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LG전자 연봉상승 배경에는 다급한 한국노총이...사무직노조 출현이 부른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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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LG전자 연봉상승 배경에는 다급한 한국노총이...사무직노조 출현이 부른 나비효과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1.03.19 09: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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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와 노사는 올해 임금 인상률 9%에 전격 합의...2배 이상의 임금 인상폭
한국노총 10% 임금인상안 제시...높은 임금인상을 제시하게 된 데에는 사무직 노조의 출현 탓 커

LG전자가 최근 10년간 역대 최대 수준의 임금 인상률을 책정했다. 현재 임단협 협상 테이블에 나서고 있는 한국노총이 과거와 달리 높은 임금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설립된 사무직 노조 출현으로 한국노총이 바짝 긴장했고, 직원들에게 존재이유를 부각시키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 관계자는 "사무직 노조가 생겨나고 가입자 수를 빠르게 늘려가자 한국노총에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다급함이 생긴 것 같다"며 "결과적으로 사무직 노조가 생겨남으로써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와 노사는 올해 임금 인상률 9%에 전격 합의했다. 2011년 이후 매년 4% 안팎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의 임금 인상폭이다. 직급별 초임도 일괄 인상해 사원, 선임 책임 직급 초임을 전보다 각각 300, 500, 600만원씩 올려주기로 했다. 

LG전자가 큰 폭의 임금인상에 노사가 합의하게 된 배경에는 한국노총이 있다. 한국노총은 현재 유일하게 교섭권한을 가진 LG전자 대표 노조다. 한국노총은 사측에 올해 임단협에서 10% 이상 임금인상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임금인상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애쓴 것이다. 과거에는 4% 내외를 제시했으며 비슷한 임금인상률이 그대로 확정됐었다. 

한국노총이 높은 임금인상을 제시하게 된 데에는 사무직 노조의 출현이 컸다. LG전자 사무직 노조는 지난 3월 초 설립됐으며 현재 가입자 수는 2000명에 육박할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LG전자 사무직 노조의 설립목적은 연봉, 성과급 등 직원들의 처우 개선이다. 

사무직 노조 설립으로 LG전자에는 현재 세개의 노조가 있는 상황이다. 한국노총 중심의 생산직 노조와 민주노총 소속의 서비스센터 노조가 있다. 사무직 노조는 현재 한노총과 민노총 모두와 연관이 없는 별개의 노조다.

LG전자 직원 수는 약 4만명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3/4이 사무직이어서 향후 사무직 노조 가입자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는 사무직 노조의 목표는 5000명 이상의 노조원을 확보해 단체교섭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보고 있던 한국노총으로써는 마음이 다급해졌다. 지금까지 한국노총만 단독으로 협상에 나서면서 큰 힘을 갖고 있었는데 사무직 노조가 교섭권을 확보하게 되면 가진 힘이 절반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미 사내에서 "직원들의 임금, 복지가 경쟁사 대비 크게 떨어지게 된 데에는 한국노총이 어용노조이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내려지는 상황에서 올해 임단협에서는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했고, 이것이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폭 제시로 이어진 상황이다. 

경쟁사들 대비 임금 수준이 낮아 직원들의 불만이 크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사측도 한국노총의 임금인상안에 상당부분 동의하면서 9% 수준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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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합니다. 2021-03-19 10:47:29
정확하게 핵심을 잘 파악한 기사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