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질주’ 인텔, 파운드리까지 본격 진출 선언...고민 많아지는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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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질주’ 인텔, 파운드리까지 본격 진출 선언...고민 많아지는 삼성
  • 고명훈 기자
  • 승인 2021.07.28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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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파운드리 진출 선언...퀄컴·아마존 등 주요 고객사 확보, 2나노 공정 기술 개발 예고
-‘파운드리 선두권’ 삼성·TSMC에 위협...미국의 자국 기업 중심 반도체 공급 확대 움직임에 악재 우려 목소리도
-인텔, 반도체 패키징 기술 개발 확대까지...첨단 패키징 시장서도 삼성·TSMC·인텔 3파전 치열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반도체 공정 중 ‘후공정’에 속하는 패키징 기술 개발에 뛰어든 데 이어, 이제는 ‘전공정’에 속하는 파운드리 산업에도 본격 진출을 선언하며 업계 선두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3나노 공정 기술 개발에 혈안인 파운드리 시장 1, 2위 업체 TSMC와 삼성전자를 뛰어넘어 이보다 한 세대 앞선 2나노 공정 기술을 구현하겠다고 선언, 게다가 파운드리 최대 고객사인 퀄컴과 아마존까지 주요 고객사로 확보했다고 하니 조만간 시장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의 폭탄선언에 업계는 초비상이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삼성과 TSMC의 단골인 퀄컴을 주요 고객사로 빼앗는다는데, 고객사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좋은 플레이어 하나가 더 들어오면 여러모로 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당연히 선두권을 지키던 삼성과 TSMC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부분이며 시장 구조 자체가 재편될 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하다”라고 전했다.

다만 “파운드리 사업은 성장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분야이며 삼성도 TSMC를 따라잡기 위해 오랜 시간 분투한 끝에 지금의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인텔이 반도체업계에서는 세계 최고 중 하나로 지목되지만, 기본적으로 고객사와 오랜 시간 신뢰 관계를 쌓는 것이 중요하며 앞으로 인텔이 이런 부분을 어떻게 헤쳐나갈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인텔의 질주와 함께 최근 미국이 자국 기업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면서 삼성전자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정부가 자국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해 글로벌 기업에 투자를 압박하는 등 자국 기업 지원 사격을 대놓고 펼치는 상황”이라며, “세계 1위 정부의 성원을 힘입은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사업 확대로 기존 반도체 시장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켜왔던 삼성전자 등 기업의 입지가 흔들릴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인텔, 자체 공정 기술 내세워 파운드리 시장 진출 선언...“2025년 1.8나노까지 구현할 것”

인텔 액셀러레이티드 온라인 반도체 전략 설명회에 등장한  팻 겔싱어(Pat Gelsinger) 인텔 CEO. [사진=인텔 공식 유튜브]
인텔 액셀러레이티드 온라인 반도체 전략 설명회에 등장한 팻 겔싱어(Pat Gelsinger) 인텔 CEO. [사진=인텔 공식 유튜브]

28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전날 온라인 기술 전략 설명회 ‘인텔 엑셀러레이티드’를 열고 2025년까지 파운드리 사업 확장을 위한 로드맵을 공개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인텔은 자사의 반도체 공정 기술 ‘인텔 20A’를 선보이며 2024년까지 2나노 수준의 반도체를 생산하겠다고 공표했으며, 2025년에는 1.8나노인 18A까지 구현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를 위해 삼성이 3나노 반도체에 접목 중인 차세대 트랜지스터 제조 기술 GAA 공정과 미세공정의 핵심으로 꼽히는 극자외선(EUV) 장비까지 도입해 2나노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인텔이 언급한 2나노 수준의 공정 기술 ‘20A’에서 ‘A(옹스트롱)’는 기존 삼성전자·TSMC가 쓰던 나노미터(nm) 단위를 뛰어넘은 0.1나노미터 기준의 단위이다. 마켓팅 면에서도 양사와 차별을 두겠다는 의지다.

인텔은 퀄컴과 아마존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했으며, 특히 퀄컴에는 이미 20A 칩 제조 공정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생산 시기, 해당 기술을 활용해서 만들 칩 종류, 제조량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사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진출 선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은 이전에도 100개 이상 기업과 파운드리 사업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언급한 적이 있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이번에 로드맵을 제시하며 사업 본격화를 얘기한 것으로 보아 조금 더 적극적인 행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라면서도, “로드맵은 각 기업의 기술 목표를 세워 놓고 어떠한 방향을 잡기 위해 발표하는 것인데 그게 또 현실적으로 어떻게 될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첨단 패키징 기술 개발에도 ‘삼성전자·TSMC·인텔’ 3파전 형성...경쟁 더 치열해질 것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 기술 ‘I-Cube4’.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 기술 ‘I-Cube4’. [사진=삼성전자]

인텔은 이날 설명회에서 ‘후공정’에 해당하는 반도체 패키징 기술 개발에도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반도체 패키징 시장에서도 삼성전자·TSMC·인텔의 3파전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도 차별화된 기술 개발에 지속해서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파운드리 시장 1위 기업 TSMC가 반도체 패키징 부문에서도 자사 기술을 고객사들에 어필하고 있고, 인텔 역시 관련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라며, “삼성 역시 반도체 연구소, 파운드리 사업부 등 내부적으로 첨단 패키징 기술을 꾸준하게 강조하고 있으며 자사 기술의 차별성을 강조해 다른 탑플레이어들 수준에 못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전했다.

TSMC는 차세대 패키징 기술인 3D SoIC 기술을 내년 초 상용화하겠다는 등 3D 적층기술과 이종 집적화 패키지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인텔은 자사 3D 적층기술인 포베로스 옴니, 포베로스 다이렉트를 내세워 실리콘관통전극(TSV)과 함께 구리 기둥을 활용해 패키징 공정에 있어서 비용절감, 효율성 개선을 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5월 이종 집적화 패키지 기술인 ‘아이큐브4(I-Cube4)’를 개발해 첨단 패키징 기술력을 강화했다.

‘아이큐브4’는 실리콘 인터포저 위에 CPU, GPU 등의 로직과 HBM을 배치해 하나의 반도체처럼 동작하도록 하는 이종 집적화 패키지 기술로, HBM 칩을 4개나 쌓을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 ‘I-Cube2’ 양산 경험과 차별화된 ‘I-Cube4’ 상용화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HBM을 6개, 8개 탑재하는 신기술도 개발해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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