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점검] '정태영·조희경·구본성·조현아' 재벌가 가족싸움 '백태'..."형제·남매 경영권 분쟁은 골육상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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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점검] '정태영·조희경·구본성·조현아' 재벌가 가족싸움 '백태'..."형제·남매 경영권 분쟁은 골육상쟁"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2.04.21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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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동생들과 '부모님 장례식 방명록' 명단 두고 '형제간 감정 싸움'
-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 한정후견 개시 심판 법원 심판 '불복'...남매간 '전쟁'
- 아워홈 경영권 두고 구지은-구본성 남매간 분쟁...장녀 구미현, 구본성 편에 서 '새 국면'
- 조현아 전 부사장 경영권 분쟁 후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에 '싸늘'...아버지 추모제 불참

최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형제간 부모 장례식 명단 공개를 둘러싼 형제간 다툼을 비롯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 재단 이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의 각각 남매간 갈등이 재벌가의 '집안 싸움'이 꺼지지 않고 있어 그 이유에 관심이 모아진다.

재계 관계자는 "부모가 사망하거나 연로해 영향력이 낮아진 경우 형제 또는 남매 사이에 경영권 등을 두고 분쟁이 벌어진는 경우가 많다"며 "창업주나 2세 경영인은 가족 싸움을 막기 위해 후계자 경영수업에 가장 신경써왔지만 여전히 법적 분쟁 등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태영 부회장의 소송대리인은 지난 15일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판사 성지호)에 '부모님 장례식 방명록을 보여달라'며 친동생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한 이후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 금융권 CEO이자 정몽구 현대자동차 명예회장의 사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매형이라는 점에서 재계에서 주목받는 인물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정태영 부회장 측은 실제 항소 절차를 밟을지 여부는 현재 검토 중이며, 항소 가능 법적 시한을 감안해 우선 항소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정태영 부회장 측은 "부친상 장례식장의 방명록은 이미 동생들에게 공개했으며, 2019년 2월 치러진 모친상 장례식장의 방명록만 이사 중 분실되어 전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앞서 법원은 정태영 부회장의 동생 정해승·정은미씨가 '장남'인 정태영 부회장을 상대로 낸 방명록 인도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방명록 및 화환발송명부에 대해 열람 및 등사하게 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이 장례식 관습과 방명록의 성격 등에 방점을 두고 동생들의 손을 들어준 것.

정태영 부회장의 부친인 정경진 종로학원 회장과 모친은 지난 2020년 11월과 2019년 2월 각각 세상을 떠났다. 부모의 장례를 치른 정해승·정은미씨는 정태영 부회장에게 모친과 부친의 방명록 명단을 보여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정태영 부회장이 제공한 문상객 명단 중 일부 지인의 이름이 누락된 것 같아 이를 확인하고 싶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태영 부회장은 동생 측 조문객을 선별해 해당 명단만 건네준 것으로 전해졌다. 정해승·정은미씨와 관련 없는 문상객 명단까지 제공하는 것은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에서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후 2년이 넘도록 정태영 부회장이 방명록을 보여주지 않자 지난해 동생들은 장례식 방명록 인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방명록의 소유 개념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있다. 재판에서 동생 측은 “방명록은 공동상속인인 자녀들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게 맞다”라고 주장했다. 정태영 부회장 측은 “방명록은 단순한 정보일 뿐 공유물이 아니다”라며 “방명록 공개는 개인 정보를 제공한 문상객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정태영 부회장과 동생 간 갈등은 또 있다.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상속이 이뤄진 재산 10억원 가운데 2억원을 두고도 형제간의 소송이 벌어지고 있다. 정태영 부회장의 2021년 연봉은 100억원이 넘기 때문에 돈 문제가 아닌 감정싸움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2019년에는 동생 중 1명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서울PMC 대주주인 정태영 부회장의 갑질 경영을 막아달라'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고 정태영 부회장은 여기에 명예훼손 소송으로 맞서고 있다. 정태영 부회장이 종로학원과 서울PMC를 세운 정경진 회장의 아들이다. 

한국타이어가(家) 경영권 분쟁...조희경 이사장, 성년 후견인 법원 판결 '반발' 

법원이 조양래 한국앤컴퍼니(전 한국타이어) 명예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기각하자 조양래 명예회장의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즉각 항소하겠다"며 반발했다.

성년후견은 노령이나 장애, 질병 등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들에게 후견인을 선임해 돕는 제도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가사50단독 이광우 부장판사는 조희경 이사장이 조양래 명예회장에 대해 신청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 청구를 지난 1일 기각했다.

이에 조희경 이사장 측은 "일방적이고 비상식적 판결"이라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왼쪽), 조현식 고문(가운데), 조현범 회장

조희경 이사장은 "재판부에서 진료기록 중 일부에 대해 청구인이 열람하지 못하게 막아 놔 현재 사건본인의 객관적 정신건강상태 확인이 불분명하다"며 "정황 증거에 대해서도 가족들간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 등 다툼 여지가 있는 재판에서 의료감정 절차를 건너 뛰고 한정후견 기각 결정이 이뤄진 것은 후견 재판에서 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부당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또 "4명의 자녀 중 3명의 자녀가 '입원정밀감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으나 전혀 반영되지 않은 편파적인 판결"이라고도 했다.

