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이야기] 안현호 KAI 사장, KF-21 탑승하고 비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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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이야기] 안현호 KAI 사장, KF-21 탑승하고 비상하나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1.07.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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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순간’이란 무엇인가. 한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운명의 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선대의 말 한마디가 웅장한 울림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책에서 읽은 한 구절 또는 사소한 이벤트가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별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기업인에게도 별의 순간이 있다. 이 별의 순간은 기업인 개인의 운명은 물론 국가미래까지 변화시키는 ‘터닝 포인트’다. 산업을 재편하고, 일반인의 일상과 사회의 미래까지 바꾸는 거대한 수레바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별의 순간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 회장의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애플의 아이폰을 보고는 스마트폰 시대에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되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카카오톡을 창업한다. 단순한 생각이 그에게는 카카오를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게 하는 터닝 포인트였다. 
<녹색경제신문>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움직이고, 결정하는 주요 기업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오늘 그들의 성공을 가져온 터닝 포인트와 위기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 등을 다루는 ‘CEO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註]

KAI 안현호 사장.
안현호 사장 [사진=KAI]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특별한 기업이다. 국내에서 전투기와 헬기를 만드는 유일한 기업이면서도 매번 세계 최강의 경쟁자들과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한다. 그러면서도 방산비리라는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해 2017년 김인식 부사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방위사업청과 군이 고객이다 보니 영업환경이 독특하고, 한편으로는 수출시장에서의 성과를 독촉받기도 한다.

한편, KAI의 최대주주는 한국수출입은행이고, 한국수출입은행의 지분 66%는 정부가 갖고 있다. 그렇다보니 2대 길형보 전 육군참모총장과 내부 승진을 했던 5대 하성용 사장을 제외하면 모두 관료 출신이다. 

안현호 사장도 처음에는 관료출신의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로 암암리에 취급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위기를 겪으면서, 그의 면모가 달라졌고 남다른 성과를 내고 있다. 이제는 다소 기대감까지 갖게 됐다. 

터닝포인트

코로나19, 특별한  CEO로 변신시켜

안현호(64) KAI 사장은 서울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행시 25회로 공직에 진출했다. 그는 이후 산업자원부에서 공직을 시작해 지식경제부 1차관을 지낸 뒤 2011년 공직생활을 마쳤다.

전임 김조원 사장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공석이 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을 맡았다. 그 때가 2019년 9월이다. 

안 사장은 취임 연설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척박한 환경에도 임직원과 협력업체의 노력, 정부 유관기관의 지원이 어우러져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지만 지난 5년 동안 매출과 수주의 정체로 위기상황”이라며 “경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수주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불과 3달 뒤 중국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고, 이후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을 선언하면서, 지난해에 개최됄 예정이었던 국제적인 방위산업 전시회가 대부분 취소됐다. 이로 인해 KAI는 수출 오더를 아예 수주하지 못했다. 

국내 수주상황도 여의치 않았다. 소방헬기 등 관용헬기 시장은 물론이고, 육군의 수송용 중형헬기와 해병대의 상륙용 공격헬기까지 수입산에 밀려 수주가 불투명한 상황이 었다. 

안 사장은 지난해 회사의 공식 일정을 제외하면 거의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고, 해당 분야의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별다른 역량이 없는 것으로 보여졌다. 

지난 4월 2일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보여준 자신감과 적극적인 면모는 어쩌면 코로나19 위기가 그에게 약이 된 것이 아닌가 싶을 만큼 새로운 인상을 심어줬다. 

그는 코로나19와 수주부진으로 시달리면서도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KFX) 개발에 힘을 기울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기자회견 일주일 뒤 마침내 KF-21의 출고식을 통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데 성공했다. 

이는 안 사장 개인의 터닝포인트였을 뿐 아니라, 국내외에서 수주전에서 고전하던 KAI의 기술력을 과시함으로써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만한 성과였다. 

누가 보더라도 한국의 전투기 제작기술은 세계 7위 수준이라는 것을 확인시켰기 때문이다. 

9일 출고식에 선보인 KF-21 시제기의 모습 [사진=KAI]
9일 출고식에 선보인 KF-21 시제기의 모습 [사진=KAI]

성공과 위기

미래를 위한 준비는 끝났지만 갈 길은 험하다

단군 이래 최대 방위사업으로 불리는 KF-21은 연구개발비와 양산비용을 합해 규모가 무려 18조원에 이른다. KAI의 미래를 좌우할 수 밖에 없는 규모다.

KF-21성공적인 시제기 출고식을 통해 KAI는 상당한 수준의 기술력과 업무 효율을 입증했다. 또한 향후 한국 공군의 주력 기종은 물론이고, 수출 시장에서의 성과를 기대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상황이 됐다. 

이는 KAI가 지난 3월 발표했던 5대 미래전략사업인 미래 에어 모빌리티, 유무인 복합 비행체, 위성·우주 발사체, 항공방산전자,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사업의 바탕이 되는 기반기술을 확보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과 KF-21의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의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 구매로 인한 재원부족과 수요감소 등 불안 요인은 남아있다. 

또 한가지 안 사장의 개인적인 불안 요인은 내년에 있을 대선이다. KAI의 최대주주는 26.41%의 지분을 가진 한국수출입은행이고, 수출입은행의 최대주주는 66%이상의 지분을 가진 정부다. 

KAI는 실질적으로는 정부가 최대주주인셈이다. 다음 정권에서도 안 사장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을 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수리온이 인공결빙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착륙한 모습 <KAI 제공>
수리온 헬기 [사진=KAI]

향후 과제

수입 선호 극복하고 KAI 제품 신뢰도 높이는 것 중요

KAI는 무엇보다도 수입산 제품보다 더 믿을만한 제품이라는 믿음을 군에 심어줘야 한다. 

수리온 헬기를 기반으로 하는 육군의 노후 UH-60(블랙호크) 대체 중형 수송용 헬기 사업과 해병대의 상륙용 공격헬기, 육군용 소형헬기(LAH, LCH) 수주는 단기적인 수주실적을 좌우할 수 있는 변수들이다. 

군용 헬기 수주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각군 이기주의로 인한 혼선이다.

군은 이모 저모를 따져야 하는 '최선의 선택' 보다 간단히 '세계 최고의 무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이승도 해병대 사령관도 지난해 국회에서 세계 최고의 공격헬기로 알려진 미국의 바이퍼를 달라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편견과 고정관념을 포함해 많은 숙제를 KAI는 풀어가야 한다.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부품확보와 정비,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안전 점검 등 KAI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군을 설득하고 이해시킬 수 밖에 없다. 

또한, 진화적 개발을 통해 향후 꾸준한 성능개량이 가능하다는 점도 꾸준히 강조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KAI는 오래 끌어왔던 수리온 헬기 소송에서 이겼다. 

KAI가 당면한 많은 숙제들을 잘 풀어가는 모습을 보인다면, 안 사장은 다음 정권에서도 한국 항공산업을 선도하는 역할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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