·외형 기틀 다지고 그룹 순익 견인
  • 윤덕제 기자
  • 승인 2021.08.11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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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해보험업 전 부문 경험한 최고전문가로 외형과 내실 다져
- 그룹 신뢰를 바탕으로 부회장 승진, 성장전략 탄력받아
- DB그룹의 주력업종이 금융업으로 전환되면서 그룹 금융지주사 역할 강화

'별의 순간’이란 무엇인가. 한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운명의 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선대의 말 한마디가 웅장한 울림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책에서 읽은 한 구절 또는 사소한 이벤트가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별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기업인에게도 별의 순간이 있다. 이 별의 순간은 기업인 개인의 운명은 물론 국가미래까지 변화시키는 ‘터닝 포인트’다. 산업을 재편하고, 일반인의 일상과 사회의 미래까지 바꾸는 거대한 수레바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별의 순간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 회장의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애플의 아이폰을 보고는 스마트폰 시대에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되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카카오톡을 창업한다. 단순한 생각이 그에게는 카카오를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게 하는 터닝 포인트였다. 
<녹색경제신문>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움직이고, 결정하는 주요 기업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오늘 그들의 성공을 가져온 터닝 포인트와 위기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 등을 다루는 ‘CEO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註]

김정남 DB손해보험 대표이사 부회장[사진=DB손보]

 

DB손해보험은 DB그룹 내 최고 핵심 계열사다. 

올해로 김남호 회장 체제 2년 차에 접어든 DB그룹의 지난해 매출액은 23조원, 영업이익은 1조원을 넘어서며 성장세를 이어왔다.

지난해말 기준 DB그룹은 공정자산이 10조원을 넘겨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재지정됐으며 금융자산을 포함한 총자산은 71조원 가량으로 총자산 기준 재계 12위, 매출액 기준으로는 재계 14위로 올라섰다.

다만 DB손해보험이 지난해 매출 20조원대, 영업이익 7300억원 수준을 감안하면 그룹 내 양적·질적 성장의 상당 부분을 DB손보가 견인한 모습이다.

김남호 회장은 지난해 7월 김준기 전 회장에 이어 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2세 경영을 본격화했으며 첫 인사로 김정남 DB손보 대표이사 등 사장 4명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김정남 부회장은 그룹의 신임을 바탕으로 올해로 대표이사 5연임에 성공하며 현재 업계 최장수 CEO 기록을 새롭게 쓰고 있는 중이다.

▲터닝포인트

최장수 CEO 지지 기반은 지속 성장과 실적 개선

김정남 부회장은 올해로 보험업 38년차다. 지난 1979년 DB그룹의 전신인 동부그룹에 입사해 1984년에 DB손해보험(구, 한국자동차보험)으로 옮겨 보험업무를 시작했다.

지난 2010년 대표이사로 선임되기 전까지 경영기획, 개인영업, 신사업부문 등 보험업 전분야의 임원을 역임하며 업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보험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향후 5연임까지 임기를 채운다면 대표이사 경력만 14년에 이르게 된다. 

그룹 오너 일가와 개인적 친분없이 장기간 CEO 직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자질과 능력뿐만 아니라 DB손해보험의 지속적인 성장과 실적 개선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그룹 내에서 김 부회장 만큼 손해보험업에 대한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평이다.

김정남 부회장이 그룹 최대주주인 김남호 회장과 직접적으로 함께 근무한 적은 없지만 김 회장이 DB금융연구소 재직시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후문이다.

그 과정에서 김 부회장이 쌓아온 그동안의 경험과 책임감이 그룹의 신뢰와 총애를 더욱 공고히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40대의 김 회장 취임으로 DB그룹이 빠르고 젊은 조직으로 변신함과 동시에 70대 김 부회장의 관록이 더해진 DB손해보험은 성장 기반을 더욱 확고히 다진 모양새다.

[사진=DB손해보험]

 

▲성공 전략 포인트

확고한 업계 2위의 수익성 기틀 마련...외형성장도 박차

향후 김정남 부회장의 경영전략은 업계 2위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집중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DB손해보험의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5637억원으로 전년대비 47.5%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3.2%% 증가한 7329억원을 기록했다. 

DB손해보험과 함께 손해보험업계 2위권 경쟁이 치열한 현대해상은 3319억원의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보다 23.3% 증가하는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2868억원으로 같은 기간 27.5% 되레 줄었다.

오히려 자산규모면에서 업계 5위인 메리츠화재가 지난해 4334억의 당기순이익으로 DB손보에 이어 손해보험업계 3위를 기록했다.

DB손해보험이 지난해 당기순이익 측면에서는 확고한 2위를 유지한 모습이다.

올해 1분기 당기순익 역시 DB손해보험이 우위에 섰다.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은 각각 1분기 당기순이익 1902억원과 1265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호조세를 보였다. 지난해 1분기 실적과 비교해 DB손해보험은 38.2%, 현대해상은 41% 상승했다.

