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수직상승 HMM 몸값의 '딜레마'…만기도래 CB 처분 방식에 관심 집중
상태바
산은, 수직상승 HMM 몸값의 '딜레마'…만기도래 CB 처분 방식에 관심 집중
  • 김호연 기자
  • 승인 2021.05.10 16: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HMM, 1년새 주가 12배↑…지분가치+CB 포함 장부상 몸값 4조원 이상 기대
- 산은, 행복한 고민…“성급한 매각, 기업가치 훼손할 수도”

KDB산업은행이 HMM(옛 현대상선)의 몸값 급상승을 반기면서도 새로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HMM의 주가가 오르며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노릴 수 있게 된 반면 그 탓에 적절한 인수후보를 찾지 못할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산은이 다음달 만기도래하는 HMM의 CB(전환사채)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업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HMM, 1년새 주가 12배↑…지분가치+CB 포함 4조원 이상 기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KDB산업은행)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KDB산업은행)

HMM은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3.76% 오른 4만4200원을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15조1282억원으로 연초(5조4073억원) 대비 3배 가까이 뛰었다.

이는 1년 전인 2020년 5월 11일 종가(3765원) 대비 11.73배 오른 수준이다. 1년 사이 무려 12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HMM의 주가 급등 현상이 코로나 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로 인한 컨테이너선 운임 수요 급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경기 회복으로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해운업황 전반에 호조가 이어졌고, 국내 유일 국적해운사인 HMM도 상당한 수혜를 누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올해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9645억원이 될 것으로 집계됐다. 연간 영업이익은 2020년(9808억원, 흑자전환) 대비 219.12% 오른 3조1299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산은은 HMM 지분 12.6%를 갖고 있는데, 10일 종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1조92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3000억원 규모의 CB(전환사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만기도래하는 다음달말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약 2조6500억원어치에 달한다. 이를 합하면 4조5000억원 이상으로, 2016년부터 투입한 공적자금 3조원가량을 크게 웃돌게 된다. 

HMM 인수후보로는 포스코를 비롯해 현대자동차그룹, CJ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다. 

포스코는 HMM을 수직계열화할 경우 현재 3조원에 달하는 연간 물류비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 역시 현대글로비스 등을 통해 HMM을 인수하면 지배구조 개편과 비용 절감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지나치게 높아진 몸값은 인수 후보들의 의욕을 꺾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수 후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등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서다. 


산은, 장밋빛 미래 꿈꾸나…펀더멘털 개선 없인 매각 어려울 수도


기업 인수 후보들은 재무건전성, 미래수익가치 창출 가능성 등 펀더멘털에 집중하는데,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HMM의 재무구조는 여전히 취약한 상태다. 부채비율은 2018년 296.42%에서 지난해 455.11%로 올랐다. 2499%까지 치솟았던 2015년에 비해 대폭 개선했지만, 2018년 이후 대규모 투자 탓에 부채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

또 코로나19로 인해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해운업의 경영 성과는 업황 사이클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인수 후보들은 글로벌 해운업의 고점으로 예상되는 3분기 이후 검토에 들어갈 거란 전망이 나온다.

김봉민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HMM이 양호한 영업실적으로 재무구조를 안정화하는 과정에서 물동량 위축, 정책 지원 중단 등 다수의 리스크도 있다”며 “앞으로 이익창출력이 공고해지고 자체적으로 재무구조를 안정화해 홀로서기에 성공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여의도 본점. (사진=KDB산업은행)
산업은행 여의도 본점. (사진=KDB산업은행)

만기 다가오는 CB…매각 없다던 산은, 주식 전환할까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3월 HMM의 매각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산은이 보유 중인 HMM의 CB 만기가 다가오는 만큼 이에 대한 산은의 결정은 향후 HMM의 행보를 가늠할 중요한 행보로 풀이된다.

HMM의 몸값이 1년 사이 11배 이상 급증한 것을 고려하면, 산은이 CB를 주식으로 전환 한 뒤 차익을 실현할 경우 무려 2조원 이상의 차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만기 상환을 선택하면 산은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원금과 이자까지 3300억원에 불과하다.

현재 상황에서 산은이 지분 전량을 매각하면 약 1조9200억원에 달하는 지분가치를 포함해 약 4조5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산은의 손익계산 상으로는 산은이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게 합리적이다.

다만 정부가 지속해서 해운업 재건에 대한 의지를 밝혀온 만큼 산은이 대규모 차익을 남기는 선택을 하긴 어렵다.

산은의 CB 전환물량은 6000만주로 현재 유통주식수의 17.37%에 달한다. 전환 후 산은의 지분율은 24.9%까지 올라간다. 은행법상 지분율 15%를 넘기면 자회사로 편입해야 한다.

따라서 CB의 일부만 주식으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상환 받거나 재융자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책은행인 만큼 현재 상황에서 사채를 상환 받기는 힘들 것"이라며 "CB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으로 다시 HMM에 상환 시기를 늦추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호연 기자  financia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