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이슈] 中 '화평정영' 덕분에 몸값 급상승한 크래프톤 ..."영업이익률 괴물" vs "오만한 도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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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이슈] 中 '화평정영' 덕분에 몸값 급상승한 크래프톤 ..."영업이익률 괴물" vs "오만한 도전자"
  • 노우진 기자
  • 승인 2021.06.18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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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보다 높은 영업이익률, 자체 IP 덕분”…크래프톤의 '자랑',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까
-자신을 디즈니에 비교한 크래프톤, 시장에선 "지나친 자신감인가? 몸값 부풀리기 전략인가?" 부정평가 나와

크래프톤의 IPO(기업공개)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가운데 뜻하지 않은 걸림돌이 등장했다. 지금까지 꽉 틀어막고 있던 중국 '화평정영'과의 '비밀스런' 관계가 드러난 데다 "몸값 상승을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크래프톤은 IPO 과정에서 압도적인 영업이익률을 주요 장점 중 하나로 꼽았는데, 중국 모바일 게임 화평정영과의 로열티 덕분이란 게 드러났다. 그동안 업계에선 이 같은 의혹을 꾸준히 제기했지만 크래프톤은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해 왔다. 

더욱이 크래프톤은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 있어 디즈니·워너뮤직 그룹 등을 비교그룹에 끌어들였다. IP(지적재산권) 기반 사업이라는 측면에서 비교 선상에 올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비교그룹 목록은 도리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한 전략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이 자랑한 자체 IP, 도리어 크래프톤 발목 붙잡나?


크래프톤은 높은 영업이익률을 자랑하며 ‘알짜배기’ 기업으로 불렸다. 크래프톤의 2021년 1분기 연결기준 46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2272억원이다. 무려 49%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한 것이다. 크래프톤의 2020년의 영업이익률 역시 46%에 달한다.

이는 엔씨소프트의 영업이익률인 34%와 넷마블의 10.9%, 카카오게임즈의 13.4% 등 동종업계 기업의 2020년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하지만 화려한 실적 뒤에는 숨겨진 이면이 있었다. 바로 중국의 인기 모바일 게임 화평정영이다. 업계에서는 이전부터 크래프톤의 수익 상당수가 화평정영의 로열티에 기반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화평정영은 크래프톤의 ‘쌍둥이 게임’이라고 불리며 중국의 텐센트가 개발·서비스하고 있다.

지난해 크래프톤은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 매출 1조4176억원을 거뒀는데 이는 총 매출의 84.8% 수준이다. 인도와 중국 간 외교 마찰로 인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인도 내 서비스가 중단된 상황에서 아시아 매출 비중이 높은 것은 화평정영의 로열티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잇달았다.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에 “주요 매출처는 게임 퍼블리싱을 담당하는 기업”이라며 “전년 기준 A사가 매출액 68.1%를 차지하고 있는 주요 매출처”라고 기재했다. A사는 배틀 그라운드 모바일의 글로벌 퍼블리싱과 화평정영 운영사인 텐센트로 추정된다.

텐센트와 크래프톤의 긴밀한 관계는 널리 알려져 있다. 텐센트는 장병규 의장에 이어 크래프톤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크래프톤은 그동안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화평정영 간의 관계를 강력히 부정해왔다. 하지만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허위 공시’를 할 수 없자 결국 입장을 뒤바꿔 로열티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이는 크래프톤의 신뢰성에 흠집을 내는 한편 실적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게 한다.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주요 매출처와의 계약이 중단되거나 계약 조건이 악화될 수 있다”며 “주요 매출처의 성장이 둔화되거나 수익성이 악화될 경우 당사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인정했다.

크래프톤의 의존도는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한다. 2019년까지 60% 중반대에 머물던 아시아 지역 매출 비중은 화평정영 출시 이후 85% 선까지 급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센서타워에 따르면 2020년의 모바일게임 매출 1위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었는데 이는 화평정영의 매출과 합산한 결과다.

크래프톤은 화평정영 출시 이후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크래프톤이 영업이익률 46%를 달성한 2020년 연결기준 매출은 1조6704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7739억원이었다. 전년대비 매출 53%, 영업이익 115%가 증가한 수치다.

2019년까지 5조~10조원 수준으로 평가받던 크래프톤의 기업가치를 30조원 수준까지 끌어올린 결정적 요인이 화평정영이라고 보는 이유다.


“디즈니·워너뮤직 그룹이 비교 대상이라고?”…크래프톤의 자신감에 투자자들 ‘갸우뚱’


크래프톤이 증권신고서를 통해 제시한 기업가치는 35조원에 달한다. 이는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의 2배 가까이 되는 규모다. 엔씨소프트는 18조6000억원대의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다.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크래프톤의 비교기업이다. 피어그룹의 PER(주가수익비율)은 기업가치 산정에 있어 큰 역할을 한다. 크래프톤 역시 피어그룹의 평균 PER인 45.2배를 적용해 35조원의 기업가치를 산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 피어그룹 목록에 디즈니·워너뮤직 그룹 등의 이름이 포함돼 눈길을 끈다. 디즈니의 PER은 무려 88.8배이며 워너뮤직 그룹 역시 38.1배의 PER을 자랑한다.

전문가들은 크래프톤이 45.2배의 PER을 적용한 것에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게임 애널리스트는 “동종업계 경쟁기업의 평균 PER에 비하면 높은 편”라고 설명했다. 경쟁기업인 엔씨소프트의 PER은 3월 기준 38.17배고 현재의 추정 PER은 24.17배 수준이다. 넷마블의 3월 기준 PER 역시 36.45배이며 높은 PER로 주목 받았던 카카오게임즈 역시 39.78배로 40대를 넘지 못한다.

넥슨의 PER과 비교하면 그 격차가 더 커진다. 넥슨의 PER은 12배에 불과하다. 넥슨은 크래프톤의 피어그룹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일각에서는 크래프톤이 몸값을 올리기 위해 일부러 넥슨을 비교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의혹을 내놨다. 만약 디즈니와 워너뮤직 그룹을 제외하고 넥슨을 넣었다면 총 6개의 비교 기업군의 평균 PER은 33.5배까지 떨어진다. 이를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은 25조9960억원으로 증권신고서에 제시된 기업가치와 약 10조원 가까이 차이 난다.

업계에서는 피어그룹 선정에 대해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크래프톤이 IP를 이용한 사업 확장성을 내세운 것은 알겠으나 디즈니·워너뮤직 그룹을 비교대상에 넣은 것은 다소 의아하다”며 “기업가치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디즈니와 워너뮤직 그룹은 매출 구성에서 크래프톤과 전혀 다르다. 디즈니의 매출 63.5%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에서 발생하고 워너뮤직 그룹은 85.8%의 매출을 음반에서 얻는다. 반면 크래프톤의 매출은 80.3%가량이 모바일 게임에서 발생한다. 즉 전혀 다른 산업구조라는 것이다.

크래프톤은 이에 대해 “배틀그라운드를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프랜차이즈로 발전시키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게임 IP에 그치지 않고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사업까지 포트폴리오를 구축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관련 실적이 없는 상태라 디즈니·워너뮤직 그룹과 비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노우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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