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화 기생충과 게임 패러사이트 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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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영화 기생충과 게임 패러사이트 이브
  • 이준혁 게임전문기자
  • 승인 2020.02.13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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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하는 대이변을 기록하며 명실상부하게 한국 영화는 이제 변방이 아닌 세계적인 수준의 영화라는 것을 인정받게 됐다. 그리고 게임에서도 기생충이란 이름을 가진 게임이 있다. 바로 1998년 3월,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발매됐던 패러사이트 이브다. 제목에 기생충이라는 단어만 들어갔을 뿐 그 어떠한 연관성도 없다.

 
하지만 이 게임의 엔딩 스탭롤을 보면 꽤 많은 한국인 개발자들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 지금이야 세계적인 게임에서 한국 개발자의 이름을 찾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1998년만 해도 한국인 개발자들이 해외의 유명 게임에서 활약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 말은 그 당시의 한국 게임은 세계적 수준이 아니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당시 한국 게임은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까지는 아시아권에서만 인기를 얻었을 뿐 미국이나 유럽에 많이 수출되지 않았다. 그래픽풍, 소재, 게임 시스템, 개발력 등이 모두 해외. 특히 서양이나 일본 개발사에 비해 뒤쳐졌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90년대 후반부터는 PC 패키지 게임에서 온라인 게임으로 눈을 돌리던 시기였고, 당시 온라인 게임은 마이너한 장르였기 때문에 비디오 게임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아시아 일부 국가만 수출할 수 있던 시절이었다.
 
그런 면에서 패러사이트 이브의 한국인 스탭들의 참가는 당시로서는 꽤 놀라운 일이었다. 메인 프로그램도 한국인이었고(패러사이트 이브의 엔진은 파이널 판타지 8에도 활용됐다), 그래픽 부분은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패러사이트 이브는 게임 초반부에 등장하는 오페라 동영상 장면이 큰 화제가 되었는데, 그러한 동영상 중 상당수가 한국인 스탭들이 개발했던 작품이다.
 
참고로 이제는 세월이 많이 흐른 만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으므로 패러사이트 이브라는 게임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한다. 패러사이트 이브는 액션 어드벤처 게임으로, 스퀘어의 전설적인 개발자 사카구치 히로노부가 감독을 했고, 노무라 테츠야가 캐릭터 디자인을 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게임이다. 원작은 동명의 호러 소설로서, 게임에서도 일부 설정이나 등장인물 등이 겹친다. 당시에 세계적 인기를 얻었던 캡콤의 바이오 하자드처럼 배경은 2D, 캐릭터는 3D로 제작됐다. 스퀘어 일본이 아닌 미국에서 개발을 담당했던 게임으로, 일본에서만 100만장 이상이 판매되는 등 괜찮은 판매량을 기록했고, 흥행에 성공함에 따라 후속작도 개발됐다.
 
아무튼 22년 전에는 세계적인 게임 회사에서 한국인 스탭들을 찾는 것은 힘들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제는 국내 게임 회사들도 기술력과 개발 경험이 쌓이면서 실력 있는 개발자들이 많아졌고, 그 중에는 해외 유명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를 세계에서 인정 받는 계기를 만들었다면 게임 업계도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게임이 서서히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미 배틀그라운드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게임의 위상을 세계에 알린 바 있고, 최근에는 비디오 게임기로의 제작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지고 있어 영화 기생충처럼 한국 게임이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되는 날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준혁 게임전문기자  gamey@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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