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야기] '흙수저' 김범수, 관점 바꿔 '카카오 성공신화' 도전...터닝포인트는 '아이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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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이야기] '흙수저' 김범수, 관점 바꿔 '카카오 성공신화' 도전...터닝포인트는 '아이폰'이었다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1.08.27 0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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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게임 성공 후 NHN과 합병...퇴사 후 미국 생활 중 아이폰 출시 '주목'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제치고 국내 최고 부자에 올라 '자수성가 신화'
- 대기업 집단 포함 후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등 과제 떠올라

‘별의 순간’이란 무엇인가. 한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운명의 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선대의 말 한마디가 웅장한 울림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책에서 읽은 한 구절 또는 사소한 이벤트가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별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기업인에게도 별의 순간이 있다. 이 별의 순간은 기업인 개인의 운명은 물론 국가미래까지 변화시키는 ‘터닝 포인트’다. 산업을 재편하고, 일반인의 일상과 사회의 미래까지 바꾸는 거대한 수레바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별의 순간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 회장의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애플의 아이폰을 보고는 스마트폰 시대에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되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카카오톡을 창업한다. 단순한 생각이 그에게는 카카오를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게 하는 터닝 포인트였다.

<녹색경제신문>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움직이고, 결정하는 주요 기업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오늘 그들의 성공을 가져온 터닝 포인트와 위기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 등을 다루는 ‘CEO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註(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흙수저’ 출신으로 자수성가해 우리나라 최고의 부자가 됐다.

김 의장은 PC통신 유니텔 개발에 이어 한게임을 설립한 후 합병해 NHN(현재 네이버)을 만들었고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대박을 터트렸다.

김 의장은 여덟 식구가 단칸방에서 살아야 했던 가난한 집안의 자식이었다. 그런 그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치고 한국 최고 부자에 등극했다. 미국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김 의장은 135억 달러(약 15조 4,926억 원)의 순 자산을 보유해 국내 1위에 올랐다.

김 의장은 지난 2월,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재산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의 재산이 개인 명의로 보유한 카카오 주식 등을 기준으로 최소 5조 원 이상을 기부하겠다는 뜻이다. 실제 기부가 이루어진다면 한국에서 역대 최다 기부자가 된다.

김 의장의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이다. 그의 성공에는 끝었는 도전정신이 밑바탕이 된 셈이다. 그리고 김 의장은 큰 변화와 도전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관점을 달리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 터닝포인트

미국 생활 중 아이폰 출시 보면서 PC에서 모바일 시대로 변화 꿰뚫다

김범수 의장은 삼성SDS에 재직 중이던 1998년 6월, 한양대학교 앞에 '미션넘버원'이라는 대형 PC방을 부업으로 열었다. 1990년대 말 PC방과 온라인 게임 열풍이 불었던 시기다. 법인명은 미션엔터테인먼트, 전국 최대 규모의 PC방이었다. 김의장은 한 자리에서 모든 컴퓨터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개업 6개월 만에 5천만 원을 벌었다.

김 의장은 PC방 운영을 아내에게 맡기고 삼성SDS를 퇴사했다. 김 의장은 1998년 11월, 강남구 삼성동에 한게임을 창업했다. 김 의장은 2000년 한게임을 삼성SDS 동기 이해진 사장(현 네비어 GIO)의 네이버와 합병시키고 NHN 공동대표를 맡았다. 2004년 NHN 단독대표를 거친 이후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대표를 맡는다.

김 의장은 2007년 8월, 돌연 NHN을 퇴사해 미국으로 떠났다. 김 의장은 미국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내며 1년을 놀았다. 김 의장은 미국에 있을 때 애플이 스마트폰 ‘아이폰’이 출시되자 세상이 PC에서 모바일 시대로 옮겨가는 것에 주목한다, 그리고 다시 혼자 한국으로 돌아와 음악과 책에 빠져 지냈다.

그는 외로움에 미국의 가족들도 한국으로 귀국시켜 3년을 놀았다. 김 의장은 "고 1, 중3이었던 아이들에게 1년만 휴학하고 한국서 놀자"고 설득했다고 한다. 자기 자신도 재수했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가족 넷이 PC방에서 게임하다보면새벽 4시. PC방 주인이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김 의장은 그 시절이 행복했다고 회상한다.

그러던 중 김 의장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각나 "출근 좀 해야겠다"고 가족들에게 말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렇게 카카오톡이 탄생했다. 카카오톡은 PC 메신저 일색인 시장을 '모바일 메신저'로 바꿔버렸다.

카카오톡은 무료 서비스와 그룹채팅의 강점을 내세워 출시 1년 만에 1,000만 명의 이용자를 모았다. 카카오톡을 사용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구매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김 의장은 당시 인수했던 벤처기업 아이위랩의 사명을 아예 카카오로 변경했다.