하지만 보험사의 덩치를 보여주는 원수보험료 부문에서는 현대해상이 2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다만 DB손해보험이 안정적인 수익성을 바탕으로 매출 격차를 급격히 좁히고 있어 2위간 다툼은 혼전이 지속되는 양상이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B손해보험의 원수보험료는 3조6412억원으로 현대해상의 3조7082억원의 670억원 차이로 턱밑까지 추격했다. 

지난해말에는 현대해상이 14조4104억원, DB손해보험이 14조 699억원의 원수보험료를 거둬 3400억원의 격차를 보였다.

올해 1분기 총자산은 현대해상이 48조6364억원, DB손해보험이 47조3603억원으로 아직은 1조원 이상 벌어진 수준이다.

현재까지 외형 면에서는 현대해상이, 수익성 면에서는 DB손해보험이 우세를 보여 왔으나 올해 들어 DB손해보험이 규모 면에서도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모양새다.
 
올해 1분기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에서는 DB손해보험이 1조 392억원을 기록하며 현대해상이 거둔 1조 223억원을 169억원 추월했다. 다만 전 종목 원수보험료는 현대해상이 간발의 차이로 앞선 기록을 세웠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외연 확장을 위해 자동차보험은 절대 놓칠 수 없는 시장으로 꼽는다. 비록 높은 손해율 영향으로 만성적자 상품으로 치부되지만 대부분 의무 가입으로 해마다 갱신이 이뤄져 보장 추가나 다른 보험 가입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DB손해보험은 업계 1위 삼성화재에 이어 현대해상 보다 먼저 지난해말 보유고객 1000만명 고지를 넘어서며 규모 확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러한 DB손해보험의 지속 성장은 김정남 부회장 취임 후부터 꾸준하게 유지돼 왔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김정남 부회장은 지난 2010년 대표이사 취임 당시 530만명에 불과하던 가입자 수를 지난해말 1000만명으로 두 배 가량 증가시켰다. 당기순이익 측면에서도 지난 2018년 5358억원, 지난해에는 5637억원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했다. 

매출도 취임 당시 6조원에서 20조원으로, 총자산은 10조원에서 47조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과 보장성 인보험 확대에 힘입어 2175억원의 역대급 분기 순익을 달성한 바 있다.

김남호 DB그룹 회장[사진=DB그룹]

 

▲향후 과제

신사업 개척으로 미래성장 동력 확보하고 안정적 자본건전성 유지에 주력

DB그룹은 계열사가 20개지만 DB손해보험 등 금융계열사에서 나오는 매출이 전체의 90%가 넘는다.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그룹에서 DB손해보험이 치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리스크도 편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손해보험업계의 미래 전망이 밝지 않아서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와 장기화된 저금리 상황은 보험산업을 성장 정체에 빠트렸다. 또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빅테크·핀테크 등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새로운 경쟁구도 개편이 예상되면서 보험사들의 제판분리 추세도 강화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향후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보험산업은 성장성·수익성·건전성 등을 저해시킬 수 있는 부정적 요인들이 지배적인 상황으로 그 어느 때 보다 경영자의 산업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다. 

김남호 DB그룹 회장이 추구하는 자율경영 및 책임경영 차원에서 그룹 주축인 DB손해보험을 김정남 부회장이 책임감을 갖고 자율적으로 경영하라는 의미도 이런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에 김정남 부회장은 성장 정체의 전통적 보험업뿐만 아니라 미래의 성장동력인 신사업 분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수립한 5개년 중장기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전략을 바탕으로 보험산업의 디지털화에 총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인공지능을 통한 업무 자동화를 통해 연간 30억원 이상의 비용절감을 목표로 하며 '마이데이터 사업'과 '헬스케어' 등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 수립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해외투자사업에도 적극적이다. 향후 글로벌 초우량 손해보험사를 향해 미국을 해외시장 거점으로 뉴욕, 캘리포니아, 하와이, 괌에 4개 지점을 설치했다. 

중국과 베트남에는 합작법인을 설립했으며 현재 보험사 지분투자 등을 통해 글로벌화를 위한 발판도 구축했다.

2023년 도입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적용에 따른 자본건전성 강화도 김 부회장의 중요 과제 중 하나다.

지난 6월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통한 대규모 자본확충도 이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핵심으로 이 경우 지급여력비율은 지금보다 낮아져 보험사들의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 

DB손해보험은 이번 채권 발행을 통해 200% 아래로 떨어졌던 지급여력비율을 200% 이상으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지난 1분기에는 지난해말 대비 12.3% 감소한 195.2%의 지급여력비율을 나타냈다. 삼성화재의 올해 1분기 지급여력비율은 285.2%이다.

보험업계에서는 DB손해보험의 가장 큰 장점으로 타 보험사 대비 차별화된 안정성과 수익성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김정남 부회장이 10년 이상 DB손해보험을 이끌며 외형과 내실을 동시에 다져왔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앞으로도 김 부회장의 관록에 걸맞는 성장과 함께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에 '원로의 저력'을 보일 수 있을 지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윤덕제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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