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잡겠다더니...” 사모펀드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 폐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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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잡겠다더니...” 사모펀드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 폐기 위기
  • 이석호 기자
  • 승인 2020.01.17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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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금융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br>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br>

 

21대 총선이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사모펀드 제도 개편에 대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된 지 1년이 넘도록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 20대 국회에서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2018년 9월 사모펀드 체계 개편방향 발표...법안 발의 1년 넘게 국회 표류

지난 2018년 9월 금융당국은 ‘이원화된 사모펀드 운용규제 일원화’, ‘기관전용 사모펀드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사모펀드 체계 개편방향’을 발표했다.

기업 성장, 일자리 창출 등 생산적인 분야로 자금이 흘러갈 수 있도록 모험자본을 육성하기 위해 사모펀드 규제를 풀고, 해외에 비해 국내 사모펀드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역차별 요소로 이원화된 규제 체계를 일원화시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자는 취지다.

해외와 달리 국내 사모펀드는 ‘경영참여형(PEF)’과 ‘전문투자형(헤지펀드)’으로 구분돼 이원화가 돼 있다. 해외 자본의 국내 기업 인수에 대응하고자 2004년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를 도입했으며, 글로벌 헤지펀드의 대항마 육성을 위해 2011년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를 도입했다.

그 결과 PEF와 헤지펀드는 이른바 ‘10% 룰’의 적용을 받아 각각 별도의 규제체계를 따르고 있다. PEF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10% 이상을 보유해야 하며, 헤지펀드는 지분보유 의무가 없는 대신 보유주식 중 10% 초과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

PEF는 출자금의 50% 이상을 2년 내 주식투자해야 하며, 취득 주식은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한다. 기업 대출도 금지된다.

하지만 PEF의 경우에는 이 같은 규제로 중소·벤처기업의 중장기 성장자본(Growth Capital) 투자에 적합한 메자닌 투자가 제한되며, 해외 사모펀드가 소규모 투자로도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참여할 수 있는 반면 국내 PEF는 그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역차별이 지적된다.

또한 대규모 M&A에서는 10% 지분투자 규제, 대출 금지 등 제약요인으로 해외 사모펀드가 활용하는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기업대출, 옵션부 투자 등 다양한 인수금융에 제약이 걸려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국내 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을 구분하는 10% 지분보유 규제를 전면 폐지하고, 현행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를 ‘기관전용 사모펀드’로 전환해 업무집행사원(GP)에 대한 검사·감독 능력이 있는 기관(LP)으로부터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하는 제도 도입에 나선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18년 11월 사모펀드 제도 개편에 대한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여전히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올해 5월까지 법안 통과 안 되면 자동 폐기...국내 사모펀드 역할 강화 위해 시급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사모펀드 규모는 약 416조 원 3000억 원으로 242조 3000억 원인 공모펀드 규모를 훌쩍 뛰어 넘었다. 지난 2016년 사모펀드가 공모펀드 규모를 앞지른 이후 현재는 그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추세다.

사모시장은 특히 지난 2015년 10월 사모펀드 제도 개편 후 신규 등록사가 급격히 증가하고, 실물펀드로도 자금유입이 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해왔다. 지난해 사모펀드 이익배당금 규모는 17조 657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7%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의혹에 사모펀드가 거론되면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기도 했다. 또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이어 라임자산운용 펀드환매 중단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하지만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사모펀드 시장 위축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단, 규제 완화 시 리스크 관리와 투자자 보호에 소홀할 수 있어 감독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 달 19일 발표된 2020년 경제정책방향에도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으로 사모펀드 규율 감독 체계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바 있다.

한편, 20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올해 5월까지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자동폐기 수순을 밟게 돼 금융투자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금융투자업 CEO 간담회에서 “사모펀드 업계는 2004년 제도 도입 이후 기업의 중장기 성장자금 공급, 구조조정 및 M&A 활성화 등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강화하는 모험자본의 역할을 해왔다”며 “PEF의 모험자본 역할 강화를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사모펀드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 처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석호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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