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압박 통했나" 은행권, 사실상 홍콩 ELS 배상안 수용...CEO 등 임원진 징계 여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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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압박 통했나" 은행권, 사실상 홍콩 ELS 배상안 수용...CEO 등 임원진 징계 여부 '관건'
  • 강기훈 기자
  • 승인 2024.03.28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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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29일 이사회 열어 홍콩 ELS 배상 논의
5대 은행, 사실상 자율 배상 결정
금감원 과징금 압박 통한 듯
CEO 등 임원 제재는 가능성 희박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홍콩H지수를 추종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가운데, 시중은행이 투자자들에 자율배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판매잔액이 가장 많았던 KB국민은행마저 임시 이사회를 열어 배상안을 논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자율배상에 나서지 않으면 큰 과징금이 뒤따를 수 있다는 금융감독원의 압박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은 지금까지 배임 혐의를 입을 수가 있다는 이유로 자율배상에 반대해왔다"며 "조단위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후 분위기가 반전됐다"고 설명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오는 29일 열리는 임시 이사회에서 홍콩 ELS 배상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로써 사실상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 당국이 제시한 홍콩 ELS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우리은행이 이사회를 열어 자율배상을 결정한 것을 시작으로 하나은행 또한 27일 투자자들에 배상할 것을 결의한 바 있다. 또 이날과 29일 농협은행과 신한은행의 이사회 또한 각각 예정돼 있다. 

5대 은행이 자율배상을 전격적으로 결정한 데에는 금감원의 압박 주효했다. 지난 11일 금감원은 은행권에 분쟁조정기준안을 제시하며 자율배상을 유도한 바 있다. 

해당 기준안의 핵심은 각 사례별로 판매사의 판매원칙 위반 여부, 투자자의 경험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투자자들에 0~100% 비율로 배상한다는 점이다. 기본배상비율은 20~40%일 것으로 예상되며, 업계에서는 평균 40%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금까지 은행들은 금감원의 기관 제재 압박과 배상액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해왔다. 

은행권이 배상하기로 마음 먹은 이유는 자율배상에 나서지 않으면 최대 조단위의 과징금을 물어야하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판매사들이 불완전판매 등의 사유로 판매원칙을 어길 시 전체 판매액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지불해야 한다. 

금소법 시행 이후 은행권이 판매한 홍콩 ELS는 17조1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불완전 판매가 이뤄진 물량이 30%에 달한다고 가정할 시, 최대 2조5000억원의 과징금을 물어야한다.

그러나, 자율적으로 배상에 나선다면 은행들은 최대치로 잡아도 1조원 안팎의 배상액만을 내면 된다. 홍콩H지수가 지금보다 오른다면 배상액은 더 줄어들기에 은행 입장에선 배상에 나서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한편, 과징금을 줄인다한들 금감원이 내부통제 미흡 등의 책임을 물어 CEO를 포함한 임원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남아있다. 지난 수차례 금감원의 자체 검사 결과, 은행들이 직원 성과평가지표(KPI)에 ELS 관련 배점을 높여 불완전판매를 유도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원진에게 내부통제 미흡 등의 이유로 법적 책임을 묻기란 쉽지 않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실제로 지난 2020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 금감원은 경영진의 내부통제 부실을 근거로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문책경고를 내렸다. 그러나 이에 불복한 손 회장이 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금감원이 내용상의 미흡을 근거로 내린 징계처분은 취소돼야 한다"며 손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별로 배상액은 상이하나, 투자자들에 일정부분 배상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은행권에서 형성돼고 있다"며 "4월 이후 배상 논의가 더욱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금소법 개정 이후 은행들은 홍콩 ELS 관련 법적 책임을 단단히 한 만큼, CEO를 포함한 임원 제재는 웬만해서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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