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 한국타이어, 근로자 근무환경·지배구조 개선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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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 한국타이어, 근로자 근무환경·지배구조 개선 '갈 길이 멀다'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1.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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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 월드’에 5년 연속 편입...‘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 리더십 등급 선정
- 해외 호평과 달리 잇단 근로자 사망사고 '도마위'...대전노동청 "4억 과태료 부과 완료...책임자 등 수사 진행 중"
- 가족간 경영권 분쟁도 발목 잡아...지배구조 부문,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평가서 'B등급'

기업의 DNA는 성장이다. 생존과 증식, 성장을 향한 기업 DNA의 투쟁은 오늘의 문명과 과학, 기술, 높은 삶의 질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기업 DNA가 지나치게 치열해 더러는 반사회적, 반인류적이어서 성장에 걸림돌이 되거나 인류를 위기에 빠트리는 자가당착에 빠지기도 했다. 이에 기업들은 무한성장 DNA에 신뢰와 책임의 강화를 모색한다. 그것은 환경적 건전성(Environment)과 사회적 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바탕으로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경영과 기업이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한국경제를 이끌어 가는 기업들이 어떻게 ‘ESG’를 준비하고, 무슨 고민을 하는지 시리즈로 심층 연재한다. <편집자 주(註)>

한국테크놀로지 본사. [사진=한국타이어]
한국테크놀로지 본사. [사진=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타이어업계에서 눈에 띄는 ESG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타이어가 자동차 부품사 가운데 글로벌 최고 수준이라는 것은 글로벌 평가 기관들이 부여한 성적표로 쉽게 확인된다.

그러나 근로자 근무환경과 지배구조 부문에서는 갈길이 멀다는 평가다. 잇단 근로자 사망사고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고 가족간 경영권 갈등 역시 발목을 잡고 있다는 우려 섞인 지적이 제기된다.

향후 한국타이어가 관련 우려를 불식하고 글로벌 주요 기업들 중에서도 '지속가능경영'의 모범 사례로 우뚝 설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타이어, 5년 연속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 월드’ 인증패 수상. [사진=한국타이어]

일찍이 지속가능경영을 강조해온 한국타이어는 글로벌 기관에서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한국타이어가 지난해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 월드(DJSI 월드)'에 5년 연속 이름을 올린 것이다. DJSI 월드는 세계 최고 권위의 지속가능성 평가 지수로 꼽힌다. '2020 DJSI 월드'는 평가 대상인 글로벌 상위 2540개 기업 가운데 323개(13%) 기업이 편입됐다. 이중 국내 기업은 17개뿐이다. 

특히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 아시아 기업 중 유일하게 DJSI 월드에 선정돼 눈길을 끌었다. 

또 글로벌 지속가능성 평가 기관인 에코바디스의 2020년 CSR 평가에서 상위 1% 기업에 부여되는 최고등급 '플래티넘' 획득했고, 고객 만족과 품질경영 등 지속가능경영 활동과 성과를 기술한 2019년~2020년 CSR 보고서는 미국 머콤이 지난해 주관한 갤럭시 어워즈에서 최고상인 금상을 받았다. 

환경 부문서 두드러진 활동...온실가스 배출 감축 '앞장'

한국타이어는 ESG 환경 부문에서 두드러지는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친환경 연구∙개발 등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어서다. 

구체적으로 타이어 제조 과정뿐 아니라 차량 주행 시 타이어의 회전 저항을 최소화시켜 연비효율 향상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낮추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단위 온실가스 감축량을 금전적 가치로 환산해 투자 과정에도 반영하고 있다.

또 UNGC(유엔글로벌콤팩트) 등 기업 지속가능성을 위한 다양한 이니셔티브에 참여하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천연고무 정책 등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타이어는 대전지역 멸종위기종을 살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복원 대상종과 대상지를 선정해 서식지 환경 조성, 멸종위기종 방사 및 이식, 모니터링 및 시민 참여 독려를 위한 홍보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멸종위기종을 복원, 지역 생태계 생물 다양성을 증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국 테크노돔. [사진=한국타이어]

목표 설정 또한 명확하다. 한국타이어는 2050년까지 지속가능한 원료 사용 비율을 100%로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2018년 대비 절반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이 더해져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기후변화대응 수준을 평가하는 가장 신뢰받는 지표인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의 탄소경영 '기후변화대응' 부분에서 리더십 등급에 선정됐다. 리더십 등급은 기후변화대응 활동, 관련 리스크 관리 및 정보 공개가 우수한 소수 기업에게 부여하는 등급이다.

지역 사회공헌 활동 '활발'...반복적인 중대재해 발생은 우려 커 

한국타이어는 지역밀착형 사회공헌 활동으로 지역사회와의 동반 성장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곳에 온정의 손길을 전했다. 

회사는 지난해 12월 충남 금산군과 대전시 대덕구 관내 취약계층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한 성금 1000만원을 각각 전달했다. 전달된 성금은 지역 내 저소득층에게 전달할 연탄구입에 사용됐다.

코로나19 조기종식과 예방을 위해선 지난해 대전 대덕구에 성금 8000만원 전달과 함께 다중이용시설 긴급 방역봉사를 진행했으며, 충남 금산군에 5000만원 성금전달과 수해복구 긴급 성금 4000만원을 전달했다. 또한 충청남도에 3000만원, 충남 태안군에 2000만원의 코로나19 긴급 지원금을 전달했다. 

