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야기] '기계공학도' 조성환의 현대모비스, 전사적 투자·인재 육성으로 미래 모빌리티 산업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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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이야기] '기계공학도' 조성환의 현대모비스, 전사적 투자·인재 육성으로 미래 모빌리티 산업 이끈다
  • 정은지 기자
  • 승인 2021.09.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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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연기관차의 축소와 전기차 시대로의 돌입...안정적 배터리 확보에 심혈
- 급변하는 전기차 시장, 배터리 안전성이 최대 화두...조 대표 "안전이 기업의 미래 가치"
- 배터리시스템 생산 확대 기술 개발에 집중...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개발에도 박차

‘별의 순간’이란 무엇인가. 한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운명의 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선대의 말 한마디가 웅장한 울림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책에서 읽은 한 구절 또는 사소한 이벤트가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별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기업인에게도 별의 순간이 있다. 이 별의 순간은 기업인 개인의 운명은 물론 국가미래까지 변화시키는 ‘터닝 포인트’다. 산업을 재편하고, 일반인의 일상과 사회의 미래까지 바꾸는 거대한 수레바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별의 순간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 회장의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애플의 아이폰을 보고는 스마트폰 시대에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되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카카오톡을 창업한다. 단순한 생각이 그에게는 카카오를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게 하는 터닝 포인트였다.

<녹색경제신문>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움직이고, 결정하는 주요 기업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오늘 그들의 성공을 가져온 터닝 포인트와 위기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 등을 다루는 ‘CEO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註(주)]

 

급변하는 시장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현재 상황에 대해 정확히 분석하고 빠른 판단력을 내릴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조성환 현대모비스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하고 대표이사로 임명한 이유다.

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이 24일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열린 제44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선임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모비스]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는 현대모비스가 단순 부품제조사를 뛰어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바로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조 대표는 미래차와 신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로써 사업 분야를 확대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부품사가 모빌리티 전문 기업으로 거듭나게 된 배경에는 '완성차 업계의 지각변동'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테슬라가 완성차 업계 시가총액 1위로 등극하면서 자동차 업계의 패러다임이 변하기 시작하면서 전통 완성차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새로운 디자인의 자동차 출시와 같은 기존 방식만으로는 더이상 기업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 터닝포인트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시대로"...기계공학도 조성환 대표, 새로운 패러다임의 중심에 서다

서울대학교 기계공학 석사학위까지 마치고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기계공학도' 조 대표에게 테슬라의 등장은 또다른 기회로 다가왔다. 

2020년, 테슬라 브랜드의 모델3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단숨에 완성차 업계 시총 1위 자리를 꿰찼다. 테슬라가 세계 1위 자동차 회사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0년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도요타를 제친 것에 대해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가 지나가고 전기자동차 시대가 왔다는 걸 보여주는 신호탄”이라고 바라봤다. 그야말로 완성차 업계에 격변의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테슬라의 성공으로 인해 전동화,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등 첨단 기술이 완성차 업계의 핵심과제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조 대표는 이같은 변화가 반가웠다. 자율주행이나 커넥티비티 등 미래차와 관련된 기술만큼은 누구보다도 잘 해낼 자신감이 충만했다. 기계공학 석박사 이후로도 관련된 경력을 꾸준히 쌓으며 해당 분야에 대한 성장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그는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현대모비스 R&D부문장 및 전장부문장(부사장), 현대오트론 부사장 등을 거치면서 미래차와 신사업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익혔다. 

현대오트론에 재직하면서는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 등 미래차를 위한 SW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지향하는 미래차와 신사업에 들어갈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경험은 현대모비스로 이어졌다.

2020년, 현대모비스에서 대표이사에 오르기 직전까지는 전장BU장과 연구개발(R&D) 부문장, 기초선행랩장 등을 겸직하면서 미래차 부품개발에 주력해왔다. 조 대표는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 모델과 운영 체제에 혁신을 주도하기 위한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발전해 나갔다.