조희경 이사장은 "재판부는 공평하지도 않았고, 절차상의 문제를 없애려는 진지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양심과 법에 의한 판단이 아닌 한쪽 편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독단과 비상식에 의해 판결했다"며 "국립정신건강센터도 입원감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전달했으나 의학 전문가 의견도 무시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가정법원과 정신감정 업무 협약이 체결돼 있는 서울아산병원은 가정법원의 모든 촉탁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음에도 재판부는 공식 촉탁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성년후견심판은 법리적 판단에 앞서 의학적 판단이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정밀입원감정을 통해 회장님의 현재 건강상태가 제대로 판단됐어야 한다. 의료감정 없이 후견신청을 기각한 이번 판결은 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며, 이러한 독단적인 판결에 대해 재판부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20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양래 명예회장은 차남인 조현범 회장(당시 사장)에게 지주사 한국테크놀로지 주식 전부를 넘겼다. 이에 조희경 이사장은 '아버지의 결정이 자신의 뜻에 따른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며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했다.

이는 차남인 조현범 회장이 사실상 후계자로 지목되자 반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앞서 한국타이어에서는 장남인 조현식 고문과 차남인 조현범 회장과의 ‘형제의 난’이 이어져 왔는데, 이때 조희경 이사장은 조현식 고문 편에 섰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양래 명예회장은 형제간의 갈등에 대해 “딸이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라거나 “딸에게 경영권을 주겠다는 생각은 단 한 순간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영권 갈등의 여진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꺼지지 않는 아워홈 경영권 분쟁...구지은 대표와 구본성 전 부회장 '지분 싸움'

'범 LG' 오너 가문 중 하나인 아워홈의 경영권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에 맞서 막내 구지은 대표 편을 들었던 장녀 구미현씨가, 이번엔 구본성 전 부회장과 같은 편에 섰다.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은 맏여동생 구미현씨와 함께 아워홈 보유지분의 동반 매각을 추진 중 이다. 두 사람의 지분을 합산하면 58.62%로, 아워홈 경영권 향방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구지은 아워홈 대표이사(왼쪽), 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

구본성 전 부회장의 아워홈 지분 매각 자문사인 라데팡스파트너스는 지난 13일 “아워홈 지분 20.06%를 보유한 구미현 주주가 지분 매각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식자재 유통업체인 아워홈은 창립자 구자학 회장의 1남 3녀가 99%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구자학 창립자는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아들 중 한명이다. 

구자학 회장의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지분 38.56%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장녀인 구미현씨가 20.06%(자녀 지분 0.78%포함), 차녀인 구명진씨가 19.6%, 삼녀인 구지은 부회장이 20.67%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은 지난 2월 법률대리인을 통해 보유 지분(38.6%) 전량을 매각하고 회사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구지은 부회장의 오빠다. 

장남의 지분율이 가장 높지만 아워홈은 경영권을 놓고 남매 간 갈등을 겪었다. 지난 2020년엔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복 운전 혐의로 실형을 받은 후 회사로부터 횡령·배임 혐의로 피소 됐으며, 지난해 6월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구미현씨가 지분 매각에 동참하기로 함에 따라 아워홈은 다시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씨의 지분을 합하면 58.62%로 인수 주체가 과반 이상의 지분을 획득해 아워홈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구본성 전 부회장의 지분 매각 작업은 경영권 확보 메리트가 없어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구미현씨와의 동반 매각이 성사됨에 따라 시장의 관심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약 58%로 매각 지분이 늘어나 최대주주 프리미엄이 더해지면서 관심을 보이는 곳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

라데팡스파트너스 측은 “기존 접촉했던 다수의 잠재적 원매자들에게 변경 조건을 알리고 투자안내서 배부, 입찰 등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라며 “5월 중 예비입찰을 받아 실사까지 순조롭게 진행되면, 7월말까지 최종 낙찰자 선정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워홈의 경영권 갈등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태인 셈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 아버지 추모제 3년째 불참...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갈등 '여진'

한진그룹 오너 가문의 경영권 갈등도 완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분쟁 이후 감정의 골이 크다.

지난 4월 8일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3주기 추모 행사가 열려 고인의 장남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해 차녀 조현민 한진 사장, 아내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등 일가족이 참석했다. 하지만 장녀인 조현아 전 부사장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이로써 3년째 추모제에 참석하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조현아 전 부사장이 동생인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뒤 사이가 멀어졌다고 관측하고 있다.

앞서 조현아 전 부사장은 2020년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과 3자 연합을 구성해 조원태 회장을 대상으로 경영권 다툼을 벌였지만 표 대결에서 패배했다. 결국 3자 연합은 2021년 4월 해체됐고 조현아 전 부사장이 한진칼 지분을 절반 이상 매도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조원태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민 한진 사장

올해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이변은 없었다. 조원태 회장 측과 KCGI가 사외이사 선임과 정관 일부 변경 안건 등을 둘러싸고 벌인 2년 만의 표 대결에서 조원태 회장 측이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한진은 이로써 KCGI와 경영권 분쟁을 완전히 끝내고 조원태 회장 체제를 굳건히 했습니다.

반면 조현아 전 부사장은 “동생 조원태 회장은 부친의 공동경영 유훈을 지키지 않는다”며 줄곧 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진 오너 가문은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됐지만, 남매간의 갈등은 완전히 봉합하지 못한 모양새다.

재계의 잇단 경영권 분쟁은 앞으로 다소 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재계에서 벌어지는 '집안 싸움'은 일종의 '재벌 잔혹사'이자 '골육상쟁'이다. 돈은 피 보다 진하다"라면서도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사례에서 보듯이 외아들이 많아지면서 분쟁 없이 경영권 승계가 나타나기도 한다. 앞으로는 누가 경영 능력이 뛰어난지가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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