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노조 때문에 인재에게 성과급 못주는 현대차...고급인력 이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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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노조 때문에 인재에게 성과급 못주는 현대차...고급인력 이탈 우려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1.03.18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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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직 성과급 기준으로 전체 일괄 적용...노조에 끌려다닌다는 우려나와
동기부여 효과 낮고 개발직 등 인재 이탈 우려도
정의선 회장 "소신껏 일할 수 있게 하는 게 경영진이 해야 할 일"

SK하이닉스발 성과급 논란이 현대차그룹으로 옮겨 붙었다. 정의선 회장이 성과급 제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내보였지만, 타 대기업의 성과급 논란과는 다른 성격의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들은 인재를 대우하면서 치고올라가고 있지만, 현대차는 차등으로 성과급을 줬다간 노조에서 난리가 난다. 노조에 끌려다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를 넘어 종합 모빌리티로 급변하는 가운데 개발자의 중요성은 시간이 갈수록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란다.

모빌리티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대우를 제대로 못해 회사에 있는 능력있는 개발자는 나갈 가능성이 큰 반면 회사는 노조의 구속을 받지 않는 비슷한 능력의 개발자를 고액 연봉을 주고 데려와야되는 그야말로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이 비단 현대기아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겪고 있는 아이러니다. 회사직원은 홀대하고 결원이 된 보직을 채우기위해 밖에서 2배 3배의 연봉을 주고 스카우트 해오는 경우가 제 주변에도 많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2020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현대차 직원의 1인 평균 급여액은 8800만원으로 전년도 9600만원보다 800만원 줄었다. 회사의 연매출은 증가 추세지만 영업이익이 그에 못 미치면서 성과급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3947억원으로 전년(3조6055억원)보다 낮아진 수준이다.

타운홀 미팅에 참석한 정의선 회장이 참석해 직원들과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녹색경제신문 DB]
타운홀 미팅에 참석한 정의선 회장이 참석해 직원들과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녹색경제신문 DB]

현대기아차, 현재 시스템상 능력있는 직원에게 파격적인 대우 힘들어

그럼 실적이 좋아지고, 실적에 큰 기여를 한 직원에게 차등으로 성과를 보상할 수 있을까?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현대차는 임단협에서 정한 성과급을 기준으로 삼아 생산직과 연구직, 사무직에 일률적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생산직이 전체의 60%를 넘어서면서 생산직의 이해관계가 우선시 됐고, 이들의 성과급 기준을 전체가 따르게 된 것이다.

이는 지난 16일 정의선 회장과 임직원이 소통하는 '타운홀 미팅'에 앞서 받은 사전 질문에서 연구직과 생산직을 구분해 성과급 기준을 다르게 해달라는 직원들의 의견,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분배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성과에 대한 보상" 목소리 커져...인재 이탈 우려도

업계에선 현대차가 우수 직원 확보에 난항을 겪을 것이란 우려와 함께 인재 이탈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요 대기업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인재 확보 경쟁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종합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로의 도약을 꿈꾸는 현대차로선 고급 인력이 파격적인 보상을 제시하는 타사에 잇따라 이직한다면 상당히 뼈아픈 일이 될 것"이라며 "회사의 미래를 위해 노조 측에서도 현실성있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보상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의선 회장은 올해 안에 성과급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성과에 대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평가를 해서 보상이나 승진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놓친 부분은 빨리 시정해서 소신껏 일할 수 있게 하는 게 경영진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명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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