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야기] 전기차 시대 선도하는 송호성 기아 사장...목적기반 모빌리티 강화로 미래 산업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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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이야기] 전기차 시대 선도하는 송호성 기아 사장...목적기반 모빌리티 강화로 미래 산업 이끈다
  • 정은지 기자
  • 승인 2021.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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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호성 사장, 신임 대표로 승진...글로벌 가치사슬망에 대한 이해도 높아
- 기아차에서 '기아'로 사명 변경...미래차 시대에 적극 대응할 것
- 전기차 시대는 위기이자 기회...회사 이름 바꾸고 변화 시도
- 중국 시장은 마지막 '과제'...'목적 기반 모빌리티'로 성장할 것

‘별의 순간’이란 무엇인가. 한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운명의 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선대의 말 한마디가 웅장한 울림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책에서 읽은 한 구절 또는 사소한 이벤트가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별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기업인에게도 별의 순간이 있다. 이 별의 순간은 기업인 개인의 운명은 물론 국가미래까지 변화시키는 ‘터닝 포인트’다. 산업을 재편하고, 일반인의 일상과 사회의 미래까지 바꾸는 거대한 수레바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별의 순간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 회장의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애플의 아이폰을 보고는 스마트폰 시대에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되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카카오톡을 창업한다. 단순한 생각이 그에게는 카카오를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게 하는 터닝 포인트였다. 
<녹색경제신문>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움직이고, 결정하는 주요 기업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오늘 그들의 성공을 가져온 터닝 포인트와 위기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 등을 다루는 ‘CEO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註

27세에 입사해 60세에 대표이사 사장 자리까지 오른 송호성 기아 사장에게 기아는, 어쩌면 인생의 전부다.

그런 그였기에, 감히 기업의 변화를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 [사진=기아]

자동차와 가정 및 회사가 데이터로 연결되고, 외부 통신을 통해 자동차 성능을 수시로 바꿀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감한 송 사장은 회사 이름이든 정체성이든 모든 것을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차근차근 바꿔 나가기 시작했다.

IMF당시 파산 직전까지 몰리는 등 산전수전을 겪었던 기아자동차가 이제는 미래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 터닝포인트

기아차에서 '기아'로 사명 변경...미래차 시대에 적극 대응할 것

[사진=기아]

 

"자동차를 제조하는 회사에 머무는 게 맞을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였습니다."

30년만에 기아차가 '기아'로 사명을 바꿨다. 자동차 제조회사로만 국한되지 않겠다는 의지다. 변화의 한가운데 송호성 기아 사장이 있었다.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 지각변동이 일어나면서, 기업의 이름으로 인해 사업이 자동차 산업에 국한되는 것을 우려해 아예 사명을 바꾸는 등의 움직임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그중 하나는 바로 '테슬라'다. 테슬라의 원래 기업명은 '테슬라 모터스'였으나 2017년, 사업에 방해가 되는 '모터스'라는 이름을 지우고 '테슬라'로 거듭났다. 자동차 뿐 아니라 에너지 같은 신규 사업에도 많은 공을 들이기 위해서다.

사명 변경 이후 테슬라는 태양광 업체 솔라시티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하는 등 새로운 움직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기아의 사명 변경도 이와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송 사장은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강조하며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 시대에는 패스트팔로워가 아닌 퍼스트무버로 거듭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변화에는 명확한 목적의식이 수반돼야 한다. 맹목적인 변화는 혼란만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대대적인 변화와 함께 송 사장은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와 신규 고객층, 새로운 기술 개발, 그리고 중국에서의 실적 회복 등을 목표로 세웠다.

◆ 성공과 위기 

송호성 “코로나19 사태, 기본에 충실하면서 체질 개선, 선제적 대응 통해 새로운 도약 기회"

송 사장은 현대·기아와 오랜 세월 함께했다. 1962년생인 그는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 후 1988년 현대차에 입사했다. 이후 2009년~2011년 수출기획실장에 이어 2013년부터 4년간 유럽 총괄법인장을, 그리고 2017년~2020년에는 글로벌사업관리 본부장 및 부사장 등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특히 완성차 가치 사슬(Value Chain, 기업 활동에서 부가 가치 창출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모든 활동의 연계)과 글로벌 사업 운영과 관련해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는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 확대를 통해 '플랜S'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적임자로 꼽힌다.

'플랜S'는 기아의 미래 중장기 전략으로, ▲전기차 ▲모빌리티 솔루션 ▲모빌리티 서비스 ▲목적 기반 차량(PBV)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계획이다.

