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삼성전자 노조 "LG전자 9% 올렸다. 우리도 올려달라"가 쉽게 공감 얻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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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삼성전자 노조 "LG전자 9% 올렸다. 우리도 올려달라"가 쉽게 공감 얻지 못하는 이유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1.03.24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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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사측에 임금 교섭 요구서 곧 제출 예정
10% 인상요구안의 명분은 "LG전자도 9% 올렸다"
양사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연봉 격차 4100만원...설득력 얻기 힘들어

LG전자가 9% 임금인상에 전격 합의하면서 그 여파가 삼성전자에게도 미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LG전자도 이만큼 올렸다"며 지난해 큰 성과를 낸 만큼 비슷한 수준의 임금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2019년 11월 약 50년 동안 '무노조 경영' 원칙을 깨고 출범한 전국삼선전자노동조합이 사상 처음으로 사측에 임금 교섭 요구서를 곧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그간 노사 자율조직인 노사협의희를 통해서만 임금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이번에는 삼성전자노동조합도  임금 협상에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사협의회에서 직원 측은 6% 인상안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3% 내외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노동조합은 이보다 더 큰 10%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과의 이견이 큰 상황이어서 삼성전자의 2021년 임금협상이 예년 때와 달리 상당히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관계자는 "LG전자가 9%나 인상한 것이 자극이 된 것이 사실"이라며 "인상률이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LG전자 인상률을 참고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삼성전자 노조 측의 주장은 좀처럼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명분으로 내세운 것이 LG전자의 9% 임금인상 이어서다. 

녹색경제신문이 10년간 양사의 직원 평균 1인당 평균급여액을 조사한 결과 양사간 연봉 격차가 이미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의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8600만원으로 전년과 동일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1억2700만원으로 17.5% 증가했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양사간 연봉차이가 4100만원에 이른다. 

더욱이 지난 10년간 연봉 상승률도 삼성전자가 높았다. LG전자의 2010년 평균 급여는 6400만원에서 2020년 8600만원으로 34.3% 올랐다. 반면 삼성전자는 2010년 8600만원에서 2020년 1억2700만원으로 47.6% 증가했다. 

LG전자가 올해 임단협에서 연봉을 9% 인상하기로 합의한 데에는 그동안 너무 낮은 연봉이 문제였다는 인식에 노사가 공감대를 같이 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그동안 임금이 경쟁사보다 낮다는 불만이 직원들 사이에서 팽배했던 게 사실이다. 

SK하이닉스발 성과급 논란이 LG전자에게도 옮겨붙자 LG전자 경영진이 직원들 임금 개선에 나선 부분도 있다. LG전자 사무직 노조가 빠르게 세를 확장하면서 다급해진 한국노총이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10% 인상을 제시했고, 9% 선에서 합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삼성전자 노조의 경우 실적에 따른 보상 명분보다 LG전자가 이만큼 올렸으니 우리도 올려야 한다는 명분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많은 이들의 동감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술했듯 LG전자와는 상당한 연봉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에서 노조의 목소리가 빠르게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 연봉 인상에 대한 명분을 LG전자 9% 인상에서 찾는다면 동감을 얻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이미 많은 격차가 나 있는 상황에서 직원들 불만이 커지자 LG전자가 높은 수준의 임금인상을 단행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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