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야기] 최태원 회장의 터닝포인트, SK하이닉스 인수 결단...SK그룹 글로벌 기업 위상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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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이야기] 최태원 회장의 터닝포인트, SK하이닉스 인수 결단...SK그룹 글로벌 기업 위상 바꿨다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1.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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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선대회장 별세 후 만 37세에 SK그룹 회장 등극...소버린 사태 등 위기 극복
- SK하이닉스 인수...반도체 사업 통해 내수 위주 사업 재편하고 글로벌 기업 도약 발판
- '재계 수장'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역할, 지배구조 개편 등 과제 '산적'

‘별의 순간’이란 무엇인가. 한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운명의 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선대의 말 한마디가 웅장한 울림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책에서 읽은 한 구절 또는 사소한 이벤트가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별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기업인에게도 별의 순간이 있다. 이 별의 순간은 기업인 개인의 운명은 물론 국가미래까지 변화시키는 ‘터닝 포인트’다. 산업을 재편하고, 일반인의 일상과 사회의 미래까지 바꾸는 거대한 수레바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별의 순간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 회장의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애플의 아이폰을 보고는 스마트폰 시대에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되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카카오톡을 창업한다. 단순한 생각이 그에게는 카카오를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게 하는 터닝 포인트였다.
<녹색경제신문>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움직이고, 결정하는 주요 기업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오늘 그들의 성공을 가져온 터닝 포인트와 위기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 등을 다루는 ‘CEO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註(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부친인 최종현 회장이 1988년 갑자기 타계하자 만 37세 나이에 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다.  

최 회장은 1992년부터 그룹 경영기획실 사업개발팀장과 SK(주) 상무 등을 거치면서 경영수업을 했다. 취임 당시 외환위기를 맞이하며 녹록치 않은 환경에서 그룹을 이끌어야 했다. 최 회장은 "취임 당시 외환위기가 닥쳤고 경영 상황이 어려웠던 시기였다"며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회상했다.

올해로 취임 23주년을 맞은 최 회장은 2011년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를 인수하며 정유와 통신 등 내수 중심이던 SK의 사업구조를 수출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SK그룹은 최 회장 취임 당시 매출액 37조원에서 현재 139조원으로 3.8배 성장했고, 자산은 34조원에서 239조원으로 7배 성장했다. 재계 순위도 5위에서 3위로 위상이 높아졌다.

최 회장은 올해 3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으며 재계 리더 위치에 올랐다. 최 회장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에 앞장 서며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 터닝포인트

최태원 회장 “무슨 일이 있어도 반도체 사업을 하겠다”...경영진 등 반대 '정면 돌파'

최태원 회장은 1992년 SK상사에 부장으로 입사 후 상무를 거쳐 SK주식회사 부사장직을 맡았으며, 이후 SK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된다.

그런데 1998년 8월, 최종현 회장이 경영권에 관한 특별한 유언없이 갑작스럽게 별세했다. SK그룹은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에 휩싸일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당초 SK그룹의 경영권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던 최종건 회장(최종현 회장의 형)의 장남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의 결심이 큰 역할을 했다. 최윤원 회장은 "우리 형제 가운데 태원이가 가장 뛰어나다"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후계자로 추천했다. 최태원 회장은 만장일치로 SK그룹 경영권을.승계하게 됐다.

2004년 SK㈜ 지주회사 출범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2004년 SK㈜ 지주회사 출범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회장의 오늘을 만든 터닝포인트는 2011년 SK하이닉스 인수였다. SK그룹이 정유와 통신 중심에서 반도체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결정적 순간이었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인수에 성공함으로써 SK그룹을 내수기업의 한계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시킬 수 있었다. 또한 국내 1위 이동통신사 SK텔레콤과 메모리반도체 세계 2위 SK하이닉스의 시너지로 기업 이미지도 높아졌다. 

