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야기] ‘아픈 손가락’ MC 떼어 낸 권봉석, LG전자 도약 위해 그가 펼칠 ‘혁신’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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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이야기] ‘아픈 손가락’ MC 떼어 낸 권봉석, LG전자 도약 위해 그가 펼칠 ‘혁신’ 날개
  • 고명훈 기자
  • 승인 2021.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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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 내 ‘전략가’로 통해...‘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디스플레이분야 최고 성과 이뤄내
- LG 시너지팀 팀장 시절 당시 구광모 상무와 인연...LG전자 대표이사 사장 중용 이어져
- MC사업본부까지 맡은 뒤 모바일 사업 과감히 철수...성장주력 사업에 올인 결정하면서 호실적 달성
- 마그나 합작으로 자동차 전장 사업 흑자 전환 예고...“미래 혁신 과제의 중심이 될 것”

'별의 순간’이란 무엇인가. 한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운명의 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선대의 말 한마디가 웅장한 울림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책에서 읽은 한 구절 또는 사소한 이벤트가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별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기업인에게도 별의 순간이 있다. 이 별의 순간은 기업인 개인의 운명은 물론 국가미래까지 변화시키는 ‘터닝 포인트’다. 산업을 재편하고, 일반인의 일상과 사회의 미래까지 바꾸는 거대한 수레바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별의 순간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 회장의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애플의 아이폰을 보고는 스마트폰 시대에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되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카카오톡을 창업한다. 단순한 생각이 그에게는 카카오를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게 하는 터닝 포인트였다. 
<녹색경제신문>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움직이고, 결정하는 주요 기업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오늘 그들의 성공을 가져온 터닝 포인트와 위기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 등을 다루는 ‘CEO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註]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 [사진=LG전자]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 [사진=LG전자]

“저를 비롯한 경영진은 오랜 고심 끝에 최종적으로 MC사업 종료라는 매우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됐습니다. MC사업본부 구성원들에게 이번 결정이 어떤 의미일지를 생각하면 CEO로서 너무나 애석하고 무거운 마음입니다. 그러나 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기 위한 결단이었다는 점을 이해해주면 감사하겠습니다”

올 4월,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고심 끝에 모바일 사업 철수를 결정하면서 임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이메일 내용의 일부다.

몇 줄 되지 않는 이 메시지만 봐도 그가 모바일 사업에 얼마나 큰 애증을 갖고 있었는지 느낄 수 있다.

지나간 인연은 이제 잊어야 한다. 앞으로 권봉석 사장과 LG전자 앞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그리고 그 산 꼭대기 너머에는 가전업계를 비롯해 4차산업의 중심에 자리 잡은 LG전자의 무궁무진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터닝포인트

디지털 TV 기술의 색다른 경험, 디스플레이분야 최고 실적...구광모 회장과의 만남

1963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25살의 나이에 금성사, 현 LG전자의 문턱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

사업기획실 소속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한 권 사장은 이후 미국으로 넘어가 LG전자가 인수한 현지 자회사, 제니스에서 디지털TV 원천기술과 PC 등 IT 관련 기술을 습득했다.

제니스는 디지털 TV 관련 원천기술을 다수 확보하고 있던 회사로, 젊은 시절의 권 사장이 당시 이곳에서 보고 느낀 경험은 후에 LG전자가 글로벌 TV 시장에서의 최고 자리까지 올라오는 데 크게 일조한 자산이 된다.

미국에서 돌아온 권 사장은 2001년 모니터사업부로 옮겨 본격적인 디스플레이 사업 육성에 돌입했다. 2005년부터는 LG전자의 유럽 디스플레이 시장을 책임지고 있던 웨일즈생산법인에서 2년간 수장 자리를 역임했으며 그로부터 2년 후에는 모니터사업부장까지 오르게 된다.

2014년 지주사인 LG로 들어와 시너지팀장을 맡으면서부터는 시장을 바라보는 시야를 키웠다. LG그룹 계열사 간 최적의 조합을 찾으며 파급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도록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특히 권 사장은 시너지지팀에서 현재 구광모 LG 대표(회장)를 만났다. 구 대표는 당시 상무로서 본격 경영수업에 나선 때 였다. 그 인연으로 구 대표는 회장직에 오른 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으로 중용했다. 

구광모 LG 대표(왼쪽), 권봉석 LG전자 사장

권 사장은 현장형 전략가였다. 디스플레이업계에서의 단단한 경험과 전체 시장에 대한 안목까지 갖추게 된 권 사장은 2015년 LG전자의 디스플레이 혁신 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를 맡았다. 이곳에서 그의 진짜 능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TV 디스플레이에 접목하는 데 성공하면서 LG전자만의 차별화된 프리미엄 TV의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OLED 패널은 백라이트가 있어야 하는 LCD와 달리 유기물질을 통해 자체발광하기 때문에 가벼운 무게, 높은 명암비, 소비전력 감소 등 장점을 지닌 우수한 기술로 평가된다. 각 시장조사업체에서는 일제히 OLED 패널 시장의 성장률 전망치를 상당히 높게 내다보고 있으며 현재 대형 OLED 패널 시장에서의 LG전자의 입지는 그야말로 신의 경지에 가깝다.

