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야기] 김정주 넥슨 창업주, 암호화폐와 게임 사이 선택의 기로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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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이야기] 김정주 넥슨 창업주, 암호화폐와 게임 사이 선택의 기로에 서다
  • 박금재 기자
  • 승인 2021.07.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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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성공시키며 국내 대표 게임사로 떠올라
암호화폐 관련 투자 꾸준해...비트코인, 넥슨 미래 먹거리 키 쥐어

‘별의 순간’이란 무엇인가. 한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운명의 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선대의 말 한마디가 웅장한 울림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책에서 읽은 한 구절 또는 사소한 이벤트가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별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기업인에게도 '별의 순간'이 있다. 이 '별의 순간'은 기업인 개인의 운명은 물론 국가미래까지 변화시키는 ‘터닝 포인트’다. 산업을 재편하고, 일반인의 일상과 사회의 미래까지 바꾸는 거대한 수레바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별의 순간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 회장의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애플의 아이폰을 보고는 스마트폰 시대에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되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카카오톡을 창업한다. 단순한 생각이 그에게는 카카오를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게 하는 터닝 포인트였다. 

<녹색경제신문>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움직이고, 결정하는 주요 기업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오늘 그들의 성공을 가져온 터닝 포인트와 위기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 등을 다루는 ‘CEO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註)]


넥슨은 명실공히 우리나라 대표 게임기업이다. '메이플스토리', '던전 앤 파이터', '카트라이더', '서든어택' 등 굵직한 게임들을 발표하며 우리나라 게임업계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 중심에 김정주 넥슨 창업주가 존재했다. 게임을 통해 그동안 넥슨의 역사를 써내려간 김정주는 이제 암호화폐를 기업의 미래로 삼으려는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주 NXC 대표
김정주 NXC 대표.

◆ 터닝포인트 

역삼동 작은 오피스텔에서 출발한 넥슨, 한국 대표 게임사로 거듭나

김정주 넥슨 창업주는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과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김정주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숙사에서 이해진 NHN 창업자와 같은 방을 썼다. 그들의 방 옆에는 송재경 XL게임즈 대표, 김상범 넥슨 이사 등이 있었는데, 이들 네 명은 함게 자주 어울리며 진로를 고민했다.

결국 김정주는 26살 무렵 송재경, 김상범, 이민교 등과 함께 1994년 12월 서울 역삼동의 작은 오피스텔에서 넥슨을 창업했다.

넥슨이 처음부터 게임업체였던 것은 아니다. 웹 오피스라는 인터넷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로 설립돼 기업체 내부의 인트라넷을 개발하는 용역 업무도 했다.

하지만 김정주 대표는 인트라넷 솔루션으로 확보한 현금으로 온라인게임 사업을 펼칠 생각을 갖고 있었다. 온라인 게임은 당시 PC통신에서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이 분야에 폭발적인 성장 잠재력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아본 것이다.

이후 넥슨은 '바람의 나라'로 큰 흥행에 성공하며 국내 1위 게임기업으로 거듭났다.

'바람의 나라'는 현재 서비스된 지 20년이 넘은 MMORPG로 국내와 세계 모든 지역에서 가장 오래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게임으로 꼽힌다. 

김정주는 창업 초기 일본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바람의 나라'와 '어둠의 전설'을 출시한 직후 일본을 방문해 닌텐도 게임기를 사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좌절감을 받기도 했다. 당시 소규모 게임사였던 넥슨의 게임과 수천명의 규모로 만들어진 소니와 닌텐도의 게임이 퀄리티 측면에서 큰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나라 게임기업들과 비교해 크게 앞서가던 일본 게임기업들에 크게 영향을 받은 김정주는 이후 거의 매년 새로운 게임을 내놓으며 국내 게임업계의 트렌드세터가 됐다. 게임을 직접 개발하기 여의치 않을 때는 좋은 게임을 발굴해 서비스하기도 했다. 

이후 넥슨은 탄탄대로를 달렸다.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카트라이더', '던전 앤 파이터', '서든어택' 등 다양한 장르에서 흥행작을 잇달아 내놓으며 기업규모를 급속도로 키워냈기 때문이다.

