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대우증권 잡은 미래에셋의 환호, KB 금융의 절치부심을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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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대우증권 잡은 미래에셋의 환호, KB 금융의 절치부심을 부르다
  • 박종훈 기자
  • 승인 2020.1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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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사 대형 M&A, 시너지냐 저주냐
- 규모의 힘 기반으로 새 사업영역 개척
▲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사진 = 미래에셋대우증권 제공)
▲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사진 = 미래에셋대우증권 제공)

 

2016년 11월 4일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이 합쳐진 공룡 증권사가 출현했다. 증권사들이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리는 일은 미래에셋대우가 시발점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장 큰 규모의, 가장 주목 받은 사례로 두 회사의 합병을 꼽는데는 별 무리가 없다. 자기자본 7조원이 넘는 초대형 증권사의 등장은 KB금융과 한투금융이란 쟁쟁한 경쟁자를 뿌리친 과감한 딜이란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한편 우리투자증권에 이어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또다시 고배를 마셨던 KB금융은 삼수 끝에 현대증권을 품으며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작전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가시적 성과를 만드는 데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했지만,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뚜렷한 반등에 성공하며 금융그룹 내 계열사 중 자산규모나 순이익이나 2인자 자리를 확고히 한다.

◆ 그날

"더 쓸 수도 있었다"···승부사 박현주의 한 방

2014년 NH농협금융이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며 탄생한 NH투자증권은 단숨에 업계 선두 자리로 뛰어올랐다. 합병 소식이 나오자 업계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당시 NH농협증권은 농협 네트워크를 통해 조밀한 영업망을 갖추고 있었고, 우리투자증권은 상대적으로 기업금융에 강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됐다.

시장의 기대처럼 통합 이듬해인 2015년 NH투자증권은 당기순이익으로 2150억원을 거두었다. 전년대비 165.2%의 신장이니 합병 효과는 확실히 입증한 셈. 한라비스테온 인수 금융, 씨티센터타워 매각, 대한항공 유상증자, LIG넥스원 이노션 등의 IPO, 홈플러스 인수금융 등에서 발군의 성과를 낸 것이다.

합병 효과를 확인한 시장에는 NH투자증권의 다음을 기다리는 더 강력한 한방이 도사리고 있었다. 바로 미래에셋대우증권의 출범이다. 

대우증권은 1970년 설립된 동양증권이 시초다. 회사는 1973년 당시 대우실업의 계열사로 편입됐고, 1983년 대우증권으로 사명을 바꿨다. 대우그룹이 공중분해되면서 대우증권은 산업은행을 통해 공적자금이 투입된 후 2010년에 기업명을 KDB대우증권으로 바꿨다.

'썩어도 준치' '부자 망해도 3년 간다'는 표현이 실례일 정도로, 옛 대우증권의 위상은 남달랐다. 유독 '최초' 타이틀을 많이 갖고 있는 것이 대우증권이었다. 1984년 국내 최초 민간 경제연구소 설립, 코리아펀드 설립, 1990년 트레이딩 룸 설치 등의 '타이틀'이 그 예다.

대우그룹의 색깔이기도 했지만 글로벌 진출에도 과감했다. 1990년대 공산권 붕괴 이후 가장 먼저 이쪽을 공략한 것도 대우증권이다. 1992년 국내 증권사 중 최초로 상하이증권거래소 업무인가를 취득했고, 1995년엔 헝가리, 1997년엔 루마니아 은행을 인수해 현지 영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 대우증권의 리서치는 과거 정평이 나 있었다. 2000년대 초반엔 주요 10여개 증권사의 리서치 책임자가 모두 대우 출신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신입사원 모집에서 연구원 지원자만 1000여명에 달했다는 과거는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무용담'이다.

대우증권과 합병 이전 미래에셋증권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보다도 자산관리(WM) 부문이다. 양사의 합병은 실적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르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던 KB증권의 경우완 달리, 이듬해 회계일치 이후부터 쭉쭉 뻗어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래에셋대우증권의 출범은 당시까지 증권업계 사상 규모가 가장 큰 통합 작업이었다. 단순 합산해봐도 자기자본이 7조7500억원(미래에셋증권이 3조4300억원, KDB대우증권이 4조3200억원)에 이르렀다. 가히 공룡의 등장이라고 부를만 하다.

미래에셋대우가 등장하기 이전까진 NH투자증권이 4조5300억원 규모로 1위 자리를 '잠깐' 누렸다. 뒤에서 언급할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이 자기자본 규모 3조9000억원 규모의 통합을 이뤄내며 3위 자리를 차지한다. 

시장에 나온 대형 매물은 KB금융지주, 한국투자금융 등 쟁쟁한 금융그룹이 탐을 냈다. 그리고 2015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산업은행은 우선협상대상자로 미래에셋증권을 선정했다.

