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이슈] '공모주 광풍'에 빨간불…낮아지는 '따상' 기대감, "공모가 거품 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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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이슈] '공모주 광풍'에 빨간불…낮아지는 '따상' 기대감, "공모가 거품 빠지나"
  • 노우진 기자
  • 승인 2021.06.09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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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반기 IPO 대어들, 예상 이하의 성적…“IPO 시장, 거품 논란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 “높은 공모가 때문에 수익률 기대하기 어려워져” 이제 관심은 하반기 IPO 시장으로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공모주 광풍이 가라앉으며 이번에는 공모가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즉 상반기 공모가에 거품이 껴있었다는 말이다.

IPO(기업공개) 대어라면 ‘따상’은 기본이라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다. 청약 과정에서 놀라운 기록을 세웠던 SK아이테크놀로지(SKIET)는 상장일 큰 기대를 모았으나 결국 따상에 실패했다.

단순히 운이 나빴던 것이 아니다. SKIET는 이후에도 지지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 시초가인 21만원은커녕 상장 이후 14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883대 1이라는 기록적인 경쟁률을 뚫고 공모주를 받은 투자자들이 쓴웃음 짓게 만드는 성적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따상은 유동성이 높아질 때 생기는 이상 현상”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최근 공모주 열풍이 불며 공모가가 높게 형성되고 따상을 당연히 여기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야 좋을지 몰라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가치나 주가 등에 대한 판단을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상반기 IPO 시장, "따상 실패? 정상적인 시장 가격 형성" 


올해는 상반기부터 조 단위 IPO 대어들이 잇달아 증권시장에 데뷔하며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IET 등 화려한 이름들이 줄줄이 상장하며 큰 기대를 모았으나 성적표는 생각보다 초라했다.

특히 논란에 휩싸였던 것은 SKIET다. SKIET는 공모 과정에서 줄줄이 신기록을 세우며 큰 관심을 모았다. 여기에 유통 물량까지 상대적으로 적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따상을 넘어 따따상까지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상장 직후 시초가를 넘어 반짝 상승세를 기록한 SKIET는 이후 주가가 급락했다. 상장일인 5월 11일 SKIET의 종가는 15만4500원으로 초라한 성적이었다.

이후에도 SKIET는 시초가에 한참 못 미치는 주가를 기록하고 있다. 상장 이후 20거래일 동안 단 한번도 15만원선을 돌파하지 못했으며 8일에는 14만3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SKIET에 큰 기대를 걸었던 개인투자자들은 실망을 드러냈으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SKIET는 현재 공모가였던 10만5000원을 훨씬 웃도는 주가를 기록하고 있다”며 “오히려 정상적인 가격이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따상은 결국 기업가치가 제대로 책정되지 않았다는 증거”라며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오히려 시장에 나쁜 영향을 주고 투자자들에게도 피해가 간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IPO를 진행할 때는 상장한 경쟁사의 주가수익비율이나 이익규모 등을 조합해 기업가치를 산출한다. 이 기업가치를 20~40% 정도 할인해 상장 주식수로 나눈 것이 공모가 희망밴드다. 최종 공모가는 기관수요예측을 기반으로 희망밴드 내에서 결정된다.

따상은 공모가의 2배로 시초가를 형성한 후 상한가로 마감하는 것을 뜻한다. 공모가가 적절한 과정을 통해 책정된 시장가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 정상적이다. 따상을 기록한 종목이 이후 하락하며 주가 조정을 받는 것 역시 제자리를 찾는 것에 가깝다.


“하반기에는 어떨까?”…잦아드는 공모주 열풍, 공모가 하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와


하반기에도 주목할 만한 기업들이 상장을 기다리고 있다. 상장예비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크래프톤과 IPO 초대어로 불리는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를 필두로 현대중공업·한화종합화학·롯데렌탈·SD바이오센서 등 유명 기업들이 하반기 시장을 노리고 있다. 올해 IPO시장에 뛰어든 기업 중 가장 몸값이 높은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이름을 올렸다.

현재 IPO 시장은 상반기에 비해 침체된 상태다. 공모주 수익률 급감과 중복청약 금지 등 다양한 요인이 공모주 열풍을 시들하게 만들었다.

일각에서는 공모가 하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모주 열기를 기대하며 높은 공모가를 책정한 기업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공모가가 내려갈수록 투자자는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공모주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 있다.

8일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상장하는 공모기업 28곳 중 23곳이 희망밴드 대비 공모가를 상향 조정했다. 통상적으로 기업가치 대비 할인된 가격에 공모가를 제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작년대비 할인율이 적게 적용된 셈이다.

공모가가 높아지면 공모주 수익률도 낮아진다. 상장 이후 공모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 중인 기업도 많다. 이 경우 공모가에 주식을 받은 투자자는 수익은커녕 손실을 보게 된다. 

IR업계 한 관계자는 “상반기에 IPO 열풍이 불면서 많은 기업이 상장을 추진했다”며 “최근에는 공모가가 다소 높게 형성된 경향이 있어 상장 후 성적이 기대만큼 안 나오는 기업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공모가가 높게 형성되면 기업 입장에서야 좋을지 몰라도 투자자들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며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공모주 시장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사라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14일 상장한 건강기능식품업체 에이치피오는 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10%가량 떨어졌고 이후 주가가 공모가에 못 미치는 상태다. 분자진단업체 진시스템도 시초가가 공모가를 밑돌았고 현재 주가는 공모가 대비 22% 하락한 상태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그런 신호가 보이지 않지만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기업이 늘어나는 것이 IPO의 고점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공모주에 대한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우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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