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아트비즈니스’ 경쟁... ‘미술 대중화 vs 본질 잃어’ 누리꾼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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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아트비즈니스’ 경쟁... ‘미술 대중화 vs 본질 잃어’ 누리꾼 갑론을박
  • 이용준 기자
  • 승인 2021.08.1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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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가, ‘파는 곳’에서 ‘보는 곳’까지 미술사업 확대
"미술의 대중화 도움되지만, 본질 해칠 우려도"

박물관과 미술관의 차이가 흐릿해져 가고 있다. 백화점가에서 ‘아트비즈니스’가 대세가 된 가운데 미술시장과 미술의 정의에 대한 누리꾼들의 논쟁이 뜨겁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에 전시된 디스트릭트의 미디어아트 [사진=롯데백화점 동탄점 공식홈페이지]
롯데백화점 동탄점에 전시된 디스트릭트의 미디어아트 [사진=롯데백화점 동탄점 공식홈페이지]

과거 백화점과 미술관의 역할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했다. 백화점은 대량생산된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반면 미술관은 소량생산된 ‘작품’을 소장하는 곳이다. 때문에 상품은 흔하고 작품은 희소한 사물로 감각됐다.

하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일상과 다른 비일상적인 체험에 대한 욕구가 있다. 백화점 매출이 바닥을 칠 때도 명품의 인기 만큼은 건재한 근본적인 이유도 여기 있다. 때문에 백화점에게 작품은 언제나 이윤을 담보해줄 잠재적인 상품이었다. 이에 최근 롯데, 신세계, 갤러리아 등 국내 백화점가에서도 ‘아트 비즈니스’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18일 롯데백화점 동탄점이 20일 오픈을 앞두고 ‘프리오픈’을 진행했다. 입구부터 화려한 미술작품이 보인다. 1층 벽면에는 미디어 아트 회사 디스트릭트(d’strict)의 화려한 미디어작품이 설치돼 있다.

또 백화점 곳곳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의 팝아트 작가 데이비트 호크니 등 100여 개의 전시돼 있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은 백화점이라기 보다 차라리 홍콩의 M+뮤지엄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미술관처럼 보인다.

신세계백화점도 중구 본점에서 ‘해피 팝(HAPPY POP)’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다음달 29일까지 세계적인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 알렉스 카츠, 존 버거맨 등 8명의 글로벌 아티스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신세계 역시 모바일 어플 ‘신세계 아트 스페이스’ 코너를 통해 작품과 미술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신세계 백화점 HAPPY POP 전시 전경[사진=신세계 백화점 공식홈페이지]
신세계 백화점 HAPPY POP 전시 전경[사진=신세계 백화점 공식홈페이지]

 

이러한 백화점가의 미술사업 진출은 NFT미술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자본력이 약한 MZ세대가 대거 미술시장에 흡수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가속화되고 있다. 또 미술전시라는 비일상적인 ‘체험’을 제공함으로써 오프라인공간으로 고객을 유인한다는 전략이다.

백화점가의 적극적인 아트비즈니스 진출과 미술이 대중적인 재테크 수단이 되면서 누리꾼들의 논쟁도 뜨겁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활동하는 안민혁(32세)작가는 “미술관은 기관마다 고유의 성격을 규정하고 작가섭외나 프로그램을 기획한다”며 “백화점이 기존의 미술관과 다른 작품을 제공한다면 다양성을 중요시하는 현대사회의 성격과도 부합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19일 <녹색경제신문>을 통해 전했다.

또 안작가는 “국립미술관뿐만 아니라 아트페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도 많다”며 “안 그래도 작은 한국미술시장에서 작가들도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백화점 등 대규모 자본이 유입되면서 미술시장의 투기적 성격이 조장되고 미술의 본질이 침해 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용산구에서 활동하는 미술평론가 양모(36세)씨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술시장의 투기성이 굉장히 강해졌고, 블록체인 기술 등이 발전해 공간적인 한계 없이 미술작품을 사재기하는 투자자가 더 많아졌다”며 “미술이 화폐시장의 흐름에 완전히 편입되면 아름다움과 사회적 책임을 추구하는 미술의 본질을 잃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현종혁 롯데백화점 고객경험부문장은 “예술은 최근 백화점이 중요하게 여기는 ‘경험’ 요소를 대표하는 콘텐츠다. 고객들에게 적극적인 영감과 힐링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온라인으로 갤러리를 넓히며 누구나 쉽게 다양한 예술 콘텐츠를 경험하게 됐다”고 말했다.

백화점은 분명 미술 감상의 외연 확장에 좋은 매체가 될 수 있지만 미술시장을 과도하게 자본화시킬 우려도 존재한다. 아트비지니스의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가운데 유통업계뿐만 아니라 미술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용준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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