당시 미래에셋증권은 본입찰에서 2조4500억원의 최고가를 써내며 경쟁자를 따돌렸다. 최종 실사를 거치며 인수 금액은 2조3205억원으로 줄었지만, 미래에셋증권의 규모를 감안하면 과감한 베팅이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이 딜은 본계약 체결 이후 2016년 4월 7일 잔금 2조820억원을 납부함으로써 당사자들의 인수절차를 마무리했다.

NH투자증권의 사례가 그랬던 것처럼, 미래에셋 차원에서도 노림수가 있었다. 대우증권의 해외투자 경험은 해외진출을 꾀하는 증권사들이 가장 탐내는 부분이었고, 또 브로커리지와 IB 강화도 빼놓을 수 없는 메리트였다.

업계에선 '이변', 기업 인수합병 전문가들 사이에선 그해 '가장 충격적 사례', 국내 주요기업 CFO가 꼽은 '2016년 최고의 인수합병 거래'로 손꼽혔던 미래에셋대우증권의 출범에는 다름 아닌 박현주 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큰 몫을 했다는 후평이다.

후일 박현주 회장은 "대우증권의 인수를 위해 1년 동안 준비했다"며 "인수가격을 더 쓸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은 인수가 결정되기 전인 2015년 11월 유상증자를 통해 9561억원에 달하는 '총알'을 확보한 상태였다. 

박 회장은 인수가 확정된 후에도 합병·통합 과정을 진두지휘 했다. 이를 준비하기 위한 '통합추진위원회'의 위원장직을 손수 맡았다. 박 회장은 "단순한 합병·통합 수준이 아닌, 창업 수준의 과업'이라고 말하며 '창업추진위원회'로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 그후

KB금융 M&A 트라우마, 이젠 극복됐나?

금융지주 포트폴리오에 증권 부문을 강화하려던 KB금융은 앞서 벌어진 두 건의 대형 매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리고 2016년 3월 31일 현대증권 매각 본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삼수 끝에 증권사 인수합병에 성공했다.

KB금융은 증권사 뿐만 아니라 허다한 M&A 경쟁에서 '트라우마'라고 불릴 정도로 번번이 뒤처졌다. 가령 2006년 외환은행 인수전에서는 본계약도 체결했지만 론스타 논란과 검찰 수사 등으로 인수를 포기했다. 이른바 '헐값매각' 논란으로 수사가 진행되자 계약을 파기한 것이다.

2011년에는 우리금융지주의 인수를 계획하기도 했는데, 역시 손을 접어야 했다. 이는 이른바 '메가뱅크' 논란으로 알려져 있는데, MB정권 당시 강만수 기재부 장관이 주장한 내용에서 비롯된다. 산업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산업은행지주를 출범시키고 회장에 취임한 강만수는 우리금융지주와 산은지주의 합병을 밀어부쳤는데, 여기에 대한 각계각층의 찬반 여론이 뜨거워지며 그야말로 '논란거리'가 됐던 것이다.

2012년에는 ING생명 인수를 시도했지만 당시 어윤대 전 회장과 이사진들의 의견차로 무산됐다. 당시 상황이 드러난 것은 KB국민은행 베이징 현지법인 개소식에서 어 회장이 사외이사진들과 취중에 마찰을 빚었다는 후문이 알려지면서다.

2010년 7월 취임한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당시 MB정권의 낙하산 인사라는 구설이 끊이지 않았다. 어 회장 본인도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는 고려대 경영학과 선후배 사이기도 하다. 금융지주 회장들 중 강만수, 이팔성과 함께 대표적인 'MB맨'이었던 어 회장은 강만수 회장의 '메가뱅크론'과 마찬가지 의미에서 우리금융 인수에 큰 관심이 있었다.

ING생명 인수 과정에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끝났지만 사외이사들에게 발목을 잡혔다. 사외이사들이 높은 인수가격과 함께, 이미 레드오션인 생명보험 시장에 굳이 뛰어들어야 하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어 회장이 취중 실수를 저질렀던 것. 베이징에서 사외이사들과 술자리를 갖고 인수 과정에 발목을 잡는 반대파 사외이사들과 논쟁을 벌이던 와중에 "회사를 위한 충정을 왜 몰라주느냐"며 술잔을 박살냈다는 후문이다. 깨진 술잔 파편에 일부 임원이 부상을 입기도 하면서 이날의 논란에 대해 결국 감독당국이 진상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어 회장의 언행에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났고, 이후 KB금융은 ING생명 인수를 포기한다. ING생명은 2018년 KB금융의 최대 맞수인 신한금융의 품에 안겨 오렌지라이프로 이름을 바꾸었다. 

