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이슈] 하반기 마지막 대어 SD바이오센서, 공모가 낮춘 이유는…"하향 흐름 물꼬 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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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이슈] 하반기 마지막 대어 SD바이오센서, 공모가 낮춘 이유는…"하향 흐름 물꼬 트나"
  • 노우진 기자
  • 승인 2021.06.14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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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PO 일정 미뤄진 SD바이오센서, “잘 나가는데도 왜?”…시장 흐름 영향받았다
- “우리도 공모가 내려야 하나”…흥행 위해 고민하는 기업들, 결단 내려야 할 수도

상반기 마지막 IPO(기업공개) 대어로 여겨지는 SD바이오센서가 거품 논란 끝에 희망 공모가를 낮추는 결단을 내렸다. 이 회사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라는 '단기 특별 이벤트'로 몸값이 치솟았으나 "지나친 거품"이란 시장 비판을 받았다. 

이 같은 결정은 IPO 시장의 거품에 대한 반성이 나오는 시점과 맞물리며 공모가 하향 흐름의 물꼬를 트게 될지 관심을 모은다.

실제 하반기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들 가운데 거품 논란과 흥행 고민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업체가 여럿 있다. 상반기 상장했던 기업들 가운데 공모가를 밑돌며 수익률이 급감하자 투자자들 관심도 식고 있다. 


SD바이오센서, 공모가 희망밴드 대폭 낮춰…“희망 공모가 하향, ‘신의 한 수’ 될까”


SD바이오센서는 최근 공모가 희망밴드를 4만5000~5만2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기존 희망밴드는 6만6000~8만5000원이었다. 금융감독원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한 상황을 역이용해 문턱을 낮춘 것이다. 

SD바이오센서는 지난 10~11일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금융감독원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며 7월 초로 IPO 일정을 연기했다. 이후 SD바이오센서는 자발적으로 공모가 하향을 검토했고 이후 공모가 희망밴드를 수정한 정정신고서를 제출했다.

김중곤 NH투자증권 ECM본부장은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신고서를 제출한 후 비교기업인 씨젠 등의 주가 흐름을 고려해 하향을 결정했다”며 “시장 친화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흥행을 이끌기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한국투자증권과 더불어 대표주관사로서 SD바이오센서의 공모를 이끌고 있다.

SD바이오센서의 거품 논란은 이전부터 있었다. 1차 정정에서 주관사는 비교기업으로 씨젠·써모피셔사이언티픽·퍼킨엘머 등 3곳을 선정했다.

써모피셔사이언티픽은 SD바이오센서에 비해 기업 규모가 훨씬 크고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비교기업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여기에 써모피셔사이언티픽은 상대적으로 PER(주가이익비율)이 높아 SD바이오센서의 ‘몸값 부풀리기’ 의혹을 더욱 키웠다. SD바이오센서의 예상 몸값은 진단키트 대장주인 씨젠의 시가총액 2~3배에 달한다.

여기에 실적 지속성이 크지 않다는 것도 지적돼왔다. SD바이오센서가 코로나19 진단키트 판매에 힘입어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SD바이오센서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6862억원에 영업이익 7383억원을 달성했다. 순이익은 6156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로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급증했다. 올해는 1분기에만 매출 1조1791억원에 영업이익 5763억원, 순이익 4370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대비 매출은 22배, 영업이익은 500배 가까이 급증했으며 순이익 역시 190배 이상 늘었다.

백신 접종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면 실적 역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SD바이오센서 역시 이러한 우려를 의식하고 있어 문턱을 낮춘 것으로 보인다. SD바이오센서의 몸값이 코로나19로 인해 급성장한 실적을 바탕으로 도출된 것이기 때문이다.

SD바이오센서의 수요예측은 다음 달 5~6일로 미뤄졌다. 청약 역시 다음 달 8~9일 이뤄질 예정이다. 


상장 대기 기업들, “SD바이오센서도 내리는데 우리도?” 공모가 하향 흐름 생길까


청약 과정에서 놀라운 기록을 세우며 관심을 모았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고 있다. 에이치피어·씨앤씨인터내셔널·진시스템 등은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에서 결정했으나 상장 이후 공모가에도 못 미치는 주가를 기록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주에 대한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며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기업이 늘어나는 것은 고점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눈높이를 낮춘 SD바이오센서가 흥행에 성공하고 좋은 성적을 낸다면 하반기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들에게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

특히 거품 논란이라는 선결과제를 안은 기업들에게는 더욱 좋은 길라잡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SD바이오센서와 마찬가지로 몸값 거품 논란에 시달려왔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장외시장 기업가치는 10조6334억원이다. 동종업계의 대장주라 할 수 있는 현대건설의 시가총액 두 배에 이른다.

하반기 최대어인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 역시 거품 논란에 발목을 잡힌 상태다. 게임업계 최대어인 크래프톤의 기업가치는 25조4100억원 수준이다. 경쟁기업인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시가총액이 각각 18조원과 10조원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크래프톤의 장외 몸값이 얼마나 높게 형성되어있는지 알 수 있다. 전년 매출 역시 엔씨소프트가 크래프톤을 한참 웃돈다. 엔씨소프트의 전년 매출은 2조4162억원인 반면 크래프톤은 1조2925억원 수준이다.

카카오뱅크 역시 42조7000억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으나 증권업계에서는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고속성장과 높은 수익성을 감안하더라도 이미 상당한 프리미엄이 형성됐다”며 “국내 금융주의 기업가치 산정 방식으로는 정당화되기 힘든 밸류에이션”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해외 인터넷전문은행 사례를 참고했을 때 카카오뱅크의 적정가치는 약 15조원 수준”이라며 “금융업종 내 지배력 강화 등이 수반되어야 시중은행 이상의 기업가치 정당화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물론 현대엔지니어링·크래프톤·카카오뱅크 등은 SD바이오센서와 경우가 다르다. SD바이오센서의 거품 논란은 코로나19라는 특별 이벤트로 인해 급증한 기업가치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별 이벤트가 끝난 후 실적의 지속 가능성이 낮다는 지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반면 현대엔지니어링·크래프톤·카카오뱅크의 거품논란은 장외시장의 기업가치 고평가 흐름 때문이다. 비상장기업과 장외시장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며 상장기업에 비해 기업가치가 높게 책정되는 일이 속출했다.

하지만 공모주 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진 것은 모든 IPO 기업이 마주한 현실이다. 상반기에 상장한 기업들이 잇달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자 투자자들의 마음이 떠나고 있다. 기업들은 저마다 거품 논란을 종식할 방법을 찾으며 새로운 '흥행 필승법' 탐색에 나섰다. SD바이오센서의 승부수가 좋은 해법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노우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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