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야기] 개발자로 다시 선 김택진 엔씨 대표, 오랜 숙원 '리니지' 글로벌화 위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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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이야기] 개발자로 다시 선 김택진 엔씨 대표, 오랜 숙원 '리니지' 글로벌화 위해 뛴다
  • 박금재 기자
  • 승인 2021.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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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 IP의 결정판"...'리니지W', 연내 출시 예정
비판 여론 중심에 선 과금모델 혁신 절실해

‘별의 순간’이란 무엇인가. 한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운명의 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선대의 말 한마디가 웅장한 울림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책에서 읽은 한 구절 또는 사소한 이벤트가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별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기업인에게도 별의 순간이 있다. 이 별의 순간은 기업인 개인의 운명은 물론 국가미래까지 변화시키는 ‘터닝 포인트’다. 산업을 재편하고, 일반인의 일상과 사회의 미래까지 바꾸는 거대한 수레바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별의 순간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 회장의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애플의 아이폰을 보고는 스마트폰 시대에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되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카카오톡을 창업한다. 단순한 생각이 그에게는 카카오를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게 하는 터닝 포인트였다.

<녹색경제신문>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움직이고, 결정하는 주요 기업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오늘 그들의 성공을 가져온 터닝 포인트와 위기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 등을 다루는 ‘CEO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註(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미지=리니지W 쇼케이스 갈무리]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미지=리니지W 쇼케이스 갈무리]

“리니지W는 지난 24년동안 쌓아온 모든 것을 집대성한 리니지 IP의 결정판이다. 리니지의 핵심인 배틀 커뮤니티를 세계로 확장해 나갈 것이다.”

김택진 엔씨 대표가 지난 8월 19일 진행한 '리니지W' 쇼케이스에서 한 말이다.

김 대표는 숙원사업이었던 '리니지' IP의 글로벌화를 차기작인 '리니지W'를 통해 이뤄낼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엔씨 앞에 놓인 환경은 가시밭길이라고 부를 만 하다. 

기존의 엔씨형 비즈니스모델(BM)이 큰 비판을 받으며 '트릭스터M'과 '블레이드 & 소울2'가 흥행 참패를 겪고 있는 가운데, 김 대표에게는 '리니지W'를 통해 유저들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는 과제도 주어졌다.

명실공히 국내 대표 게임기업인 엔씨가 '리니지W'를 발판 삼아 게임명가로 거듭날 지를 놓고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리니지' 이미지.
'리니지' 이미지.

◆ 터닝포인트

소자본 모아 엔씨소프트 창업, '리니지'로 대박

1967년생인 김 대표는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 재학 당시 대학생 동아리에서 한글과컴퓨터를 창업했다. '아래아한글' 개발에 참여했고 한메소프트를 세워 '한메타자교사'를 만드는 등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이름을 알렸다.

이후 현대전자에서 일하던 김 대표는 1997년 자본금 1억과 거주하던 집을 팔아 마련한 자금으로 엔씨소프트를 창업했고 1998년 '리니지'를 출시하며 대성공을 거뒀다. 

'리니지'는 우리나라 1세대 온라인 게임으로 꼽힌다.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제작됐다.

당시 김 대표는 직접 PC방을 찾아다니며 리니지를 광고했다고 전해진다. 더불어 NC에서 클라이언트 CD를 무료로 배송해주는 등 매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리니지'의 성공으로 인해 엔씨는 단번에 우리나라 게임업계 대표기업으로 거듭났다. 이는 수많은 MMORPG 후발주자들을 탄생시키며 우리나라 온라인게임 시장이 전성기를 맞이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

엔씨의 리니지는 지난 2015년 기준 국내외 누적 매출액 2조 6000억원을 돌파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한편 김 대표는 성격이 검소하고 소탈하지만 승부사적 기질이 뛰어다나는 평가를 받는다. 

중요한 신작이 출시될 때마다 직접 전면에 나서 유저들을 설득하는 것을 고려하면 김 대표가 자사의 게임 개발에서 아직도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블레이드 &amp; 소울 2
'블레이드 & 소울 2' 이미지.

◆성공과 위기

모바일로 옮겨간 '리니지' 시리즈 초대박...신작 흥행은 '먹구름'

모바일 기기가 급속도로 스펙 성장을 겪으며 게임업계의 중심축 역시 PC에서 모바일로 옮겨갔다.

김 대표는 이에 주목해 자사의 대표 게임인 '리니지'와 '리니지2'를 모바일로 이식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모바일 버전 '리니지M'은 지난 2017년 6월, '리니지2M'은 2019년 11월에 각각 출시됐다. 

