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야기] 고객만 바라보는 쿠팡 김범석, 고객이 보내는 경고에는 어떻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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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이야기] 고객만 바라보는 쿠팡 김범석, 고객이 보내는 경고에는 어떻게 할까?
  • 양현석 기자
  • 승인 2021.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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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동문들과 자본금 30억으로 시작한 쿠팡, 10여년 만에 100조 기업으로 급성장
- 이커머스 질서 바꾼 ‘로켓배송’·단건 배달 ‘쿠팡이츠’... “쿠팡 없는 생활 상상 불가”
- 기존 기업들의 ‘반쿠팡 연합’·최대한의 도덕성 요구하는 고객들의 경고는 불안요소

‘별의 순간’이란 무엇인가. 한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운명의 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선대의 말 한마디가 웅장한 울림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책에서 읽은 한 구절 또는 사소한 이벤트가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별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기업인에게도 별의 순간이 있다. 이 별의 순간은 기업인 개인의 운명은 물론 국가미래까지 변화시키는 ‘터닝 포인트’다. 산업을 재편하고, 일반인의 일상과 사회의 미래까지 바꾸는 거대한 수레바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별의 순간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 회장의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애플의 아이폰을 보고는 스마트폰 시대에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되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카카오톡을 창업한다. 단순한 생각이 그에게는 카카오를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게 하는 터닝 포인트였다.

<녹색경제신문>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움직이고, 결정하는 주요 기업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오늘 그들의 성공을 가져온 터닝 포인트와 위기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 등을 다루는 ‘CEO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註

 

김범석 쿠팡 전 의장.[사진=쿠팡]
김범석 쿠팡 전 의장.[사진=쿠팡]

 

지난 상반기 가장 ‘핫’한 재계 인사를 뽑을 때 김범석 쿠팡 전 의장(현 Coupang Inc 의장)을 뺄 사람은 드물 것이다.

3월 쿠팡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시켜 전 세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고, 4월에는 공정위가 지정하는 대기업집단 총수 지정 여부를 두고 재계가 찬반으로 나뉘어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또 지난달에는 국내 법인 쿠팡에서 모든 직책을 사임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에서 벗어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한국 경제에서 쿠팡과 김범석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감은 과거와 비할 수 없이 커졌다. 한국에서 태어나 어려서 미국으로 건너가 한국계 미국인으로 살다 다시 한국으로 와 국내 이커머스시장 점유율 2위인 쿠팡을 키운 김범석.

그는 늘 고객을 이야기한다. “고객이 ‘와우’ 하는 순간을 민들고 싶어하는 회사”로 쿠팡을 정의하고, 쿠팡의 미션은 “고객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하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김범석에게 고객은 가장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최근 그 고객들이 쿠팡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고객만 바라보고 성장한 김범석과 쿠팡이 고객의 경고에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해진다.

 

김범석 쿠팡 전 의장.[사진=쿠팡]

 

◆ 터닝포인트- 모두가 실패한다던 로켓배송, 김범석의 오늘을 만들다

1978년생인 김범석은 32살이던 2010년 쿠팡을 창업했다. 하버드 동문들과 함께 시작한 쿠팡은 2015년 이전만 해도 출발점이 비슷했던 여타 소셜커머스 기업들과 차별성을 찾기 힘들었다.

2014년 김범석은 승부수를 던졌다. 단순히 판매자들의 상품을 위탁판매하던 모습에서 과감히 탈피, 상품을 직접 매입함은 물론 배송까지 자체 시스템과 인력으로 진행하는 ‘로켓배송’을 선보였다.

로켓배송은 업계 최초의 시도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반대도 많았다. 아니 모두가 반대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중소기업 규모에서 벗어나지 못한 쿠팡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소싱과 물류를 자체적으로 진행한다는 것은 당시 자살행위처럼 보였다.

하지만 김범석은 흔들리지 않았다. 쿠팡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뤄내야 할 것이 구매부터 배송까지(end to end) 일원화하는 것이라 확신했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특유의 카리스마를 발휘해 내외부를 설득시켰다.

모두가 반대했던 이 로켓배송이 쿠팡을 특별하게 만든 일등공신이었다는 것이 증명되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무모한 듯 보였던 김범석의 결단과 뚝심이 옳았음을 보여주는 가장 훌륭한 사례일 것이다.

 

포츈 글로벌 포럼에서 화상 인터뷰 중인 김범석.[사진=쿠팡 뉴스룸 캡처]
포츈 글로벌 포럼에서 화상 인터뷰 중인 김범석.[사진=쿠팡 뉴스룸 캡처]

 

◆ 성공과 위기- 국내 기업 시총 2위에 오른 뉴욕증시 상장, 그후 이어진 부작용

쿠팡은 창립 이후 늘 적자를 면한 적이 없는 기업이지만, 투자자들의 선호도는 매우 높다. 대표적인 것이 손정의가 주도하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다. 비전펀드는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 Inc에 약 30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쿠팡의 자금 부족설이 나올 때마다 구원투수가 됐다.

