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1년전 HMM 2만4000TEU급 초대형선, 세계 기록 세우며 만선 행진 시작
상태바
[그날 그후] 1년전 HMM 2만4000TEU급 초대형선, 세계 기록 세우며 만선 행진 시작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1.05.04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해운업의 부활 조짐이 뚜렷하다.

배가 모자라 수출을 못할 지경이고, 그 선두에 HMM(대표이사 배재훈)이 있다. HMM의 부활은 말 그대로 '괄목상대'라 할만하다. 주가는 1년만에 약 10배가 넘게 올랐고, 경영실적은 발표될 때 마다 깜짝 놀랄만한 수치들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인기검색순위 최상위권에 상주하다시피하고 있다. 

여기에는 정부의 해운·조선 재건 정책도 단단히 한 몫을 했다. 지난달 해양진흥공사(황호선 사장)는 12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사서 HMM에 용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년전 HMM이 세계기록을 경신하며 첫 2만4000TEU급 선박의 만선 소식을 전했던 그날 이후를 되새겨 보고 미래를 전망한다.

 

HMM알헤시라스호가 지난해 5월 8일 중국 얀티안항에서 선적하는 모습 [사진=HMM]

그날

지난해 5월 8일 세계 최대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1호 HMM 알헤시라스호, 1만9621TEU로 세계 기록 경신하며 만선으로 출발

HMM(현대상선의 새 이름)은 2만4000TEU급 컨테이너 1호선 'HMM 알헤시라스'호가 컨테이너를 가득 채운 만선으로 1년전인 지난해 5월8일 중국 얀티안에서 유럽으로 출발했다. 이 배는 최대 선적량인 1만9621TEU를 선적해 세계기록을 경신했다. 

기존에는 세계 2위 규모의 스위스 국적해운사 MSC의 2만3756TEU급 굴슨호가 1만9574TEU로 최다 선적량 기록을 갖고 있었으나, HMM알헤시라스호가 47TEU 많은 1만9621TEU로 출항하면서 기존 세계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한국 해운의 부활을 알린 것이기도 했다. 두번째 2만4000TEU급 초대형선 HMM오슬로호도 지난해 5월31일 똑같은 1만9621TEU를 선적해 세계타이 기록을 수립하면서 만선행진을 이어갔다. 

HMM의 세계최대급 컨테이너 2호선 '오슬로'호의 만선 출항 모습. [사진=HMM]
HMM의 세계최대급 컨테이너 2호선 '오슬로'호의 만선 출항 모습 [사진=HMM]

여기에서 주목할 부분은 국제해사기구(IMO)의 친환경 규제 강화다. 지난해 1월1일부터 IMO는 선박의 황화합물 배출 규제 기준을 기존 3.5%에서 0.5%로 강화하는 강력한 규제를 시작했다.

해운사들이 소유하고 있던 선박은 이같은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탈황을 거친 저유황유를 연료로 사용하거나 탈황설비(스크러버)를 장착해야했다. 저유황유를 사용하면 연료비가 상승하고 스크러버를 장착하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선박 개조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HMM이 선박을 인도받자마자 만선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다. 선박이 모자라는 현상이 시작됐고, 이와 동시에 해상운임이 치솟기 시작했다. 

HMM은 지난 2017년 이같은 해운재건 계획을 해양수산부와 해양진흥공사와 함께 세우고, 2018년 부터 세계 최대 규모 2만4000TEU급 선박 12척과 1만6000TEU급 선박 8척의 건조를 시작했다. 

이와 함께 배재훈 HMM 사장은 지난해 4월 세계 양대 해운동맹의 하나인 디얼라이언스에 정회원으로 가입하면서, 해운 재건의 또다른 발판을 마련했다. 이전에 가입했던 2M 동맹에서는 준회원이었기때문에, 적지않은 불이익과 불만을 속으로 감내해야했다. 

1년전 그날, HMM알헤시라스호의 만선 출발은 국제해운사들이 10여년간의 벌여온 치킨싸움을 끝내고, 호황국면으로 전환하는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이다. 