현대모비스와 얀덱스가 스마트 모빌리티 디바이스인 신형 쏘나타를 기반으로 구성한 완전자율주행 플랫폼 [사진=현대모비스]

 

◆ 성공과 위기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공장 설립하는 현대차...잇따른 배터리 화재에도 '굳건한 동맹' 과시

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왼쪽)과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바흐리 라하달리아 인도네시아 투자부 장관(뒷줄 왼쪽), 토토 누그로호 인도네시아 국영 배터리 코퍼레이션 CEO(뒷줄 오른쪽) 등이 지난 7월 28일 서울 여의도 LG에너지솔루션에서 열린 온·오프라인으로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현대차]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연내 상장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1조3천억원을 공동 투자해 인도네시아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한 상태다.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공장 설립은 조성환 대표가 이끈다.

조 대표는 올해 3월 주총에서 3년 임기로 대표에 올라 인도네시아 합작공장이 가동되는 2024년까지 현대모비스를 이끈다. 사실상 인도네시아 합작공장 준공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책임지는 셈이다.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전기차에 힘을 주고 있는 완성차업체는 모두 안정적 배터리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난항은 현대차그룹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3사와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안전 최우선 경영'을 필두로 산업 안전은 물론, 전사 차원의 안전 역량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오는 2025년까지 자동차 업종 글로벌 수준인 ISRS(International Safety Rating System) 레벨 6를 목표로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향후 글로벌 최고 수준의 안전 관리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목표 수준을 점진적으로 향상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조성환 사장(맨 앞줄 왼쪽에서 두번째)을 비롯한 현대모비스 주요 임직원들이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안전 수준 향상 프로젝트 선포식’을 열고 글로벌 수준의 안전 관리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결의를 다졌다. [사진=현대모비스]
조성환 사장(맨 앞줄 왼쪽에서 두번째)을 비롯한 현대모비스 주요 임직원들이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안전 수준 향상 프로젝트 선포식’을 열고 글로벌 수준의 안전 관리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결의를 다졌다. [사진=현대모비스]

 

◆ 향후 과제

자기주도형 인재에 의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개발'

조 대표는 미래차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력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다. 자율주행이나 커넥티드카를 넘어 새로운 기술을 제시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산업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면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 부품보다 첨단기술이 접목된 부품이 중요한데다 특히 소프트웨어와의 연동성도 동반돼야 한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미래에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부품사의 위상과 지속가능성이 결정된다"며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기술 융복합이 가능해져야만 단순 부품 공급자가 아닌 핵심 사업 파트너로서 완성차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장선상에서 현대모비스가 '안전 최우선 경영'을 펼치는 것도 조 대표의 의지다. 안전이 기업의 미래 가치와 함께 지속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는 그의 희망과 임직원의 기대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조 대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3가지 사항을 강조했다. 먼저 신기술 개발, 신사업 확대로 ‘미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전동화와 자율주행 등 미래차 분야 첨단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독자적인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면서 유망 기술 기업에 대한 전략 투자와 협업 등 오픈-이노베이션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음으로는 미래 세대와 지구를 위한 ‘친환경 경영’ 실천이다. 현대모비스는 전사 차원에서 친환경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그린 엑셀러레이션’을 추구하고 있다. 환경·에너지 경영전략에 따른 구체적인 환경경영 활동을 수행하고 있으며 국내외 사업장에 대한 환경에너지경영시스템 인증(ISO14001)을 취득했다.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 등 친환경 에너지 경영 인증에도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전 사업장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한 중장기 RE100(사업장 재생에너지 100% 사용)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신뢰를 바탕으로 이해관계자와 함께 지속가능한 성장을 강조했다. 조 대표는 “현대모비스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필수임을 인식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임직원·고객·협력사·주주·투자자·지역사회 등 각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자기주도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기계가 첨단화·지능화되면서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기술은 사람에 달려있다.

그는 미래 모빌리티 시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현대모비스의 첫 단추로 조직 문화를 택하고 올해 경영 방침을 '자기주도형 인재를 중심으로 한 전사적 변화 실행'이라고 정하는 등 '사람'이라는 키워드를 최대한 강조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임직원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개혁한다는 전략이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은 완성차 회사와 비 완성차 회사의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견되는 만큼, 인재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임직원의 안전과 함께 자기주도형 인재는 결국 임직원들의 미래 역량을 더욱 높여 미래 모빌리티 전문가로 육성해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 같은 변화는 현대모비스는 물론 현대차그룹에도 점차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정은지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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