김범석과 쿠팡을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진 계기는 지난 3월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이었다. 국내에서는 ‘과연 단 한 번도 흑자를 낸 적 없는 기업의 상장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많았으나 미국에서는 쿠팡의 미래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쿠팡은 성공적으로 뉴욕 증시에 안착하면서 한때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넘어서며 국내 기업 중 삼성전자에 이어 2위 자리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쿠팡과 김범석의 위기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찾아왔다. 쿠팡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지난해부터 기존 유통 기업들은 쿠팡에 대응한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이커머스 점유율 1위인 네이버는 CJ대한통운, 이마트와 차례로 협약을 맺으며 각자의 약점을 메우는 소위 ‘反쿠팡 연합’을 구성했다.

또 쿠팡의 규모가 커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대상에도 오르게 됐다. 쿠팡이 매년 4월 발표되는 대기업집단에 포함되면서, 쿠팡의 총수(동일인)이 누구냐의 문제로 논란이 벌어졌다. 기존에 공정위는 외국인이 대주주인 경우 법인 자체를 총수로 지정해왔으나, 쿠팡의 차례에서 이것이 외국인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됐다. 약 한달간의 논쟁 끝에 공정위가 쿠팡의 총수를 쿠팡 법인으로 지정하면서 일단락됐지만, 내년에도 같은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최근에는 김범석이 쿠팡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미국 법인인 쿠팡 Inc 대표는 유지) 글로벌 경영에 전념한다는 소식이 덕평물류센터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한 날 알려지자, 경영자로서 도덕성 논란이 일었다. 쿠팡 측은 화재와 관계없이 그 이전에 결정된 사안이라고 해명했으나, ‘중대재해처벌법과 쿠팡의 총수 지정을 피해가려는 꼼수’로 의심한 소비자들은 쿠팡 불매운동을 통해 김범석과 쿠팡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쿠팡 이츠.
쿠팡이츠 이미지.

 

◆ 향후 과제- 고객 신뢰 회복과 신규 사업 본궤도 안착

일견 무모하게 보였던 김범석과 쿠팡의 성공에는 늘 고객의 지지가 있었다.

‘쿠팡을 한 번도 이용하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이용한 사람은 없다’는 말처럼 중독성 강한 ‘로켓배송’, 단건 배달로 일거에 배달 시장의 판을 흔든 ‘쿠팡이츠’, 제2의 넷플릭스를 꿈꾸는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 등 쿠팡과 김범석은 늘 시장의 예상을 벗어나 새로운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기존 국내 기업의 관습에서 자유로운 김범석과 이를 지지하는 고객의 성공적인 결합으로 가능했다.

그러던 고객들이 김범석과 쿠팡을 향해 경고를 보내는 현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고객은 김범석과 쿠팡을 더는 ‘실수해도 이해해 줄 수 있는 스타트업’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대기업 반열에 오른 혁신의 아이콘답게 최대한의 도덕성과 안전관리 능력, 사회공헌을 기대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또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 등 신규 사업들의 안착도 필요하다. 두 사업 모두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이 분야 1위 기업인 우아한형제들, 넷플릭스와의 거리는 여전히 멀다. 차세대 성장동력인 퀵커머스와 OTT에서의 성적표가 플랫폼 기업 쿠팡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객은 변덕쟁이다. '어제 열광했던 기업과 서비스에 오늘 냉담해지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농부가 밭을 탓할 수 없는 것처럼 기업과 기업가는 고객을 탓할 수 없다. 늘 새로운 혁신과 매력적인 콘텐츠로 고객을 사로잡는 것이 기업 성장의 유일한 비결이다. 그리고 쿠팡은 그 과정에서 늘 승자의 위치에 있었다.

쿠팡은 수평적 조직문화를 중요시 해 모든 임직원들이 직책 없이 호칭으로 불린다. 김범석의 쿠팡 내 호칭은 ‘타이거’다. 이름 중 ‘범’에서 따온 것이지만, 김범석의 카리스마에 잘 어울린다는 평을 듣는다.

김범석을 만나 대화해 본 사람들은 세 번 놀란다고 한다. 먼저 자신만만한 태도와 논리적인 스피치에, 또 그것을 설명하면서 취하는 그의 크고 다양한 제스처에, 마지막으로 비현실적으로 보였던 그 구상들이 차곡차곡 현실화되는 결과에 놀란다는 것이다.

자본금 30억원으로 시작한 작은 기업이 100조원 기업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0여 년이었다. 이 놀라운 성장의 배경에 김범석의 카리스마와 추진력이 있었다. 10년 후 김범석과 쿠팡은 우리에게 또 어떤 놀라움을 안겨줄까? 흥미로운 마음으로 기다려보자.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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