송 사장은 전용 플랫폼 전기차가 성공해야만 전기차 기반의 목적기반 모빌리티(PBV)사업과 구독 및 카셰어링 등 전기차 모빌리티서비스사업으로 영역을 자연스럽게 확장하며 미래사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 [사진=기아]

하지만 그가 대표이사로 선임된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자동차 산업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혼란에 휩싸인 위기 상황이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송호성 사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위기인 것은 분명하지만 기아자동차 전 부문이 기본에 충실하면서 체질 개선, 선제적 대응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기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엿본 것이다.

당시 국내에서 셀토스, K5, 쏘렌토, K7, 모하비 등의 모델 판매를 확대하고, 중국시장에서는 KX5 등 SUV 판매에 집중하던 기아는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하는 것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체질 개선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아가 출시한 전기차 EV6 [사진=기아]

그리고 2021년, 송 사장은 사명 변경 후 이름 자체가 전기차인 EV6를 출시하기에 이른다. 그는 "전기차를 의미하는 일반명사인 EV를 차 이름에 붙인 이유는 기아가 이 시장을 선도하고 대표하겠다는 의지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시장을 선도해 나가기 위해 한걸음 내딛은 것이다.

이어 "2025년까지 전기차 생산량을 50만대, 2030년까지 88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전용 플랫폼 전기차에는 EV라는 이름을 붙인다. EV1부터 EV9까지 간다"고 덧붙였다.

그는 EV6의 성공을 위해 출시 시점까지도 철저히 분석 후 새로운 시도를 강행했다. 기껏해야 한 달 정도 먼저 사전예약을 받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EV6의 국내 사전예약을 출시 4개월 전인 3월 말 진행한 것이다. 

시장 반응은 놀라웠다. 3만 대가 넘는 사전예약이라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도 사전예약을 진행해 준비한 물량을 모두 완판하는 성과를 냈다.

◆ 향후 과제
"기아는 차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것에서 나아가 고객에게 혁신적 모빌리티 경험 제공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것"

송 사장은 새로운 로고, 새로운 디자인, 새로운 사명이 적용된 올해를 '기아 대변혁(Kia Transformation)'의 원년으로 선포한다고 밝혔다. 

2026년까지 전용 전기차 7종을 출시하고, 2030년까지 연간 160만대의 친환경차를 판매하는 등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사진=기아]

환경차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며, 특히 전기차는 2030년 연간 88만대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다.

전용 전기차 CV 출시를 시작으로 전용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한다. 기존 계획보다 1년 앞당겨 2026년까지 전용 전기차 7개를 출시한다. 파생 전기차 4종과 함께 총 11개의 전기차 풀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지난 2일 출시한 EV6에는 자율주행 기술 2단계에 해당하는 기술이 탑재됐다. 또한 2023년 출시될 전용 전기차에는 3단계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다.

전용 전기차 EV6는 1회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가 475km다. 4분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 100km와 제로백 3.5초 등의 놀라운 상품성을 갖추고 본격 출시됐다.

기아는 2022년 첫 PBV 모델인 PBV01 출시를 비롯해 2030년 연간 100만대를 판매함으로써 PBV 시장에서 글로벌 판매 1위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48년간 군수차량 개발 경험을 통해 확보한 특수 설계 역량과 생산 라인을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모빌리티 사업에선 점유형 모빌리티 서비스를 확장한다. 기아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 카셰어링 서비스 '위블'을 올해 기업 서비스와 점유형 서비스로 확장한다. 이탈리아와 러시아에서 운영하던 기아모빌리티 서비스도 올해 유럽 4개국에 새로 도입한다. 전기차를 기반으로 한 구독과 셰어링 결합 서비스도 선보인다.

기아는 올해 세계시장에서 전년 대비 12% 늘어난 292만2천대를 판매하고, 시장점유율 3.7%를 달성하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1분기 K7 완전 변경 모델과 K3 상품성 개선 모델을 시작으로 2분기 기아의 글로벌 베스트셀링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 스포티지 신형과 기아의 플래그십 세단 K9의 상품성 개선 모델을 선보였다.

 3분기에는 첫 전용 전기차 CV와 유럽 전략형 차종 씨드의 상품성 개선 모델을 출시하는 등 경쟁력 있는 신차를 내놓으며 시장을 장악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기아 양재 사옥 [사진=SBS뉴스 유튜브 캡쳐]

 

정은지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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