SK하이닉스 인수는 최 회장의 결단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최 회장은 그룹이 매년 10% 이상씩 발전하기 위해서는 SK텔레콤과 같은 회사를 키워 내야 한다며 또 다른 미래 먹거리를 찾아 다녔다. 최 회장은 2010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지인을 만나 반도체 사업의 전망이 밝다는 얘기를 듣고 결심을 굳혔다. 최 회장 IT 분야가 세상을 바꿀 것이고 반도체는 발전 가능성이 큰 사업이라고 확신했다. 그 후 최 회장은 반도체 공부에 나선 후 2010년 말 하이닉수 인수 의사를 이사회에 알렸던 것.

하지만 당시 그룹 고위 임원들은 인수에 반대가 많았다. 최 회장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도체 사업을 하겠다”고 밀어붙였다. 반대 이유는 인수 금액이 턱없이 높았다. 그룹 내부에서는 “우리와 비슷한 덩치의 회사를 먹고 배가 터지면 어쩌려고 저러나", "하이닉스를 인수하고 그룹 전체가 망하는 것 아니냐” 등 걱정이 파다했다. 대부분의 경영진은 인수와 동시에 모기업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류였다. 이밖에도, SK텔레콤이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고 굳이 신사업을 해야 하는지, 반도체에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하이닉스의 회사 가치가 올릴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컸다.

SK그룹은 하이닉스 인수를 위해 당시 박정호 SK텔레콤 사업개발실장(현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을 필두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 자금 조달은 채권단 지분을 일부 인수하고 신주를 발행해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정했다. 총 3조3700억원이 투자됐는데 신주 2조3400억원, 구주 1조300억원이었다.

최 회장의 판단은 적중했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성장했고, 2017년 반도체 슈퍼사이클 때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무려 13조7213억원을 기록했다. 3조원의 투자로 한 해에만 4배 넘게 수익을 거둔 것이다.

SK하이닉스 인수 이후 2015년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를 4800억원에 인수하고, 2017년 LG실트론(현 SK실트론)을 1조원에 사들였다. 2018년에는 도시바 메모리 지분을 4조원에 인수했다. 당시 최 회장은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인수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SK하이닉스 M16 기공식에 참석한 최태원 회장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인텔의 낸드 플래시 메모리 사업까지 10조 3000억원에 인수하면서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확고한 지위를 굳혔다. 인텔 낸드 사업 인수로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를 제치고 낸드 부문 2위 업체로 올라섰다.  반도체 경쟁사인 인텔을 대상으로 초대형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킨 배경에도 최 회장의 ‘통큰 결단’이 작용했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인수 성공 이후 최근 사회적 가치와 소통을 통해서도 '태원이형' 친근감과 함께 SK그룹의 최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최 회장이 강조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이란 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 골자다. 

◆ 성공과 위기 

2013년 법정 구속 이후 '사회적 가치' 중요성 강조...'딥 체인지(근본적 변화)' 설파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인수 등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위기도 많았다. 

직원들과 '행복토크에 참석한 최태원 회장

최 회장은 취임 이후 2003년 영국계 펀드회사 소버린자산운용의 공격에 SK그룹 경영권을 위협받았다. 당시 SK그룹은 분식회계 사태로 위기를 겪던 시기였다. 소버린은 SK의 2대 주주가 된 후 현 경영진의 퇴진, 부실계열사 지원 반대, 기업지배구조개선 등을 요구하며 경영에 직접 참여하려 했다. 경영권 방어엔 성공했지만, 지금까지도 대표적인 경영권 위협 사례로 꼽힐 정도다.

최 회장은 2013년, 선물투자를 위한 회사 자금의 횡령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그 후 2014년 3월,모든 계열사 대표직 및 그룹 내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2015년 8월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후 SK그룹 회장직에 복귀했다.

최 회장은 2014년 10월, 옥중에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기업’이라는 저서를 내며 사회적 가치 창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경영 복귀 후 사회적 기업 지원을 확대하고 임직원들에게 사회적 가치 실천을 독려했다.