카카오톡의 급성장 배경에는 기존 이동통신사 문자 메신저의 한계 때문이었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동통신사의 문자 메신저는 글자수 제한에다 별도의 통신비를 지불해야 했다. 카카오톡은 인터넷에 연결만 되면 글자 제한 없이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었고, 이후 이모티콘과 부가 기능들이 흥행을 이끌었다.

김 의장은 PC에서 모바일로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된다’는 신념을 믿고 있었다.

◆ 성공과 위기

카카오톡 초기 적자 위기, 투자 유치로 모면...다음과 합병, 사업 확장 '신호탄'

그러나 김 의장은 위기를 맞았다.

카카오톡은 한게임 초기 때처럼 수익모델이 없었다. 카카오톡은 매달 적자였다. 매달 서비 비용만 10억원씩 빠져 나갔다. NHN에서 퇴사하면서 받은 돈 마저 고갈됐다.

김 의장은 게임업계의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방준혁 넷마블ㆍ코웨이 의장 등과 만나 해결책을 모색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2012년 중국 텐센트로부터 720억 원, 위메이드에서 200억 원 등 총 92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자금난을 해결했다. 그 해 카카오톡은 70억 원 흑자를 기록하면서 성공가도의 ‘신호탄’을 날렸다.

그렇게 잘 나가던 카카오톡은 또 위기론이 제기됐다. 카카오톡은 다른 메신저와 경쟁해야 했고, 해외 시장에서는 네이버의 ‘라인’이 크게 성공했다.

김 의장은 2014년 모바일 인터넷 시대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다음커뮤니케이션과의 합병을 선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불과 수년 전 자신이 몸담고 있던 NHN의 최대 경쟁사와 하나가 됐다. 사명은 ‘다음카카오’로 결정됐다. 자신이 설립한 회사의 이름을 포기한 채 오로지 서비스만을 위한 결정이었다.

그리고 합병 1년 만에 사명을 다시 ‘카카오’로 변경했다. 김 의장은 회사를 임지훈 대표에게 넘기고 경연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렇지만 김 의장은 카카오 이사회 의장 자격으로 다양한 계열사의 성장과 스타트업 인수합병을 주도했다.

카카오는 여러 자회사들의 유료서비스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은행 사업이 큰 성과를 내면서 2019년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에 포함됐다. 현재 카카오는 계열사 118개, 시가총액 66조 원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김 의장의 개인 자산만 15조 원이 넘는다. 이달 카카오뱅크 상장에 이어 10월에는 카카오페이도 상장한다. .

◆ 향후 과제

커지는 위상 만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등 숙제 '산적'...김범수, 재산 절반 사회환원 

김 의장은 공격적 사업 확장과 인수합병 등을 통해 카카오를 국내 IT업계의 대표주자 반열에 올려놓았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금융과 엔터테인먼트, 게임, 이커머스, 모빌리티 등 여러 분야로 뻗어 있다.

카카오는 시가총액 기준으로도 2021년 6월 창사 이후 처음으로 네이버를 누르고 코스피 3위에 오르기도 했다.

문제는 카카오는 국내사업에 비해 해외사업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카카오는 엔터테인먼트와 웹툰·웹소설 등의 콘텐츠 사업을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의 사회공헌 활동

또한 카카오는 문어발 확장에 따른 비판도 제기된다. 중소상권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 카카오는 대기업집단에도 지정된 만큼 사회적 책임 요구도 커지고 있다.

김 의장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위원회의 위원장도 맡고 있다, 카카오가 사회적 책임 등에도 보다 관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김 의장은 올해 임직원 신년메시지를 통해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김 의장은 지난 6월, 개인 사회공헌재단인 브라이언임팩트를 세워 사회공헌활동에 본격 나섰다.

김 의장은 지배구조 개선도 과제다. 카카오는 김 의장에 대한 견제 장치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카오는 김 의장을 중심으로 한 기형적인 지배구조이기 때문. 카카오는 김 의장이 카카오를 지배하고, 상장사인 카카오가 수십 개 계열사의 지분으로 각각을 지배하는 형태다. 카카오가 여러 자회사를 거느리며 인수, 분사 등을 통해 투자 규모와 진출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카카오의 지분은 김 의장이 14.38%, 케이큐브홀딩스가 11.43%를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 케이큐브홀딩스는 김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카카오 측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라는 선진적인 지배구조를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김 의장은 자신에게 국민적 관심과 사회적 요구가 커지는 만큼 책임의 무게도 무거워지고 있다. 관점을 달리해 성공한 김 의장이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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