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원전 '제로' 시대 현실화...업계, 신 생태계 구축 '발등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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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원전 '제로' 시대 현실화...업계, 신 생태계 구축 '발등의 불’
  • 양현석 기자
  • 승인 2018.09.11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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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해체산업, 준비 턱없이 부족...외국에 맡겨야 할 판
국내 원자력발전소는 신고리5,6호기를 끝으로 더 이상 신규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 없다. 원자력 생태계가 무너지기 전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현실은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신고리5,6호기 건설현장.

“신고리5,6호기 납품을 끝으로 우리 회사의 원자력 사업은 완전히 끝입니다. 업종 전환을 준비하고 있어 원자력과 관련해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신고리5.6호기 건설 중지 반대 시위에도 참여했을 만큼 열정적이었던 원자력부품 중소기업의 대표는 우울하게 말을 아꼈다.

그는 올해 상반기만 해도 언론의 각종 인터뷰에 응하면서 ‘원자력산업 생태계를 무너뜨리지 말라’는 주장을 했던 대표적 인물이었다. 그랬던 그가 “정부 정책에 중소기업이 대항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라며 원자력을 잊고 싶다고 할 정도로 원자력산업계의 중소기업들은 속절없이 무너져가고 있다.

국내 원자력발전소는 신고리5,6호기를 끝으로 더 이상 신규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 없다.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여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건설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어 실질적인 국내 신규 원전은 신고리5,6호기가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신고리5,6호기는 2022년 3월 준공 예정이다. 준공 1~2년 전에 원전 부품 납품이 모두 종료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2020년경이면 국내 원자력 부품 제조업체의 내수 신규 일감은 사라지게 된다.

정부와 한전 등이 추진하고 있는 영국과 사우디 원전 수출의 가능성도 높다고 볼 수 없고, 만약 수출이 된다고 해도 이 두 원전의 일감만으로 국내 부품업체의 수요를 해결하는 것은 요원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그래도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대기업인 두산중공업 등 핵심 원자력 기업들은 그 규모에 맞게 대응이 빠른 편이다.

한수원은 원자력을 넘어 종합에너지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이 용역에는 사명 변경도 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수원은 원전 해체 시대를 대비해 협력사와 기술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국내 유일 원자로 생산업체인 두산중공업은 다행히 풍력산업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원전 해체 경험이 있는 독일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을 축적 중이다.

하지만 여타 중소기업들의 상황은 상기한 것처럼 업종 전환이나 사업장 폐쇄까지도 고민하는 등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식 한국원자력산업회의 부장은 “원자력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기 전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으나, 실질적인 준비 상태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면서 “원전 해체 등 신산업으로의 진입을 위해 민과 관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당장 원자력산업계가 주목하는 분야는 ‘원전 해체산업’이다. 고리1호기를 시작으로 월성1호기 등 운영이 완전히 정지된 원전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12기의 원전 해체가 예정돼 있다.

그러나 원전 해체를 위해 필요한 인력에 비해 우리의 준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와 불안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11일 윤한홍 의원(자유한국당)은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원전산업 생태계 개선방안, 원전 기술인력 수급 및 효율적 양성체계, 원전지역 경제활성화 연구’ 용역자료를 공개하며 “현재 국내 원전 해체분야 인력 규모는 약 100여명으로 1000명 이상을 보유한 프랑스에 비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또 원전 1기가 해체될 때마다 인력 수요가 연간 600여명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장 3년 뒤인 2022년에는 1000명, 2029년에는 4383명까지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현 국내 인력은 총 필요인력의 2.3%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원전 해체분야에 획기적인 인력 확충 노력이 없다면 국내 원전 해체도 외국에 맡겨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된다는 것이 윤 의원의 주장이다.

“낡은 것이 여전히 죽지 않고 새 것이 자리 잡지 못했을 때, 위기는 정확히 찾아온다”는 안토니오 그람시의 격언처럼 준비 없는 변화는 파국이 될 수도 있다. 지금부터라도 서둘러 원자력 생태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주장을 정관계가 귀담아 들어야 할 이유다.

양현석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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