최 회장은 2016년 10월 SKMS(SK 매니지먼트시스템)의 정관을 변경했다. SKMS는 SK그룹 내에서 이른바 헌법 같은 것이다. 기업의 경영철학에 사회적가치 창출을 명확히 한 것. 이후 최 회장은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를 그룹 내 설파했다.

최 회장은 2019년 5월 28일,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소셜밸류커넥트 2019’ 폐막식 무대에서 사회적 가치에 빠지게 된 계기를 “나와 아주 반대인 사람을 만난 뒤”라고 말했다. 최 회장이 언급한 사람은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이라는 관측이다.

최 회장은 SK그룹 직원 사이에서 인간적인 평판이 대체로 좋다. 직원들을 대할 때 항상 예의를 갖추고 친절한 자세를 보이기 때문. 이는 최 회장이 2019년 기업 경영의 최우선 가치를 구성원의 행복에 두겠다고 발표한 후 실제 구성원들과의 다양한 소통 활동에 나선 결과이다. 최 회장은 직원들과 행복을 주제로 대화하는 행복토크 100회를 채우기도 했다. 

최 회장은 글로벌 감각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지난 2002년 국내 인사 중 최초로 다보스포럼의 ‘동아시아 지역경제 지도자 회의’ 공동의장을 맡아 회의 진행과 함께 주제발표를 했다. 또 2008년 한국 기업인 최초로 ‘유엔 글로벌 콤팩트’(UNGC) 이사로 선임됐고, 중국 보아오포럼의 이사로 활동했다.

◆ 향후 과제

대한상의 첫 프로젝트 '국가발전 프로젝트 공모전'...ESG 경영 전도사 역할, 중소기업 전파

최 회장은 SK그룹 회장으로서 뿐만아니라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재계 수장 역할도 책임감이 크다.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국가발전 프로젝트' 공모전을 시작한 최태원 회장

최 회장이 대한상의 첫 프로젝트 '국가발전 프로젝트 공모전' 홍보를 위해 인스타그램 등 SNS 활동에 적극 나서는 이유다. 특히 국민적 관심을 끌기 위해 '슈퍼스타 K' 등 공개 경연 프로그램과 같은 형식으로 방송사와 협업하고 있는데, 최 회장이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디어 리그' 에직접 심사위원으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재계는 물론 중소기업 등에 'ESG 경영' 전도사로 나선 것도 재계 대표로서 책임감이다.  

최 회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SK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 SK그룹은 지속적 성장을 위해 바이오와 에너지,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혁신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 회장은 2020년 SK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서 “코로나19 뒤 기업과 사회를 막론하고 안전망이 위협받고 있다”며 “지속가능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와 절박감이 사뭇 달라졌다”고 말해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SK그룹은 반도체와 소재를 포함해 에너지신사업, 정보통신기술(ICT), 미래모빌리티, 헬스케어 등 5대 분야에 80조 원을 투자한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사업은 그룹에서 ‘제2의 반도체’ 역할을 해 줄 유망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 창출을 그룹의 새로운 사업 전략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SK그룹은 사회적 가치 창출을 투자의 한 기준으로 삼고 있을 정도다. 

최 회장은 SK그룹 지배구조 개편도 과제다. SK그룹은 2019년 SK텔레콤을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는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SK텔레콤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물적분할한 뒤 지주회사가 통신사업부문과 SK브로드밴드, SK하이닉스 등을 모두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법과 SK텔레콤을 인적분할한 뒤 투자회사를 지주회사 SK와 합병하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가 되기 위해서는 SK하이닉스 지분을 10%가량 더 확보해야 한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중간지주회사는 상장한 손자회사와 자회사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야 하는데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지분율은 20.1%에 불과해 10% 정도의 지분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재계 리더로서 갈등 조정자로서의 역할 이외에도 침체된 경제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도 기대된다"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상공인들이 반기업정서를 헤치고 활력을 되찾음으로써 일자리 창출은 물론 국민경제에 이바지하는 역할이 중요한 과제"라고 전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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