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취재] '탈중국'하는 삼성전자VS중국과 협력 강화하는 SK하이닉스..."커져가는 기술유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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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취재] '탈중국'하는 삼성전자VS중국과 협력 강화하는 SK하이닉스..."커져가는 기술유출 우려"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1.01.31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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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中다롄시, 협력 관계 구축 위한 MOU 체결
- 다롄 지역에서 신규투자 공동추진, 중국 IT기업 협력 강화 및 다롄시 산업혁신도 도모
- 중국 다롄시와 협력강화는 글로벌 흐름과 반해...삼성전자는 2년간 탈중국 본격화
- 중국의 인력과 기술 가로채기 역사...최근에도 SK하이닉스 반도체 핵심기술 유출사고 터져

SK하이닉스가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탈(脫)중국에 속속 동참하고 있는 것과 대조되는 행보로 기술 유출 우려가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전세계 반도체 업체들이 탈중국을 시행하면서 반도체 자립화가 필수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SK하이닉스의 행보는 기술 및 인력 유출 우려 차원에서 볼때 상당히 위험하고, 국익에 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다롄(大连)시 정부와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9일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인텔의 낸드 사업부 인수를 발표했고, 다롄에는 인텔의 낸드 생산 팹이 위치하고 있다. 

인텔의 낸드 생산공장이 다롄에 있는 만큼 협력관계 구축은 필요한 조치로 판단되지만 여러 조항이 더 붙었다. 

우선 이번 협약을 통해 SK하아닉스는 다롄 지역에서의 신규 투자를 공동으로 추진키로 했다. 또 중국 IT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다롄시의 산업혁신까지 도모해주겠다고 했다. 

노종원 부사장은 “SK하이닉스는 2004년 중국 장쑤성(江蘇省) 우시(無錫)에 처음 진출한 이후 지역사회와 회사가 함께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여러 방면으로 펼쳐왔다”며 “그 결과 현지에 뿌리를 잘 내린 외국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 부사장은 이어 “인텔 낸드 사업 인수와 함께 SK하이닉스의 새로운 터전이 될 다롄에서도 지역 내 산업 혁신과 경제 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좌측 첫번째) SK하이닉스 경영지원담당 노종원 부사장, (세번째) 다롄시 진푸신취(金普新区) 관리위원회 여동승(吕东升) 부주임, (네번째) 진궈웨이(靳国卫) 다롄시 부시장.
SK하이닉스가 중국 다롄시와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좌측 첫번째) SK하이닉스 경영지원담당 노종원 부사장, (세번째) 다롄시 진푸신취(金普新区) 관리위원회 여동승(吕东升) 부주임, (네번째) 진궈웨이(靳国卫) 다롄시 부시장. [SK하이닉스 제공]

이날 반도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녹색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같은 중국과의 협력 움직임은 글로벌 IT, 전자, 반도체 업계와의 흐름에는 반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2년 동안 탈중국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는 삼정전자와 명확히 대조된다. 

삼성전자의 탈중국 움직임은 2019년부터 본격화됐다. 2019, 2020년 등 지난 2년 간 무려 네개의 중국 생산법인 가동을 중단시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말께 중국 톈진에 있는 TV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톈진 TV공장은 중국 내 유일한 삼성전자 TV 생산기지다. 

SK하이닉스의 중국 다롄시와 협력강화는 글로벌 흐름과 반해...삼성전자는 2년간 탈중국 본격화

삼성전자는 2018년 말 톈진 스마트폰 공장, 지난해 광둥(廣東)성 후이저우(惠州) 스마트폰 공장도 가동을 멈췄다. 지난 7월에는 마지막 PC 공장인 쑤저우(蘇州) 생산라인도 중단하고, 삼성디스플레이 쑤저우 LCD공장을 중국 2위 업체에 매각하는 등 등 제품 생산의 탈중국을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중국 생산기지로는 쑤저우 가전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 공장, 시안(西安) 반도체 공장만 남아 있는 상태다.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작년부터 탈중국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도 인도나 베트남 멕시코로 이전하고 있고, 여러 기업들이 탈중국을 하고 있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자동차, 전기·전자 기업들을 중심으로 중국 생산라인을 아세안과 중남미 등지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뚜렷한 상황이다. 미국의 탈중국 전략에 힘을 실은 것이다. 

