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야기] 반도체 호황기 맞은 SK하이닉스 이석희...메모리 사업 도약 위해 필요한 것은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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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이야기] 반도체 호황기 맞은 SK하이닉스 이석희...메모리 사업 도약 위해 필요한 것은 ‘뚝심’
  • 고명훈 기자
  • 승인 2021.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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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텔에서 11년 근무, 기술상 3번 수상 등 능력 인정...인텔 낸드 인수에 큰 역할
- 각자대표 체제 아래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제품 경쟁력 강화에 전념
- 2018 반도체 호황기 이후 내리막 시점에 CEO 취임...유연한 대처로 3년만 매출 10조 달성
- 향후 메모리 사업 대규모 성과 이끌기 위해 지속적 투자 및 인내심 필요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CEO). [사진=SK하이닉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CEO). [사진=SK하이닉스]

‘별의 순간’이란 무엇인가. 한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운명의 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선대의 말 한마디가 웅장한 울림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책에서 읽은 한 구절 또는 사소한 이벤트가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별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기업인에게도 별의 순간이 있다. 이 별의 순간은 기업인 개인의 운명은 물론 국가미래까지 변화시키는 ‘터닝 포인트’다. 산업을 재편하고, 일반인의 일상과 사회의 미래까지 바꾸는 거대한 수레바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별의 순간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 회장의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애플의 아이폰을 보고는 스마트폰 시대에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되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카카오톡을 창업한다. 단순한 생각이 그에게는 카카오를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게 하는 터닝 포인트였다.

<녹색경제신문>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움직이고, 결정하는 주요 기업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오늘 그들의 성공을 가져온 터닝 포인트와 위기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 등을 다루는 ‘CEO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註(주)]

인생의 절반 이상을 반도체에 몸 담가 살아온 SK하이닉스의 수장, 이석희 대표이사.

그는 이제 SK하이닉스를 ‘누구보다 빨리 트랜드를 쫓아가는 다리’가 아닌, 세계 반도체를 이끌 ‘글로벌 리더의 머리’로 진화시키고자 한다.

이석희 사장은 그 진화가 실현되는 시점이, 바로 올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신년사에서 이석희 사장은 “2021년은 작년 10월 발표한 파이낸셜 스토리가 본격적인 실행으로 연결되는 동시에 SK하이닉스의 진화가 완성되어 가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D램과 낸드 양 날개를 펼쳐 지속적인 사업 성장을 도모하는 한편, ESG를 강화해 인류와 사회에 기여하겠다”라고 선언했다.

비대면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찾아온 반도체 호황, 그러면서 더욱 치열해진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SK하이닉스가 결실을 볼 수 있을지, 이석희 사장의 두 손에 모든 것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터닝포인트

인텔에서 11년 연구원 근무하며 기술상 3번 수상 등 능력 인정받아...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에 큰 역할

인텔 본사 전경. [사진=인텔]

1965년 6월 경북 경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무기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곳에서 석사학위까지 수여받은 이석희 사장, 그의 ‘반도체 발자취’는 1990년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에 입사하면서 시작됐다.

입사한 뒤 머나먼 미국 땅으로 건너간 그는 스탠포드대학교 대학원에서 재료공학 박사학위까지 따내더니, 2000년 인텔에 들어가 약 11년간 공정 개선업무와 연구원 직책을 수행했다.

인텔은 명실상부 글로벌 반도체 1위를 달리는 기업으로, 당시 기업의 위상은 지금보다도 더 높을 때였다.

이석희 사장은 그곳에 재직하면서 당시 최고 기술이었던 32나노 미세공정 개발에 기여했으며, 최고업적상인 인텔 기술상(IAA)을 총 3회나 수상함으로써 세계 수준의 반도체 기술력과 연구 성과를 인정받았다.

인텔에서의 값진 경험은 추후 이석희 사장의 반도체 이력에 커다란 선을 긋는 동시에, 그가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뒤 주도한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 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인텔에서의 업적을 마친 후 그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2010년부터 카이스트에서 전기 및 전자공학과 부교수로 재직하다가, 2014년 SK하이닉스에 전무로 영입돼 미래기술연구원장과 D램개발사업부문 부문장 직책을 거치며 다시 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2016년 국제반도체소자학회(IEDM) 기조 연설자로 나서기도 했다. IEDM은 세계 3대 반도체 학회 중 하나로, 황창규 KT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에 이어 이석희 사장은 세 번째로 세계 수준 반도체 학회 기조연설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한국인으로 등극됐다.

