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을 시작한다. SK하이닉스 HBM 천하도 빠르게 ‘삼성-SK 양강 체제’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엔비디아 딜에 대해 정통한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HBM 제품 공급은 잘 진행되고 있다. 삼성 HBM은 수일 내에 엔비디아에 납품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모델명과 수주 물량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HBM3E 8단 제품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진행된 1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HBM3E의 사업화는 고객사 타임라인에 맞춰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8단 제품은 이미 초기 양산을 개시해, 빠르면 2분기 말부터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엔비디아 등에 확인 요청을 했으나 모두가 고객 기밀 사항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메모리의 정점’ HBM 시장, 지각변동 불가피... 올해가 그 원년
이번 납품 개시로 HBM 시장의 대규모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현재 엔비디아향 HBM은 SK하이닉스가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엔비디아 독점 체제’가 깨지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HBM은 인공지능(AI) 반도체가 차세대 산업의 근간으로 떠오르며 수요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스포스는 올해 HBM의 수요 성장률이 200%에 이르며 내년에는 그 두 배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마이크론 9% 순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차세대 메모리로 각광 받는 HBM3E 12단 제품의 양산 시기를 2분기로 발표했다. 이에 맞서 SK하이닉스는 이천 본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같은 제품의 양산 시기를 3분기로 앞당겼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은 최근 사내 경영 현황 설명회에서 “2라운드는 우리가 승리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역량을 잘 집결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며 추격 의지를 내보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HBM 원팀 태스크포스’와 지난달 메모리사업부에 차세대 HBM 개발 전담팀을 신설했다. 이를 통해 2월 HBM3E 12단 제품의 연구 개발에 성공하며 HBM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SK하이닉스 추격을 본격화했다.
또한 최근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HBM3E 12단 제품의 구체적인 양산 시기를 내놓았다.
김 부사장은 “업계 최초로 2분기 중 양산을 시작한다. HBM 공급 규모를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려가고 있다”며 “내년에도 올해보다 최소 2배 이상 공급할 계획이고 HBM3E 비중은 연말 기준 HBM 전체 판매 수량의 3분의 2 이상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절대강자 삼성의 맹추격에 SK하이닉스는 ‘비상’
삼성전자의 추격에 SK하이닉스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3분기 양산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전자의 추격에 자신감을 보이며 시장 수성 의지를 다지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HBM3E 12단 제품의 샘플을 5월에 제공하고 3분기 양산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방심하지 않고 우리 페이스에 맞춰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기술과 제품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최우진 SK하이닉스 부사장은 “MR-MUF 기술이 고단 적층에서 한계를 보일 수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확장 MR-MUF기술로 이미 HBM3 12단 제품을 양산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 공급이 본격화되면 ‘메모리의 공룡’ 삼성전자가 빠른 시일내에 하이닉스를 추격해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선행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