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마케팅이 불편해요"...유통업계에 부는 '日불매 바람'에 눈치보는 소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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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마케팅이 불편해요"...유통업계에 부는 '日불매 바람'에 눈치보는 소비자들
  • 이효정
  • 승인 2019.08.15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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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불매=애국'?...'친일파'로 찍힐까 공개적으로 의견 내기도 어려워
일본여행 취소시 혜택 부여하는 등 반일 분위기 고조..."지나친 반일감정 조장은 해결책 아냐"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한일갈등이 격화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본 불매 바람'이 불고 있다. 가기로 했던 일본 여행을 취소하거나 일본제 상품, 브랜드를 보이콧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한편 일본 보이콧 분위기가 심화되면서 불매에 동참하지 않거나 사정상 참여하기 어려운 소비자들이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의견이 제시돼 주목된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이 수출우대국목록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발표한 뒤부터 일본 불매 운동 분위기가 조성됐다.

한국 소비자들은 유니클로, DHC를 비롯한 일본 브랜드를 배척하기 시작했다. 예약해뒀던 일본 여행을 취소하는 사람도 늘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일간 여행 감소가 2020년까지 이어질 경우, 내년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0.1%포인트 하락해 한국(0.05%포인트)의 2배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두 나라의 연평균 경제성장률(2009~2018년)을 감안하면 성장률 하락 체감효과는 일본이 14.3%(0.1%/0.7%)로, 한국 1.6%(0.05%/3.10%)과 비교했을 때 약 9배 가량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서는 한국인의 일본 관광이 81.2% 급감할 것으로 가정했다. 우리나라의 대일 여행서비스 지급액이 지난해 51억7000만달러에서 최근 20년 동안 가장 낮았던 1998년의 9억7000만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

日여행 가면 '친일파'?...'친일'혹은 '반일', 이분화된 보이콧 운동

한편 일각에서는 일본 불매 운동이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른바 '보이콧 재팬' 분위기가 짙어질수록 '반일=애국'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고 있다는 것이다. 불매 운동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친일파'라는 소리를 들었다는 소비자도 있었다.

가족여행으로 일본을 가게 된 소비자 A씨(대학원생, 27세)는 "미국에서 친척이 오랜만에 오셔서 몇달 전부터 일본 패키지 여행을 예약해 뒀다. 이후 한일 갈등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데, 여행을 취소할 수 없는 입장이라 그냥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더니 나더러 '친일파'아니냐고 물었다. 일본 여행을 취소했어야 '애국자'로 인식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6월에 일본 여행을 예약한 소비자 B씨 역시 최근 비슷한 사례를 겪었다.  그는 8월 넷째주에 일본으로 출국하기로 했다. 국내 정서상 여행을 취소하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B씨 역시 마찬가지로 주변의 조롱섞인 놀림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일본 불매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친일'행위를 하는 것이 아닌데 주변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 불편하다"면서 "현재 이뤄지고 있는 일본 보이콧 운동이 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여행을 취소하면 혜택을 준다는 식의 기업 마케팅까지 성행할 만큼 현재 한국사회에서 '일본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면서 "다만 과도한 '반일'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것도 좋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향한 무작정 비난은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효정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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