 

그후

HMM의 2만4000TEU급 초대형선 12척 38항차, 신규 1만6000TEU선박도 2항차 연속 만선 행진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HMM은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탈바꿈했고, 초대형선 12척은 38항차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현대중공업에서 건조해 새로 입고된 2척의 1만6000TEU급 초대형 선박도 각각 만선으로 출발했다. 이 선박은 다음달까지 6척을 추가로 인도받아 부족하기만한 컨테이너선 수요를 보충할 전망이다. 이 선박들이 모두 인도되면 HMM은 85만TEU의 선복량을 확보하게 된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급등을 거듭하면서 지난 2019년 500에서 지난달 30일에는 사상최고치인 3100.74를 기록했다. 지난 1년 동안에만 3배가 넘게 올랐다. 이같은 영업환경 개선을 바탕으로 HMM은 지난해 98087억원 영업이익을 올리며 사상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9년째 이어오던 적자행진을 단숨에 흑자로 전환시킨 것이다. 

최근에는 올해 1분기에만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으로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SCFI지수가 사상최고치 기록 경신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간영업이익은 2018년 5587억원 적자, 2019년 2997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9808억원 흑자를 기록한데 비해, 고정지출경비인 판매비와 관리비는 2018년 2818억원, 2019년 2956억원, 지난해 3037억원으로 미미한 차이를 보였다. 

또한, 매출액은 2019년 5조5131억원, 지난해 6조4133억원으로 1년새 9000억원 가까이 늘었지만, 매출원가는 2019년 5조5172억원, 지난해에는 5조1288억원으로 전년대비 4000억원 정도 감소했다. 그만큼 경영효율을 크게 높였다는 반증이다. 

 

앞으로

선복량 추가 확보로 100만TEU 회복...과거 한진해운·현대상선이 쌍끌이하던 '해운 한국' 재건

정부는 해양진흥공사에서 올해 12척의 초대형선을 추가로 발주해 HMM에 용선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HMM은 추가적인 투자없이도 12척의 선박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부채비율을 늘리지 않고도 선복량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에 경영효율이 그만큼 높아진다. 

이를 포함해 HMM은 내년까지 선복량 100만TEU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함께 '해운한국'을 쌍끌이하던 옛 시절의 선복량을 모두 회복하는 셈이 된다. 

정부가 이처럼 해운재건을 지원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조선업에 대한 간접지원이다. 실제로 국내 조선3사를 비롯해 국내 조선소들의 1분기 수주실적은 올해 전 세계 선박발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삼성중공업은 1분기에 올해 전체 수주목표의 65%를 수주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지난 3월26일 삼성중공업이 밝힌 약 2조8000원 규모의 에버그린사의 1만5000TEU급 20척을 포함해 지난해 대비 컨테이너선박 수주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한 이같은 선박 수주 호조는 국내 철강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는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1조55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0.1% 증가했다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한편으로는, 국제적으로 조선업이 극히 부진했던 2018년, 2019년의 수주가뭄을 겪어야 했던 국내 조선사들에게는 단비같은 역할도 훌륭히 해냈다. 

뿐만 아니라, 올해 들어 코로나19 백신효과로 경기가 회복이 예상되면서 수출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지난달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1.1%나 증가한 511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1년 1월 이후 최대치다.

이와 관련해 2일 HMM은 부산발 미국 LA행 HMM프레스티지호의 임시선박 투입을 밝혔다. 이는 컨테이너선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출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HMM의 대책의 일환이다. 지난해부터 이렇게 임시로 투입한 선박이 21번째에 이르고 있다. 특히 수출중소기업들 물량을 우선 선적함으로써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다. 

 부산항을 출발해 미국 LA항으로 출발하는 HMM프레스티지호의 모습 [사진=HMM]

또 한가지는 국가안보 차원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지만, 최근, 국가간의 군사력을 비교할 때 많이 사용하는 지표인 GFP(GLOBAL FIRE POWER)에서 한 국가가 전쟁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해운 선복량이 사용된다. 우리나라의 올해 GFP 순위는 일본에 이어 세계 6위다.

그런데, GFP 순위를 매길 때 핵심적인 비(非)군사적 지표가 바로 해운이다. 특히 우리나라 처럼 육로가 막힌 국가의 해운은 국가 안보차원에서 더욱 중요하다. 식량이나 연료는 물론 여러가가지 필요한 것을 수입하고, 우리가 생산한 제품들을 수출해서 경제 활동을 유지해야 전쟁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충분한 선복량을 확보할 수 있을 때까지 정부의 해운산업 지원은 안보차원에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자료정리=녹색경제]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