트럼프에서 바이든 대통령으로 바뀌었지만 미국의 탈중국 기조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 특히 바이든 정부는 '미국인에 의한 미국 내 제조'를 강령으로 내세워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5G 등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산업의 미국 중심 공급망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오스틴 공장 증설 등을 유치하기 위해 삼성전자에 잇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에도 글로벌 기업들의 탈중국 움직임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중국의 인력과 기술 가로채기 역사...최근에도 SK하이닉스 반도체 핵심기술 유출사고 터져

SK하이닉스가 다롄시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세간의 우려심이 증폭되는 것은 지금껏 해온 인력과 기술 가로채기 역사가 있는데다 중국이 처한 상황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가 곧 나라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보고 2014년부터 최근까지 1조 위안(약 170조원)을 투입해 반도체 자립을 추진했다. 이 기간 30여 개의 중국 기업이 다른 나라의 반도체 기업을 인수하거나 기술을 가져다 쓰면서 단기간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이른바 중국의 ‘반도체 굴기(崛起)’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중국이 미국, 한국, 대만 등 반도체 강국의 핵심 이익을 건드렸다는 점이다 나라를 가리지 않고 주요 기업의 반도체 기술을 훔치거나, 인재를 빼돌리는 일이 잦았다. 이런 와중에 2019년 화웨이가 통신장비를 통해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대상으로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미국은 이를 빌미로 중국과의 반도체 전쟁을 시작했다. 화웨이를 시작으로 SMIC 등 중국 핵심 기업들이 반도체 공급제한에 걸렸다. 

결국 중국이 미국의 위협에서 살아나기 위해서는 반도체 자립 뿐이다. 중국은 미국의 화웨이 추가 제재와 탈중국화 움직임을 계기로 반도체 자립화에 속도를 낼 수 밖에 없다. 반도체를 자립화하려면 핵심 인재 확보가 필수적이다. 때문에 최근 중국 기업들은 현재 국내외 반도체 인력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업체 관계자는 “중국이 미국 제재로 반도체 굴기에 어려움을 겪자 전 세계의 엔지니어를 데려오는 데 집중하는 분위기”라며 “여러 루트로 기술을 빼내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지만 각 회사들이 이를 모두 대처하기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서 인력과 기술을 유출하려는 시도가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연말 한 중국 업체는 대놓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출신을 환영한다는 채용공고문을 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SK하이닉스에 대한 기술유출 우려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SK하이닉스가 인수한 인텔의 중국 다롄 팹 공장.
SK하이닉스가 인수한 인텔의 중국 다롄 팹 공장.

실제 SK하이닉스는 최근 기술유출 사건이 세간에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26일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핵심기술을 중국에 빼돌린 국내 협력업체 임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SK하이닉스 등의 반도체 핵심 기술을 중국 반도체 업체에 유출한 A사 연구소장 임 모 상무 등 5명을 산업기술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A사 임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12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18년 8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SK하이닉스의 ‘HKMG’ 반도체 제조 기술과 반도체 세정 레시피를 중국 경쟁업체에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HKMG’ 제조 기술은 D램 반도체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전도율이 높은 신소재 ‘HKMG’를 사용한 최신 기술로, 국외 유출이 금지되어 있다.

검찰 관계자는 “HKMG 반도체 제조 기술의 추가적인 국외 유출을 방지하고, 유출 기술을 사용해 만든 반도체 관련 세정장비의 중국 수출을 사전에 차단했다”고 밝혔으나 이런 식으로 유출된 기술들이 지금의 중국 반도체 굴기를 만들었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반도체 기술의 핵심을 갖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으로 지난해 5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벌어들였다. 중국을 멀리해도 기술유출을 막기 어려운데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향후 기술유출, 인력 빼가기 등 '통수'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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