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러든 사모펀드, 개선안 영향에 시선 집중…"재활성화 계기 vs 더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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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츠러든 사모펀드, 개선안 영향에 시선 집중…"재활성화 계기 vs 더 위축"
  • 노우진 기자
  • 승인 2021.06.25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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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모펀드 체계 뜯어고친 금감원,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로부터 배운 것은?
- 위축된 개인 대상 사모펀드 시장, 재활 가능할까…“문턱 높아져 위축 계속될 것” 의견도 나와

사모펀드 제도 개선의 세부안이 공개되며 다시 한번 사모펀드 시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인을 대상으로 한 사모펀드 시장은 잇달아 라임·옵티머스 불량 펀드 사태를 겪으며 크게 위축된 상태였다.

이번 제도 개선의 방점이 투자자 보호에 찍혀있는 만큼 사모펀드 시장이 신뢰를 회복하고 재활성화할 거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수탁사와 판매사의 역할이 강화되고 책임 범위가 뚜렷해지는 만큼 사모펀드 사업을 하는 금융권도 한층 더 안심할 수 있다.

반면 이번 개선안은 실질적으로 일반투자자들의 진입 문턱을 높이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즉 개인 대상으로 한 사모펀드 시장은 더욱 빠르게 위축될 것이란 풀이다. 실제로 전문투자자·기관투자자의 사모펀드 투자 기회는 확대된 반면 일반투자자들에게는 투자 범위가 제한된다.

23일 금융위원회는 오는 10월 시행되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앞두고 하위규정 개정안을 통해 사모펀드 제도를 손봤다. 개정안은 오는 10월 21일부터 시행된다. 

현재 라임·옵티머스를 비롯해 팝펀딩·디스커버리 등의 불량 펀드로 인한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고수익을 좇아 사모펀드 시장에 발을 들인 투자자들은 발길을 돌렸다. 이번 금융위의 한 수가 사모펀드 시장의 건전성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부실 펀드 사태를 ‘반면교사’ 삼았다“…새로운 사모펀드 제도, 투자자 보호할 수 있을까


이번 사모펀드 제도 개정안은 ‘투자자 보호’를 가장 먼저 내세웠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가장 먼저 펀드 종류를 새로이 개편하고 참여 가능한 투자자의 범위를 뚜렷하게 나눴다.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이전까지는 일반투자자·전문투자자·기관투자자 가리지 않고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펀드의 종류를 각각 일반 사모펀드와 기관전용 사모펀드로 나누고 투자자 유형별로 참여 제한을 뒀다. 3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일반투자자는 일반 사모펀드에만 투자가 가능하다.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기관투자자와 이에 준하는 투자자만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앞으로 투자자가 받아볼 수 있는 핵심상품설명서 역시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핵심상품설명서란 투자 전략·주요 투자대상자산·투자위험 등이 자세히 기재된 설명서다. 이는 투자자들의 안전한 투자를 돕는 수단이다.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은행과 PBS(전담중개업무) 증권사 등 수탁기관의 역할도 강화될 예정이다. 이전까지는 수탁사와 판매사가 각각 자산보관·판매위탁만을 수행했다면 이번 개정안을 통해 견제와 감시 의무가 더해진다. 수탁기관은 펀드를 운용할 때의 법령과 규약, 설명서 준수 여부 등을 감시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투자자에 대한 판매사의 의무 역시 커졌다. 판매사는 운용사가 작성한 핵심상품설명서가 집합투자규약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투자를 권유하거나 상품을 판매할 때 반드시 이 설명서를 투자자에게 전해야 한다. 다만 운용사와의 합의가 있다면 중요 사항만을 요약한 자료를 사용할 수도 있다.


사모펀드 제도 개편, 위축된 사모펀드 시장에도 활기 불어넣을까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모펀드 시장은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를 겪으며 급격히 위축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사모펀드 월별 판매잔고에서 개인투자자의 비중은 처음으로 4% 이하가 됐다. 지난해 6월 말 처음으로 4%대로 떨어진 개인투자자 비중이 더 줄어든 것이다. 2019년엔 개인 비중이 6~7% 수준이었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4%대로 축소된 지난해 6월은 옵티머스 펀드에 대한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그 이후로도 꾸준히 개인투자자 비중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사모펀드 시장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번 일로 큰 고충을 겪은 수탁사와 판매사 역시 몸을 사리고 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사모펀드를 통해 큰 수익을 기대하지는 않는다”며 “워낙 수수료가 적기 때문에 리스크는 크고 수익 기대는 별로 할 수 없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는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돼 수요도 적어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사모펀드의 신규 설정 건수 역시 1년 사이 반토막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9년에는 6921개의 사모펀드가 신규 설정됐는데 2020년의 경우 2592개에 불과하다.

사모펀드 시장 자체는 기관이 큰 비율을 차지하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시장 자체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모펀드 시장의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 것은 분명하다.

사모펀드 설정액의 연간 성장률은 2017년 14.5%, 2018년 15.6%, 2019년 23.8%로 큰 폭으로 증가해왔다. 하지만 옵티머스 펀드 사태가 일어난 2020년에는 성장률이 5.6%로 줄어들었다.

2018년의 사모펀드 설정액 합계는 333조2194억원이었는데 이것이 1년 만에 412조4090억원으로 뛰어올랐다. 5.6%의 성장률을 기록한 2020년에 이르러서는 435조5832원이었다. 이전의 증가 폭을 감안하면 작은 규모다.

만약 사모펀드 제도의 개편이 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된다면 개인을 대상으로 한 사모펀드 시장의 재활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제도 개편의 방점은 투자자 보호에 찍혀있기 때문이다.

수탁사와 판매사 역시 제도 개편으로 통해 하나의 안전장치를 더 마련한 셈이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추후 펀드에 문제가 생겼을 때 판매사가 모든 절차를 준수했다는 전제하에 운용사·수탁사와의 책임 소지 여부를 가리기 쉬워진다”며 “판매사 입장에서는 조금 더 안심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최근 불거진 하나은행과 NH투자증권 사이의 공방에서도 역할과 책임 규정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당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는 옵티머스 펀드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옵티머스 사태는 펀드 생태계가 투자자와 국민의 신뢰를 얻는 계기로 작용할 거라 믿는다”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운용사와 투자자 사이에서 수탁·사무관리·판매 등을 담당하는 이해당사자들의 역할과 책임이 명확히 규정되어야 한다”고 짚었다.

반면 이번 제도 개편은 개인 대상의 사모펀드 시장을 더욱 빠르게 위축시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실장은 “사실상 이번 사모펀드 제도 개편은 개인투자자들의 진입 장벽을 높인 것”이라며 “본래 사모펀드 시장은 95%가 기관의 영역이라 시장 자체가 위축되지는 않겠지만 개인을 대상으로 한 사모펀드 시장은 앞으로 더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우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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