그리고 그해 말 SK하이닉스 사업총괄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됐다. 당시 SK하이닉스는 이석희의 사장 승진 결정의 사유에 대해 “경쟁환경이 치열하고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시장환경에서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역할을 맡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COO자리에 오른 지 2년이 지난 2018년 말에는 대표이사(CEO)에 취임했으며, 지금까지도 기업의 반도체 도약을 이끌고 있다.

당시 이사회가 6년 동안 CEO 자리를 역임했던 박성욱 부회장 대신 이석희 사장을 새로운 CEO로 선임한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그가 국내에서 손꼽히던 반도체 전문가라는 점, SK하이닉스 전신인 현대전자에서 이력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올해부터는 박정호의 부회장 승진으로, 박정호와 이석희 ‘투톱’ 체제가 완성된 SK하이닉스다.

다만 이석희 사장의 단독 대표이사 체제는 그대로 유지된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호황이 지속될 전망 속에서 이 사장은 기술과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개발, 투자와 운영 등에 전념할 계획이다.

◆성공과 위기

2018 반도체 호황기 이후 내리막길 진입 시점에 CEO 취임...다시 찾아온 메모리 산업 호황에 적극 대응해 호실적 달성

[사진=SK하이닉스]
[사진=SK하이닉스]

이석희 사장이 대표이사 자리에 취임할 때쯤 SK하이닉스는 2018년 반도체 호황기 속 최고 실적을 거둔 이후 서서히 내리막길에 진입할 시점이었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심화하면서 반도체업계가 큰 어려움에 직면했던 때였다.

이석희 사장은 이런 상황을 미리 예상이라도 한 듯 유연한 대처를 보여줬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가 침체했음에도 이 사장은 언택트 시대 도래와 5G 시장 확장 등의 요인이 겹치면서 반도체 산업이 다시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을 맞을 것으로 내다봤고,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석희 사장의 지휘 아래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이천시에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이용한 차세대 D램 양산을 주도할 M16 공장을 신설했으며, 용인시에는 약 122조원이 투입된 팹4기 신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특히,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 부분 인수건은 그가 CEO 자리에 취임한 후 최고 업적 중 하나로 평가된다. 현재 8개 국가로부터의 반독점 심사 승인 중 중국의 승인만을 기다리는 단계이며,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메모리 사업 인수를 마무리하면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석희 사장의 대처 속에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 실적에서 3년만 매출액 10조 원 이상 달성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

D램 시장 수요 성장률이 당초 기대했던 20%를 넘길 것으로 보이고, 하반기 시황 개선이 예상됐던 낸드플래시도 높은 수요 증가세를 보이면서 2분기에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 전환된 것이다.

이석희 사장은 “올해 말 인텔 낸드 사업 인수가 완료되면 양사 간 시너지를 창출하고 낸드 시장에서의 새로운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 남은 1년 동안 우리 스스로의 역량을 한 단계 더 향상해야 한다”라며, “D램에 있어서는 업계를 선도하는 기술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연말 가동을 시작한 차세대 성장 동력인 M16 팹이 올해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과제

메모리 사업 대규모 성과 이끌기 위해서는 지속적 투자 및 인내심 필요

IEEE IRPS에서 기조연설 중인 SK하이닉스 이석희 CEO. [사진=SK하이닉스]
IEEE IRPS에서 기조연설 중인 SK하이닉스 이석희 CEO. [사진=SK하이닉스]

“반도체 사업은 향후 몇 년을 바라보면서 중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이 필수적인 사업”

업계에서 반도체 사업이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다.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직면한 문제이기도 한만큼, 업계에서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사업 인수를 포함해 대규모 M&A 추진과 신시장 개척 등을 앞둔 것으로 전해졌다. 미중 반도체 갈등 등 불확실한 국제적 정세 속에서 얼마나 인내심을 갖고 메모리 반도체 기술 개발에 집중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더불어 이석희 사장은 다양한 기술 혁신 속에서 메모리 반도체의 기능이 다변화하고 확대되는 추세를 근거로 들며, 메모리 산업의 기술적, 사회적, 시대적 가치를 강조하기도 했다.

올 3월 열린 국제신뢰성심포지엄(IEEE IRPS) 기조연설에 나선 이 사장은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진화와 혁신의 길을 걸어가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라며, “메모리 산업에 기술적 가치, 사회적 가치, 시대적 가치를 담기 위해 더욱 활발히 연구개발에 매진하겠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4차 산업 혁명의 디지털 대전환 속에서 스마트 ICT 환경에 적합한 기술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신뢰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메모리반도체 산업이 에너지 부족, 기후변화 등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에 있어서 지금까지 제공해온 전통적인 가치에 더해 기술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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