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취재] 전기차, 급발진 의심은 되는데 완성차업체는 "이상 없다" 주장..."소프트웨어 충돌로 인한 오작동 가능성"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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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취재] 전기차, 급발진 의심은 되는데 완성차업체는 "이상 없다" 주장..."소프트웨어 충돌로 인한 오작동 가능성"제기
  • 정은지 기자
  • 승인 2021.06.11 1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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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신호는 소프트웨어로 작동...소프트웨어의 충돌이나 오작동으로 인한 차량 급발진 '가능'
-대부분 운전자의 '운전 미숙'으로 결론나기 일쑤...최종적으로 급발진이 인정된 사례는 없어
-엔진 없는 전기차 급발진에 원인 규명 '오리무중'...소프트웨어 충돌 증명은 어려워
최근 급발진 사건이 발생한 코나 일렉트릭 모델 [사진=네이버 자동차]

최근 전기차 급발진이 의심되는 사고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 문제는 의심의 여지가 있음에도 조사 결과는 '운전자 부주의'로 마무리될 뿐 급발진이 인정되지는 않아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리콜이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에는 택시용 코나EV차량의 급발진이 의심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차주 A씨는 해당 차량을 몰고 무려 1.4km를 질주하는 끔찍한 사고를 경험했다. 조수석에 탔던 동승자는 늑골 골절을 당해 치료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당시 차량이 주행중 급가속 하는 증상이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제동이 되지 않고 시동을 끄려고 했지만 반응이 없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차량은 신호대기 차량과 부딪친 뒤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린 뒤 가드레일을 한참 긁고 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현대차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차주 A씨의)개인정보이용 동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조사가 불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사고 당시 엑셀을 밟았는지 혹은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EDR을 분석하려면 개인정보 동의가 필요하다. A씨는 개인정보 이용에 동의하지 않은 상태다.

A씨가 운전한 차량은 신호대기 차량과 부딪친 뒤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린 뒤 가드레일을 한참 긁고 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 [사진=MBN뉴스 캡쳐]

A씨는 버스 운행 수십년 경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택시 면허 취득 이후 무사고로 운전을 이어온 배테랑 운전사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한 번만 충전하면 하루 영업을 할 수 있어 전기차를 선택한 A씨는 2019년 9월경부터 차가 밀리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비슷한 증상을 몇 번 겪다 결국 한차례 사고가 발생해 수리를 진행한 A씨는 현대차에 급발진 의심을 호소했지만 현대차와 국과수의 조사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운전자 과실로 판명난 것.

ECU 일부를 가는 등 수리가 깨끗이 완료됐음에도 2020년도에 같은 증상이 나타나 핵심 부품을 갈았음에도 약간씩 툭툭 밀리듯 정지하는 애매한 상태가 지속돼 오던 와중에 이와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현대차 관계자는 "차량이 국과수에서 검사를 받고 고객 부주의로 결론이 나 차주가 직접 수리를 진행했다"며 "해당 사건은 본인도 인정하고 마무리 됐다"고 말했다.

차량의 급발진 원인 '미궁'...단순히 운전자 부주의만으로 결론 짓기는 어려워

하지만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차량의 급발진 원인을 규명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아 단순히 운전자 부주의만으로 결론 짓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 의원은 완성차 업계는 리콜로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낮으면 아예 리콜을 진행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급발진 문제는 '원인불명'이나 '소비자 과실'로 덮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과거에도 완성차 업체는 사고를 포함한 데이터를 내놓지 않았다"며 "급발진 문제의 경우 완성차 업체도 해결이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보상으로 마무리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도 이 의원과 비슷한 생각이다. 전류가 많이 흐르다 보면 오류가 생길 수 있는데 이를 밝히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해외에서는 차량에 문제가 없다는걸 완성차 업체가 밝혀야 무죄가 입증되는 구조인 반면 우리나라는 운전자가 밝혀야 하는 상황"이라며 "법적인 체계 자체가 바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급발진이 일어난다면 주차돼 있는 자동차에 받거나 가드레일을 이용해 점차 속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로수나 가로등과 같은 수직 구조물에 받을 경우 에너지가 한 곳에 집중돼 에어백이 터지지 않아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기차의 급발진의 원인으로 업계는 '소프트웨어의 충돌'을 새롭게 지목하고 있다. 전장 부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조금만 신호가 잘못 전달돼도 치명적일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이 의원은 "미래차는 데이터로 움직이는데, 소프트웨어의 충돌을 조명할 수 있는 방법이 아직까지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A씨가 운전한 차량은 신호대기 차량과 부딪친 뒤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린 뒤 가드레일을 한참 긁고 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 [사진=MBN뉴스 캡쳐]

 

정은지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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