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현대차와 보스턴 다이내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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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eets DESIGN] 현대차와 보스턴 다이내믹스
  • 박진아 전문기자
  • 승인 2021.01.2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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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1일,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의 로보틱스 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Inc.)를 인수혔다. 세계 최고의 로봇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기업 가치는 약 11억 달러로, 현대차 인수 이전까지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지배 지분사였으나. 이 딜의 성사로 현대차그룹이 인수 합의금 약 미화 9억 2천 만 달러를 지불하고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의 80%를 보유한 지배 지분사가 됐다. 나머지 지분 20%은 소프트뱅크가 소유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는 첨단 테크 지향적 자동차 업체로서 현대차의 기업 이미지 쇄신에도 유용하다. 일본의 도요타, 닛산, 혼다, 미국의 포드, 독일의 보쉬와 콘티넨탈 등 해외 자동차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계를 접합시킨 산업용 로봇과 물류・로지스틱스 자동화 기기 부문에서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높은 인지도를 활용해 보다 민첩하게 ‘스마트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거칠고 척박환 환경에서 ‘지루하고 더럽고 위험한’ 3D 업무를 인간 대신 처리해주는 강인한 로봇을 설계하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다이나믹하고 안정적인 2족 또는 4족의 ‘걷는 로봇’ 아틀라스와 스폿. © 2021 Boston Dynamics.
거칠고 척박환 환경에서 ‘지루하고 더럽고 위험한’ 3D 업무를 인간 대신 처리해주는 강인한 로봇을 설계하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다이나믹하고 안정적인 2족 및 4족의 ‘걷는 로봇’ 아틀라스 휴머노이드와 스폿. © 2021 Boston Dynamics.

이번 현대차의 인수를 계기로 이미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해 놓은 로봇들을 소비자 대상으로 상용화하는 것이 현대차와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공통으로 겨냥하는 시너지 효과다.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인 1992년, 대학내 벤쳐기업으로 보스턴에서 설립된 이래, 2013년 구글 인수와 2017년 소프트뱅크 인수를 거치기까지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연구 중심의 스타트업이다보니 여러 모델의 로봇을 개발했지만 아직까지 연간 수 백만 달러의 만성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현대자동차 측의 경우, 사내 로보틱스랩(Robotics LAB) 연구소가 해오던 4차 산업 관련 기술 연구에 박차를 가할 수 있고, 년간 약 7백 만 대 자동차를 생산하는 현대차그룹에게 스폿-픽-핸들 로봇 삼총사는 제조생산라인 자동화에 응용될 경우 고용비 절감 효과를 안겨줄 수도 있다.

'빅독' 군사용 4족 로봇. © 2021 Boston Dynamics.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가장 원형적 로봇인 '빅독' 군사용 4족 로봇. © 2021 Boston Dynamics.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가장 대표하는 아이콘격 로봇 모델은 단연 2004년 미항공우주국(NASA)과 하버드 대학 등과의 협력으로 개발한 4족 보행 로봇인 ‘빅독(Big Dog)’이다. 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처녀작은 센서와 인공지능 제어 시스템에 기반한 거친 지형 횡단용 4족 로봇이다. 이어서 2007년 공개한 렉스(Rhex)는 곤충을 연상시키는 모양새의 낮고 안정적인 6족 로봇으로 역시 거친 지형 횡단용으로 설계됐다. 뒤이어 공개된 ‘리틀독(Little Dog)’과 ‘치타(Cheetah)’ 모델도 야생자연계 동물의 민첩하고 빠른 동작 메커니즘에서 영감받은 차세대 4족 로봇들이다.

4족 군사용 로봇 ‘LS3’(2010년 공개)은 본래 전투 시 거친 지형에서 교전중인 군인들과 동행하며 군기물을 운반할 용도로 설계됐다. 이어서 2011년형 ‘와일드캣(Wildcat)과 2012년 소형 정찰용 로봇 ‘샌드플리(Sandflea)는 2015년 ‘스폿’ 클래식 모델로 정제되어 현재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대표하는 실내외용 전기구동 유압 시스템 다이나믹 4족 로봇계의 아이콘이 탄생하는 기술적 기반이 됐다.

‘스폿 익스프롤러(Exlorer)’ 모델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홈페이지의 숍 페이지에서 기기당 미화 74,500 달러에 판매중이다. © 2021 Boston Dynamics.
‘스폿' 클래식 로봇(2015년). 현재 '스폿 익스프롤러(Exlorer)’ 모델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홈페이지의 숍 페이지에서 기기당 미화 74,500 달러에 판매중이다. © 2021 Boston Dynamics.