김정주는 게임 외 분야에 투자하는 일에도 끊임없는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로켓 개발업체 스페이스X에 175억원을 투자하는가 하면, 유아용품 회사인 스토케와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 비트스탬프, 의류회사 무스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투자 행보를 펼쳐왔다.

업계에서는 김정주가 게임만으로는 더이상 기업 규모를 키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넥슨이 종합 IT기업으로 거듭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넥슨은 최근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PC온라인 게임 메이플 스토리의 강원기 총괄디렉터와 김창섭 기획팀장이 직접 출연해 6월 새롭게 적용된 콘텐츠 내용에 대해 유저들에게 소개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넥슨은 최근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PC온라인 게임 메이플 스토리의 강원기 총괄디렉터와 김창섭 기획팀장이 직접 출연해 6월 새롭게 적용된 콘텐츠 내용에 대해 유저들에게 소개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 성공과 위기 

코로나 수혜 받았지만...확률형 아이템 이슈 최대 악재로 떠올라

지난해 넥슨은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연매출 3조원을 달성했다. 

코로나 여파로 야외활동이 자제되며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취미 가운데 게임이 각광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모바일 분야에서는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피파 모바일', '바람의나라: 연'이 주도하는 가운데 PC 분야에서 '메이플스토리', '피파 온라인 4',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 등 대표 게임들이 힘을 실었다. 

한편 김정주는 글로벌 IP를 확보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넥슨코리아는 지난 2021년 3월 미국 완구회사 해즈브로, 일본 엔터테인먼트기업 지주사 반다이남코홀딩스와 코나미홀딩스, 세가사미홀딩스 등에 8억7400만달러(약 1조원)을 투자하며 엔터테인먼트 시장 공략을 위한 포석을 뒀다.

하지만 최근 자사 게임인 '메이플스토리'와 '마비노기'가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큰 논란을 일으키며 넥슨은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일부 인게임 아이템의 획득 확률이 지나치게 낮다거나 게임사에 의해 인위적으로 조정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며 큰 비판을 받은 것이다.

때문에 넥슨은 유저 간담회를 긴 시간 진행하며 유저의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넥슨 게임의 수익 모델을 놓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의적인 시각이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더불어 김정주의 암호화폐 관련 투자를 놓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넥슨은 지난 4월 말 1억달러(한화 1137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수했는데, 당시 평균 단가는 5만8226달러였다. 

하지만 넥슨의 매수 시점 이후 비트코인의 시세가 폭락하며 현재 넥슨은 약 458억원의 손해를 보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넥슨 측은 당장 비트코인을 매도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을 장기적인 자산으로 바라보는 김정주의 시각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가상화혜 비트코인. <녹색경제신문 DB>
비트코인 이미지.

◆ 향후 과제

꾸준한 김정주의 암호화폐 사랑, 결실 맺을까

업계에서는 김정주가 최근 게임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은 것이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로 경쟁사인 엔씨소프트, 넷마블이 최근 활발하게 신작을 출시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넥슨은 신작 출시에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 이와 같은 시각이 더욱 힘을 받는다.

때문에 김정주가 향후에도 게임 사업과 더욱 거리두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한편, 일각에서는 게임과 암호화폐를 결합하기 위한 시도를 펼칠 것이라고 바라보는 업계 관계자도 있다.

최근 다수의 게임사들이 암호화폐와 게임을 결합해 메타버스 게임을 개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넥슨 역시 이와 같은 행렬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김정주가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와 같은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매입한 뒤 자사의 자동차를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게 만들어 큰 시세차익을 봤듯이 넥슨 역시 게임 플랫폼에서 암호화폐를 유통시켜 비트코인의 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에서는 블록체인 게임이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어 이를 당장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블록체인 게임 개발사인 스카이피플이 게임물관리위원회의 행정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블록체인 게임 시장이 싹을 틔울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향후 본격적으로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다면 넥슨 역시 적극적으로 관련 시장 선점을 위한 노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김정주의 암호화폐에 대한 애정이 결국 결실을 맺으며 넥슨이 다시 한 번 도약을 이뤄낼 지를 놓고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금재 기자  gam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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