HE 사업본부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권 사장은 LG전자의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장까지 겸임했으며 마침내 최고경영자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됐다. 2000년대 들어서 최연소 CEO로 임명된 그다.

모바일 사업은 LG전자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지난 2005년 처음 출시한 ‘초콜릿폰’ 이후 한동안 반짝였던 MC사업본부의 실적은 2000년대 후반에 들면서 줄곧 하향 곡선을 그었다. 스마트폰으로 전환된 모바일 시장의 흐름을 재빨리 따라가지 못하고 선점에 있어서 뒤로 밀려난 탓이었다.

이후 혁신적인 스마트폰 제품을 출시하며 반전을 꾀했지만 늘 적자를 남길 뿐이었고 그 적자를 성장주력 사업인 가전사업 등으로 메꾸는 구조가 반복됐다.

권 사장은 MC사업본부를 살리기 위해 다소 파격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평택에 있는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하면서 생산시설과 인력의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강화했으며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라인을 보급형에서 프리미엄 제품까지 확대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이러한 노력에도 LG전자의 모바일 사업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결국 권 사장은 ‘MC본부 철수’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성공과 위기

위기 속에서 더 빛난 권봉석의 ‘선택과 집중’ 전략

조성진 LG전자 전 부회장(왼쪽)이 28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집무실 LG시그니처 TV앞에서 권봉석 LG전자 사장을 만나 LG전자의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것을 축하하고 격려하는 모습. [사진=LG전자]
조성진 LG전자 전 부회장(왼쪽)이 28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집무실 LG시그니처 TV앞에서 권봉석 LG전자 사장을 만나 LG전자의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것을 축하하고 격려하는 모습. [사진=LG전자]

권봉석 사장의 강한 실행력은 모바일 사업의 실패로부터 파생된 LG전자 전체의 위기를 금세 성공으로 바꾸는 큰 전환점을 마련했다.

당장 공개된 LG전자의 올 2분기 잠정 경영실적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LG전자는 올 2분기 매출액 17조 1101억원, 영업이익 1조 1128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8.4%, 65.5% 증가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12년 만에 2분기 최대이며 매출은 역대 2분기 가장 높은 실적이다.

증권가와 업계는 LG전자의 호실적에 대해 한 목소리로 MC사업본부의 철수를 지목했다. 모바일 사업의 적자를 메꾸던 H&A사업본부와 HE사업본부의 흑자가 LG전자 전체의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권봉석 사장이 LG전자 내에서 ‘최고의 전략가’로 통하는 이유다.

권 사장은 HE사업본부장 당시 높은 실적을 기록한 데 있어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고도의 전략 하에 사업을 펼치는 인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이전까지 커브드 TV 중심이었던 라인업을 과감히 무너뜨리고 혁신적인 기술을 적용해 만든 올레드 TV를 선두에 내세웠던 것도 모두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이었다.

LG전자 전체의 실적을 깎아 먹던 모바일 사업을 포기한 결단도 같은 전략이었으며 그 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과제

정답은 ‘혁신’...전장 사업 성공이 첫 번째 과제

LG전자와 마그나 인터내셔널이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했을 당시의 이미지. [사진=LG전자]
LG전자와 마그나 인터내셔널이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했을 당시의 이미지. [사진=LG전자]

권봉석 사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고객가치를 기반으로 ‘성장을 통한 변화, 변화를 통한 성장’을 만들어가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지난해 성과가 일회성이 아니라 우리의 본질적 경쟁력에 기반한 것임을 입증하는 경영 성과를 일관성 있게 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전략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임직원들이 일하는 방식과 생각을 전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며,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디지털 전환은 일상적 혁신을 뛰어넘어 아날로그 영역인 고객의 감성과 고객의 가치를 이해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LG전자가 맡닥뜨릴 과제에 대해 권 사장은 ‘혁신’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 혁신은 ‘점진적 성장’을 뛰어넘어 ‘파괴적인 변화’에 집중하면서 결과물에 다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당장 성과를 이뤄야 할 혁신의 첫 번째 과제가 바로 전장 사업이다.

LG전자는 최근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마그나와 합작법인을 결성하고 미래 신성장 동력 사업으로 지목받는 자동차 전장 시장에서의 안착을 예고했다.

이로써 LG전자는 기존 전장 사업을 맡은 VS사업본부와 더불어 2018년 인수한 오스트리아의 시스템 공급업체 ZKW, 그리고 마그나까지 삼각 구도를 형성해 전장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증권가와 업계에서는 VS사업본부가 사업 시행 이후 줄곧 적자를 기록하다 점점 그 폭을 줄이더니 최근에는 흑자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했다. 마그나와의 합작법인 출범 이후 LG전자가 가져갈 전장 시장 점유율은 앞으로 더 높아진다는 것이 대다수의 전망이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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