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LG전자 사무직 노조, 임단협 지위획득 실패...흔들리는 3000명 노조원
상태바
[심층취재] LG전자 사무직 노조, 임단협 지위획득 실패...흔들리는 3000명 노조원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1.05.07 10: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지난달 30일 LG전자사람중심사무직노조의 교섭단위 분리신청 기각
- 단체협상 지위 확보하려면 노조원 수 8000명 달해야 하지만 3000명 불과...노조원 늘리기 지지부진
- 일부 사무지 노조원들 "월 3만원 내는 노조활동비 아까워...뭔가 보여줘야"

"사무직 노조에 큰 기대감을 갖고 가입하기는 했는데 3만원씩 매달 내는 것도 아깝고, 성과가 보이지 않으면 내년에는 탈퇴할까 생각 중입니다."

LG전자 사무직 노조원의 말이다. LG전자 사무직 노조가 독자적 임금 및 단체협상 지위를 획득하지 못하면서 노조원들이 흔들리고 있다. 매달 내는 3만원의 노조비가 아깝고,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않으면 노조를 탈퇴하겠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3월 LG전자 사무직원들은 생산직 중심의 임금단체협상에 반발하며 별도 노조를 설립했다. 생산직 중심의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직원들의 임금, 복지에 소홀했다며 사무직 노조를 만든 것이다. 

LG전자의 사무직 노조는 재계에 큰 반향을 이끌었다. 4월에 금호타이어와 현대자동차에서 사무직·연구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했고, 현대중공업, 넥센타이어 사무직도 올해 안을 목표로 노조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가장 먼저 사무직 노조를 만든 LG전자이기에 이들의 행보는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지난달 30일 LG전자사람중심사무직노조의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기각하면서 행보가 꼬였다.  

노조 측은 사무직이 임금체계·성과보상·채용·교육 등 전반적인 업무 프로세스에서 생산직과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가 있고, 그동안 기존 대표 노조가 임단협 과정에서 사무직 의견을 거의 반영하지 않아 '교섭단위 분리 필요성'이 크다는 근거를 내세웠지만 소용이 없었다. 

1사1교섭을 원칙으로 하는 현행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교섭단위 분리를 엄격하게 제한한다.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별도 교섭을 할 수 있는 경우는 노사가 모두 개별교섭에 동의하거나 노동위에서 교섭단위 분리 결정이 내려질 때 가능하다. 노동위는 근로조건의 현격한 차이나 교섭관행, 고용형태를 따져 교섭단위 분리 여부를 판단한다.

LG전자 사무직 노조의 내년 임단협 개별교섭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교섭단위 분리신청이 기각되면서 힘이 빠져버린 모양새다. 독자적인 임단협을 통해 사무직원들의 임금 상승을 이끌어낼 계획이었으나 무산됐다. 

교섭단위 분리신청이 좌절되더라도 생산직 중심의 한국노총과 함께 단체협상권을 확보하면 임단협 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사무직 노조원 숫자가 3000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생산직 노조는 약 8000명의 노조원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자칫 사무직 노조 설립 이후 이탈을 우려해 타이트하게 노조를 관리하고 있다. 사무직 노조도 단체협상권을 확보하려면 생산직 노조 숫자인 8000명 수준의 인원을 확보해야 한다. 

LG전자 전체 임직원 4만명 가운데 사무 직원은 2만7000여명으로 사무직 노조 설립 당시 단체교섭권을 확보할 수 있는 인원 수 확보는 쉬운 일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사무직 노조 가입 수가 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원들 사이에서 "성과도 없는데 매달 내야하는 3만원의 활동비가 아깝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노조원들의 신뢰를 확보하고, 숫자를 계속 늘려나가기 위해 눈에 띄는 활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사무직 노조 설립 바람을 촉발시킨 것이 LG전자이기 때문에 이들의 성공여부가 향후 설립되는 사무직 노조 성공여부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며 "MZ세대는 눈에 보이는 성과를 중시하는데 이것이 없다면 예상보다 빠르게 사무직 노조의 힘이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25일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동조합 결성 준비위원회’(위원장 유준환)가 서울시 영등포구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에 노동조합 설립신고증을 접수하고 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2월 25일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동조합 결성 준비위원회’(위원장 유준환)가 서울시 영등포구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에 노동조합 설립신고증을 접수하고 사진을 찍고 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