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만연한 납품업체 ‘갑질’ 무엇이 문제인가…일각 "소송중지제도 도입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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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만연한 납품업체 ‘갑질’ 무엇이 문제인가…일각 "소송중지제도 도입 촉구"
  • 이용준 기자
  • 승인 2021.12.0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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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납품업체 갑질한 7개 홈쇼핑업체 과징금 부과
"소송중지제도 등 하도급법 개정안 신속한 국회통과 필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협상력이 약한 납품업체를 상대로 납품가 인하, 판촉비 전가 등을 압박하는 하도급 ‘갑질’을 단속하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유통업계의 납품업체 갑질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소송중지제도’ 등 하도급법 개정안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지난 5일 공정위는 일부 대기업 홈쇼핑업체를 대상으로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악용해 대규모유통업법(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어긴 7개사에 시정(재발 방지, 법 위반 사실 통지) 명령과 과징금 총 41억46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GS홈쇼핑, 롯데홈쇼핑, NS홈쇼핑, CJ온스타일, 현대홈쇼핑, 홈앤쇼핑, 공영쇼핑 등 총 7개사는 파견조건을 서면 약정하지 않고 종업원 파견비를 납품업체에게 전가했다. 3년간 1만7000여명의 파견직 고용을 위한 인건비를 납품업체가 부담한 것.

이밖에도 홈앤쇼핑을 제외한 나머지 6개사는 판촉비 부담약정을 생략하고 사은품, 가격할인 등 판촉비를 전부 납품업체에 떠넘겼다. 특히 롯데홈쇼핑은 직매입 계약 시 “경쟁사에 더 싸게 납품하지 말라”며 납품업체의 단가 결정권을 제한하기도 했다.

홈쇼핑 업체의 횡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정위는 이들이 2015년부터 지난 6월까지 최저가 납품조건 설정, 부당 반품, 상품판매대금 지연지급, 계약서면 즉시교부 위반 등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우월한 협상력을 이용한 하도급 ‘갑질’ 문화는 홈쇼핑업계뿐 아니라 유통업계 전반에 걸쳐 만연하다. 심지어 온라인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대기업 조차 갑질 피해자가 됐다. 앞서 쿠팡은 LG생활건강에 대한 판촉비 전가, 단가 개입, 광고게재 강요 등을 이유로 공정위에게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소송중지제도 등 하도급법 개정안, 최종 국회통과 촉구 목소리도

한편 하도급 갑질 문화는 개별 기업뿐 아니라 유통 시스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다. 기업간 불신이 강해지면 시스템에 참여한 구성원들의 협조시간이 지연되고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한다. 또한 납품업체의 공급감축을 대비한 재고량 비축은 유통업체의 수익구조도 악화시킬 우려도 있다. 이밖에도 참여 구성원들간 접촉빈도가 낮아지고 상호간 정보공유가 정체된다면 유통시스템 전반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처럼 하도급 갑질 문화는 유통산업 발전에 역기능적이지만 현행법상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공정위가 원사업자와 하도급 납품업체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신청사례는 극히 드물다. 협상력이 약한 중소 납품업체 입장에서 대기업과 분쟁은 부담스러울뿐더러, 거래거부 등 보복시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중소기업 51.9%가 거래단절을 우려해 참았고, 분쟁조정 신청 후 거래를 지속한 경우는 4.8%에 불과했다.

특히 현행법상 분쟁조정 중 소송이 제기될 경우 분쟁조정절차가 중단되기 때문에 원사업자가 하도급법을 악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중소 납품업체 입장에서 분쟁조정절차가 중단 및 연기된다면 소송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조정 취하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공정거래조정원 자료에 따르면 하도급 분야 분쟁조정 건 중 약 10%가 조정절차 중 소송제기로 종결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분쟁조정절차 중 소송을 금지하는 ‘소송중지제도’ 도입을 신속히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관련 법은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발의했고, 11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2소위를 통과했다. 하지만 아직 국회 최종통과는 확정되지 않아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최근 하도급업체 피해구제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천명했고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 홍보도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분쟁조정 후 보복조치에 대한 보호규제안을 마련하고, 소송중지제도, 표준하도급계약서 등을 활성화하기 위한 하도급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납품업체의 협상력 증대를 선행할 필요가 있다”고 6일 <녹색경제신문>에 전했다.

이용준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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