현단계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해 제조업, 건설설비, 연구소에 파일럿 단계의 자동화에 투입・실용이 가능한 로봇은 ‘스폿(Spot)’이다. 잘 훈련된 날렵한 개를 연상시키는 이 4족 로봇은 이른바 ‘운동 지능(athletic intelligence)’을 응용해 자율적으로 장애물을 피하고 난해한 지대를 안정적으로 횡단할 수 있다. 2016년부터 사람처럼 일어서서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이 선보였는데, 그 첫 모델은 ‘아틀라스(Atlas)’다. 지난 해 아틀란스는 제품 성능 발표회에서 물구나무서기, 공중제비 같은 고난도 동작을 무리없이 소화해 낼 수 있고 밀어넘어 뜨려도 스스로 중심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강인하다.

물류창고의 상자 판별 및 분류 업무 용도로 개발된 픽(Pick)은 건설용, 제조업용, 연구소용 등 용도와 목적에 따라 주문제작된다. © 2021 Boston Dynamics.
물류창고의 상자 판별 및 분류 업무 용도로 개발된 픽(Pick)은 건설용, 제조업용, 연구소용 등 용도와 목적에 따라 주문제작된다. © 2021 Boston Dynamics.

올 2021년 초,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대중 소비자에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특수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새해 축하 유튜브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이 방영되자마자 2천 4백만 시청자수를 기록했고 그로부터 약 한 달 후인 현재 총 시청자 수는 2천 7백 만을 넘어섰다. 이들 로봇들이 핸들, 스폿, 아틀라스가 1962년도 모타운 히트곡 “두 유 러브 미(Do You Love Me)”에 맞춰 유쾌하고 장난스럽게 춤추는 이 영상은 지난 30년 성취한 로보틱스 기술 성과를 효과적으로 과시하는 동시에 차갑고 무감정한 전투용 로봇들에 대한 대중의 두려움을 사르르 녹이기에 충분했다.

물류창고에서 물품 상자를 스케쥴에 맞춰 운반하는 이동식 로봇 ‘핸들(Handle)’ 2022년부터 상용화될 계획이다. 스폿과 픽이 하나로 구현된 다리-바퀴 하이브리드 모빌리티 시스템으로 자율동작 가능한 팔과 균형상쇄기능 꼬리 설계가 특징이다. © 2021 Boston Dynamics.
물류창고에서 물품 상자를 스케쥴에 맞춰 운반하는 이동식 로봇 ‘핸들(Handle)’ 2022년부터 상용화될 계획이다. 스폿과 픽이 하나로 구현된 다리-바퀴 하이브리드 모빌리티 시스템으로 자율동작 가능한 팔과 균형상쇄기능 꼬리 설계가 특징이다. © 2021 Boston Dynamics.

인류 역사를 돌이켜 보건대 전쟁과 전염병 확산은 뉴테크놀러지를 가차없이 추진시킨다. 이번 현대차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도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급속히 성사됐다. 확산일로의 언택트 마케팅과 대중의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고착되면 스마트 교통 부문과 공공영역의 안전, 치안, 보건, 서비스업계도 로봇을 더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포용할 것이라는 예측에 따른 현대차 측의 타당한 행보다. 실제로 작년 초 현대차는 '엘리베이트' 네 다리로 걷는 컨셉트 카를 대중에게 공개하고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AI로보틱스 기업으로 재포지셔닝을 시도한 바 있다.

현대차가 2019년 발표한 ‘엘리베이트(Elevated)’ 걸어다니는 차 컨셉트. ©  Hyundai Motor America
현대차가 2019년 발표한 ‘엘리베이트(Elevated)’ 걸어다니는 차 컨셉트. © Hyundai Motor America

실제로 올 봄부터 미국 보스턴의 한 병원에서는 대인 접촉을 통한 코로나19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폿이 의사 얼굴이 뜬 스크린을 탑재한채 내원한 환자 진료를 맡았다. 물론 첨단 테크가 별안간 인간이 당면한 모든 문제거리를 다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개인 보건과 안전에 대한 위기의식에 처해 있는 대중은 이미 기계가 제공하는 테크를 솔루션을 두 팔 벌려 포용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듯하다.

박진아 전문기자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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