충남 금산군청에서 성금 1000만원을 전달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일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경영관리팀장, 최창희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장, 문정우 금산군수, 강재구 금산군청 주민복지지원실 희망복지팀장. [사진=한국타이어]

이밖에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5억원, 위축된 소비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대리점주들과의 상생을 위해 총 10억원 상당의 예방 물품 및 대응 지원금을 지급했다. 코로나19 여파로원활한 혈액 수급이 어려워지자 '사랑나눔 헌혈 캠페인'에 동참하기도 했다.

주요 사회공헌 활동으로 꼽히는 '한국동그라미파트너스'도 빼놓을 수 없다. 동그라미파트너스는 한국타이어가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새로운 가능성과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다.

한국타이어는 "장애인, 특히 중증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최고의 복지는 바로 안정된 일자리"라며 "동그라미파트너스는 일자리 제공 사업을 중심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를 이행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동그라미파트너스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 본사를 두고, 본사를 비롯해 대전공장과 금산공장, 중앙연구소 등 4곳에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베이커리 센터, 클리닝 센터, 커피와 베버리지 센터 및 행정사무지원 등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사회공헌 활동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회사는 작년 12월 인도네시아 서부에 위치한 브카시 지역 정부로부터 글로벌 나눔을 실천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2020 CSR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 2017년에는 노후된 현지 초등학교 건물 보수로 학생들에게 쾌적한 학습 환경을 제공하고, 학업에 필요한 각종 물품을 지원했다. 또한 2019년 6월부터 인근 마을에서 수경정원을 이용한 도시농업을 기반으로 지역사회의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마을지원 프로그램'을 운행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한 작년 4월부터는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마스크 기부 활동도 병행했다.

한국타이어 금산 공장. [사진=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 금산 공장. [사진=한국타이어]

다만 사업장의 근무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공장 내 기계·기구의 끼임으로 인한 근로자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8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근무하던 직원 A씨는 성형기 원통에 끼임 사고를 당해 머리와 가슴 부위를 크게 다쳤다. A씨는 대전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다음달 4일 끝내 목숨을 잃었다.

해당 사고로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한국타이어 대전·금산공장에 근로감독관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전문가 등 31명을 투입해 특별 근로감독을 실시했다. 

당시 김규석 청장은 "충분한 안전보건관리 역량이 있음에도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반복적으로 중대재해를 유발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전노동청은 작년 12월23일 한국타이어에 대한 특별감독을 실시한 결과,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사항 총 699건(103조항)이나 발견됐다고 밝혔다. 주요 위반사항은 설비 방호덮개 미설치, 컨베이어 비상정지장치 미작동, 특별안전보건교육 미실시 등이다. 

당시 대전노동청은 이중 위반사항이 중한 499건(82조항)에 대해서는 책임자 및 법인을 형사입건하고, 관리상 조치미흡 등 200건(21조항)은 과태료 3억9000여만원을 부과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대전노동청 감독관은 29일 녹색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과태료는 부과가 다 됐다. 책임자에 대한 형사입건 부분은 아직이다. 현재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 진행 중이다"며 "여러가지 위반사항을 같이 묶어서 보느라 시간이 좀 더 소요되고 있다. 2달 내로는 종결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형사입건도 중요하지만 재발 방지를 위한 철저한 조치도 중요하다. 이와 관련한 행정조치도 더불어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노동청 지적사항에 대한 개선 완료 및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한국타이어의 공장에서 기계 끼임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데 우려를 표한다. 앞서 2017년에도 한국타이어 충남 금산공장에서 근로자가 고무 원단을 옮기는 컨베이어벨트와 롤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일각에서 사측이 근로자 인명사고 방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는 이유다. 

실상 한국타이어는 오래전부터 산업재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약 10년간 암, 순환기 질환 등으로 5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ESG 사회 분야에서 '직장 내 안전' 부문은 중요 평가 요소지만 한국타이어가 사회 봉사에 힘 쓰는 것에 비해 근로 환경 개선 노력은 상당히 미흡하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 부문의 종합적인 지표가 고평가됐다고 본다"고 전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한국타이어의 ESG 평가에서 사회 분야에 A+ 등급을 부여했다.

지배구조 부문 'B등급'...형제간 경영권 분쟁 '눈살'

지배구조는 평가 지표상 가장 낮은 점수를 획득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지배구조 부문에 B등급을 줬다. 현재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과 형인 조현식 한국앤컴퍼니(지주사) 부회장 간 경영권 갈등이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오는 30일 주주총회에서 조 부회장과 최대주주인 조 사장이 표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앞서 조 부회장은 이한상 고려대 교수를 감사위원 겸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고 주총에서 통과되면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조 사장 측은 김혜경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를 내세웠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23일 "회사의 안정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 이사회에서 추천한 감사위원을 지지해 주실 것을 간곡히 말씀드린다"며 주주들에게 호소했다. 

업계에선 이번 표대결이 향후 그룹 경영권 향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며, 형제간 경쟁권 갈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계속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타이어는 경영권 분쟁 이슈와 별개로 이사회 중심의 의사결정 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회사는 지난달 5일 '2021년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계획안에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내용을 공개했다. 세부적으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이사회 내 사외이사 구성 확대 등이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타이어는 사내 전문영역별 7개 CSR 위원회를 통해 임직원들과 끊임없이 지속가능성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며 전사 차원의 CSR 수준 향상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조현식 부회장, 조현범 사장. 

 

김명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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