김 대표는 "과거 '리니지2'의 개발정신을 모바일환경에서 구현하고 현존 최고 기술을 모아 모바일게임의 한계를 넘어보자는 생각으로 '리니지2M' 개발을 시작했다"면서 "단언컨대 앞으로 몇 년 동안 기술적으로 '리니지2M'을 따라올 게임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김 대표의 말은 곧 현실이 됐다. '리니지M'과 '리니지2M'이 모바일 게임 인기차트에서 1위와 2위를 나란히 차지하며 사실상 엔씨 독주체제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리니지M'과 '리니지2M'은 원작인 PC 버전 '리니지' 시리즈를 모바일로 완벽하게 이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자동사냥 등 유저의 편의를 고려한 기능을 탑재하며 유저들에게 호응을 얻어낸 모바일 '리니지' 시리즈는 우리나라 게임업계에서 'PC게임의 모바일화'라는 트렌드를 이끌기도 했다.  

주식시장에서도 엔씨는 게임기업 가운데 대장주 역할을 수행해왔다.

지난 2015년 무렵부터 엔씨소프트 주가는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이며 지난 2020년 말 최고 104만80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엔씨의 실적 역시 모바일 리니지 시리즈 출시를 기점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지난 2015년 8383억원 매출을 기록한 엔씨는 2017년 1조7587억원까지 매출을 끌어올렸고 영업이익 역시 2015년 2375억원에서 2017년 585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엔씨는 올해 초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해 큰 비판 여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리니지M'의 일부 아이템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과금을 유도한다는 점이 일부 유저들에게 반발을 사며 트럭시위, 불매운동 등의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출시한 '트릭스터M'과 '블레이드 & 소울2' 역시 이와 같은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두 신작 모두 IP만 바뀌었을 뿐 '리니지'의 비즈니스모델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유저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엔씨는 '리니지M'을 통해 수년째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 1위를 차지했지만 카카오게임즈의 '오딘'이 출시되며 순위 하락을 겪기도 했다. 

유저들의 비판을 수용한 엔씨는 '블레이드 & 소울2'의 과금 모델 일부를 개편한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한 상황이다.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블레이드 & 소울2' 출시일인 지난 8월 26일 70만9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엔씨가 최근 유저들의 의견을 수용해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 다가온 것 같다"면서 "기존 비즈니스모델에 과감한 수정을 가하지 않는다면 기업의 미래를 담보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리니지W
'리니지W' 이미지.

◆ 향후 과제

숙원사업 '리니지 글로벌화' 해낼까...글로벌 시장 공략할 묘수는

김 대표의 올해 마지막 무기는 '리니지W'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출시됐던 '트릭스터M'과 '블레이드 & 소울2'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내고 있는 만큼 '리니지W'의 성공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더불어 그동안 엔씨는 국내 매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리니지W'가 국가대항전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해 글로벌 유저들을 공략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외 매출 비중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현재와 같은 비즈니스모델로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서구권 유저들은 확률형 아이템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아 기존 '리니지' 시리즈의 비즈니스모델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흥행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엔씨가 '리니지W'에서 확률형 아이템 요소를 전면 배제하고 정액제나 배틀패스를 주된 비즈니스모델로 삼을 것이라고 바라보는 업계 관계자들도 있다.

수익적 측면 외에도 엔씨가 현재 가지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도 '리니지W'의 과금 요소를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받고 있다.

과거 '리니지2'가 출시됐을 때 엔씨가 게임업계에서 혁신의 상징이 됐던 것처럼 '리니지W'에서 다시 한 번 큰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엔씨가 미래 먹거리로 삼은 콘솔 시장 공략을 위해서도 '리니지W'의 성공은 절실해 보인다. '리니지W'는 플레이스테이션5와 닌텐도 스위치에서도 출시되기 때문에 향후 콘솔 신작을 선보이기에 앞서 좋은 테스트베드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리니지W'의 출시를 연기할 가능성도 높게 점치고 있다.

'블레이드 & 소울2'의 운영을 정상화하며 매출을 안정화시킨 뒤 '리니지W'를 출시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바라보는 것이다.

더불어 기존 비즈니스모델을 전면적으로 수정하기 위해서는 아인하사드, 변신카드 등의 요소들을 삭제하거나 변형시켜야 하기 때문에 더욱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김 대표가 다시 개발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내야 한다고 바라보는 업계 관계자들이 많다.

모두가 예상하는 형태 그대로의 '리니지W'로는 한국 시장에서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흥행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김 대표가 개발 전면에 나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새로운 요소를 포함시킨 '리니지W'를 선보이는 데 성공하며 엔씨를 둘러싼 부정적 여론을 불식시킬 수 있을 지를 놓고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박금재 기자  gam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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