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칼럼]빛바랜 해운재건 5년...HMM 지배구조 리스크 해소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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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칼럼]빛바랜 해운재건 5년...HMM 지배구조 리스크 해소가 관건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2.01.25 11:05
  •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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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알헤시라스호가 지난해 5월 8일 중국 얀티안항에서 선적하는 모습 [사진=HMM]
HMM알헤시라스호가 지난2020년 5월 8일 중국 얀티안항에서 선적하는 모습 [사진=HMM]

정부는 지난 2017년 2월 한진해운 파산에 따른 물류대란을 겪으면서 해운산업 재건의 필요성을 절감한 정부는 HMM(옛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그해 8월 해양진흥공사법을 발의했고, 이듬해인 2018년 1월 한국해양진흥공사법이 제정됐다.

그리고 정부는 법정 자본금 5조원의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을 추진해 그해 7월 5일 해진공이 공식 출범했다. 

그리고 만 4년이 흐른 지금 해운재건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해운재건의 중심에 있는 HMM(대표이사 배재훈)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HMM은 지난 2020년 10년간 이어졌던 적자의 굴레를 벗어나 사상최고의 매출(6조4133억원과 영업이익(9808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매출 약 13조5000억원, 영업이익 약 7조원의 경이적인 실적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韓조선·철강도 해운재건 파급효과 누려...지난해 수출·무역 사상최대 기록

정부의 해운재건에 따른 수혜는 조선업에도 이어졌다. 정부는 해운재건의 핵심 정책으로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포함해 선박 200척을 발주한다는 계획이었고, 실제로 지난해 '문재인정부 4년 100대국정과제 추진실적'에 따르면 2020년까지 3년간 126척의 선박이 국내 조선소에 발주됐다. 

선박건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재료는 후판(선박제조용 철판)이므로 철강산업에도 파급효과가 미쳤다. 

지난 2018년 조선과 철강산업은 수주가뭄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고, 지난해 철강산업이 사상 최대 수익을 올린 것이나, 조선업체들이 수주목표를 대폭 초과 달성한 바탕이 해운재건 지원이었던 셈이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에 의하면 지난해 수출은 6445.4억달러(전년비+25.8%), 수입은 6150.5억달러(전년비+31.5%)를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294.9억달러로 1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팬데믹의 어려움과 국제적 이슈인 공급망위기 속에 이뤄진 것이어서 특별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따른 신조 선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HMM에 인도된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지금까지도 대부분 만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수입액도 사상최초로 6000억달러를 넘으면서 무역액도 사상 최대 규모(1조2596억달러)를 달성했다. 이로써 세계 무역순위는 9년만에 8위로 상승했다. 

해운재건이 없었다면 이는 불가능했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K해운재건의 그늘...HMM, K·디스카운트의 민낯 드러나

이같이 빛나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당초 목표했던 해운재건이 성공한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달 프랑스 해운분석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HMM의 선복량은 약 82만TEU로 세계 8위다. 해운재건 계획 이전에는 해운동맹 정회원이 아니었고, 선복량도 현재의 절반인 40만 TEU에 불과했다. 게다가 초대형 선박과 신조 선박은 턱없이 부족했고, 용선률이 높아 비싼 용선료를 지불해야 했다. 

글로벌 톱10 해운사의 양적 비교 [자료=알파라이너/구글금융]

용선률은 톱10 중에 가장 낮고 신조 선박비율과 초대형선박비율은 가장 높다. 해운재건 4년만에 장족의 발전을 한 셈이다. 

그런데, 시가 총액은 25일 종가 기준으로 HMM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복량이 절반 정도인 완하이라인(약 16조원)에 비해서도 4조원 이상 적었다. 

5~10위권 해운사의 지난 5년간 주가 상승폭 비교 [자료=구글금융]

HMM과 가장 비슷한 규모의 대만 양밍해운은 용선률이 HMM의 두배에 이르고 선복량도 16만 TEU 정도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주가 상승폭에서 3배 가량 차이가 난다. 

5년전인 2017년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703~990을 기록했다. 이달 SCFI는 평균 5086으로 6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러니 경쟁 해운사의 주가 상승률은 설득력이 있다. 

그에 비해 HMM의 시가총액이나 주가 상승률은 이른바 '코리아디스카운트'가 아니고는 설명이 어렵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표적 수단으로 꼽히는 것은 상환기간이 없는 공매도와 유상증자, 물적분할, 전환사채(CB)를 통한 주식 수량 증가다. 

미국 증시 상장 기업은 수익이 나면 주식을 매입해 소각함으로써 주식수를 줄여나가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이 수익이 나면 최대 주주가 편법을 통해 주식을 늘리고 지분을 확대한다. 

HMM은 정부기관이 직접 관리하는데도 그런 일이 생겼다. 정부가 코리아디스카운트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셈이다. 

산은·해진공, CB통해 지분 늘려...금융위, 법률 개정하고도 침묵

HMM의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회장 이동걸)과 올해부터 단독관리를 맡은 2대주주 해진공은 최근 공시를 통해 아직 전환하지도 않은 전환사채까지 모두 지분으로 계산해 공시했다. 이들이 공시한 지분은 71.68%다. 

한편, 산업은행 등에 대한 관리감독권한을 가진 금융위원회(위원장 고승범)는 전환사채(CB) 시장 건전성 제고를 위한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지난달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는 ‘증권시장 불법·불건전행위 근절 종합대책’(2020년10월)의 후속조치로 지난해 10월27일 의결 공시한 바 있다. 금융위는 이같은 결정을 "CB전환을 통해 '기존 주주 주식가치 희석화, 최대주주 지분확대에 악용, 불공정거래에 활용하는 것'을 금하기 위함"이라고 명시했다. 

그런데, 해진공은 하루 전인 지난해 10월26일 HMM의 CB조기상환 요구를 묵살하고 주식으로 전환해 지분을 19.96%로 늘렸다. 기존 주주의주식가치를 희석하고 최대주주지분확대에 악용한 것이다. 

금융위는 산은과 해진공이 행한 CB전환을 불법·불건전행위로 보고 이를 금하는 개정안을 공시하고도 시정권고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개정 시행령에 따르면, 산은이나 해진공은 남은 CB를 전환하기 어렵다. 

또한 CB는 만기별로 돌아오는 금액이 달라서 처음 전환할 때보다 점차 이익이 줄어든다. 기존 최대주주가 가장 많은 손해를 보기 때문에 최대 주주인 산은과 해진공이 기존 지분 가치가 희석되는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이익도 별로 없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국민의 혈세를 회수할 생각은 않고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모양새라는 점이다. 약 150여명이 근무하는 해진공의 2020년말 자산은 8조8000억원을 넘어섰다. 

더구나, 이들의 최대주주인 기획재정부 입장에서는 국민연금과 신용보증기금이 가진 지분이 희석되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이미 공공지분이 절반을 넘은 상태에서 실익도 없고 명분도 없는 불건전 행위를 자행하겠다고 공시를 한 셈이다. 

지난해 5월 HMM은 MSCI지수에 편입돼 모건스탠리를 비롯한 외국자본의 대량 매수가 이뤄졌다. 당시 매입단가는 주당 5만600원, 수량은 약 1100만주로 추정된다. 

이후 산은의 CB전환이 이뤄지면서 대량의 공매도가 이어졌다. 바로 이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국제 해운업계에 따르면, 올해는 지난해보다 해운사들이 더 많은 영업이익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는 HMM의 최근 보고서에도 나와있다. 

국제 해운분석기관 드류리의 시니어 컨설턴트 필립 다마스는 "올해 계약운임은 지난해 수준 대비 최고 60% 이상 높아질 것이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환율도 전년 대비 약 10% 정도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7조가 넘는 영업이익을 올린 HMM이 올해 8조 이상을 벌어들인다면 시가총액보다 더 많은 유보금을 보유하는 난해한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해수부 장·차관, 서로 다른 입장? ...기재부·금융위, 적극 나서야 할 때 

해진공의 실질적인 주무부서인 해수부는 실상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부서의 수장인 장관과 차관이 한달만에 매각 계획을 두고 다른 견해를 내놨기 때문이다. 

엄기두 해수부 차관은 지난해 하반기 "올해 1분기에 매각 계획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HMM은 아직 매각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HMM이 정부에 진 빚을 다 갚고 안정적으로 당기순이익이 성장하면 시장에서도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문 장관은 “거위가 계속 황금알을 낳을 수 있게끔 튼튼하게 만드는 게 우리 역할”이라면서 “그렇게 됐을 때 정부의 빚을 갚게 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의 빚을 갚게 한다'는 것은 CB 상환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반면, 지난달 해진공은 CB를 모두 지분으로 공시했다. 이는 CB상환을 거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크게 증폭시켰다. 

문 장관이 밝힌 것처럼 HMM은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60%를 넘고, 이미 모든 빚을 다 갚고도 남을 만큼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 거위가 얼마나 더 튼튼해지느냐는 민영화에 달렸다는 것이 해운업계의 시각이다. HMM 못지 않게 다른 해운사들도 엄청난 이익을 창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과감하게 미래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재건을 위해 정부가 수조원의 국민 혈세를 지원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면 이제 혈세를 회수해 또 다른 해운회사를 지원해 육성하고, 해운 인프라를 확충해 공급망 위기를 풀어 나가는데 활용해야 한다. 

국제 공급망 위기는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점을 감안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는 산하 기관들을 감독하고 관리할 책임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적극 나서야 한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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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상 2022-01-26 09:20:52
정부가 투자자들에게 사기를친다
이정도면사기지

나그네 2022-01-25 23:43:22
조중동은 이런 기사를 보고 배워야한다.

김신일 2022-01-25 19:02:25
응원합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배임죄 2022-01-25 17:23:20
무능한 해양진흥공사와 정부기관들의 민낯이 들어났네요

임형관 2022-01-25 14:24:35
이분 진짜 기자님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