현재 시점에서 보면 알토란 인수합병이었지만, KB금융은 2014~2015년 즈음에는 LIG손해보험 인수를 두고 골머리를 앓았다. 금융당국은 당시 윤종규 회장에게 KB금융의 지배구조 개편을 인수 승인조건으로 내세웠다.

전임 어윤대 회장의 사례를 지근거리에서 보아온 윤종규 회장은 사외이사진 장악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금융당국은 이를 문제삼으며 지배구조 개선을 인수승인 조건으로 붙인 것이다. LIG손보는 과거 LG화재가 그룹 분할 이후 사명을 바꾼 것이며, 2015년 KB금융이 결국 인수해 KB손보로 이름을 바꾸었다. KB금융은 2020년 푸르덴셜생명을 품에 안으면서 ING생명 인수 시도 당시의 안 좋은 기억을 지운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현대증권을 인수하면서 자기자본 6200억원 규모에서 단숨에 3조9000억원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상위권 경쟁에 뛰어들만한 기반을 갖춘 셈이다. 

KB금융지주 역시 증권 포트폴리오 강화는 향후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당시 윤종규 회장은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메릴린치의 합병 사례를 들며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중요성이 커지는 자산관리과 기업투자금융 분야를 특화해 1등 금융사로 다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그리고, 앞으로

시너지나 승자의 저주냐, 코로나 시국 속 오리무중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KB증권과 현대증권의 통합 사례를 나란히 놓고 살피는 까닭은, 두 사례에서 금융판의 공통적인 목표점이 읽히기 때문이다. 즉 앞으로도 다각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이면에는 그만큼 비즈니스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대규모 M&A 과정의 복잡다단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문제는 인수가 결정난 이후에도 지속된다. 상이한 조직문화를 가진 두 기업이 '화학적 통합'에 성공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지에 대해선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또한 필연적으로 뒤따라오는 구조조정 등의 우려에 대한 구성원들 간의 갈등, 혹은 문제가 본격적으로 표출되는 노사갈등 역시 큰 부담이다.

이런저런 험난한 고개를 넘어 목표한 정상이 눈 앞에 보이는데도 과연 예상한 정도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느냐는 또다른 문제이다. 인수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거액의 베팅도 감수했던 과감성이 후일 조직의 단기 성과에 있어서 발목을 잡는 경우도 허다하다. 오죽하면 '승자의 저주'라는 수식어가 일반적으로 운위될까.

미래에셋대우증권의 경우 공룡의 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순이익과 시가총액 기준 1, 2위를 다투고 있다. 2019년 기준 순이익은 6637억원으로 한국투자증권을 바짝 뒤쫓고 있다. 시가총액은 5조6594억원으로 국내 증권사 중 1위다. 올해 대어급 IPO 대표주관사 경쟁에서 밀리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지만, 2021년에는 기대가 크다.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1인칭 슈팅(FPS)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내놓은 '크래프톤'의 기업공개 대표주관사로 선정됐다. 크래프톤의 기업가치는 최대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IPO 최대급이었던 빅히트엔터에 비해 2배가 넘는 수준이다. 크래프톤은 올 상반기만 매출 8872억원에 영업익 5137억원을 기록한 회사다. 같은 게임 업종이면서 올해 2분기 상장한 카카오게임즈가 매출 2029억원, 영업익 287억원 규모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기대가 작을 수 없다.

수수료와 공모 실적에서 밀리지만 10월 중순 기준으로 올 한햇동안 미래에셋대우는 IPO 대표주관 건수만 놓고 봤을 때 14건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수수료 수익은 171억원으로, 공모실적 순으로 1위인 NH투자증권의 수수료 수익이 172억원인 점을 감안할 때 대어는 놓쳤어도 중소형 딜에서 쏠쏠한 실익을 챙겼다는 평가다. 크래프톤 외에도 내년엔 SK IET, SK매직 등 굵직한 건수가 기다리고 있다.

당초 대우증권 인수의 가장 큰 노림수 중 하나였던 해외진출도 이미 4년여 기간 동안 많은 성과를 쌓아오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2019년 12월 기준 16개국 32개 법인 및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2016년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법인, 2017년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국 LA 법인, 2018년 인도 법인, 2019년 홍콩 법인 등에서 증자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증권사 중 해외 부동산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중국의 차량공유 1위 기업인 디디추싱, 글로벌 드론시장 1위인 중국의 DJI, 우버를 제치고 동남아 시장을 석권한 그랩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의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향후 사업이 얼마나 타격을 받을 지 여부가 관건이다.

KB증권의 경우 올해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3분기 순이익 2097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보다 39.6% 증가했다. 누적 순이익도 338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0.6% 급증했다. 브로커리지 수수료 확대와 IB 부문 실적 개선으로 호실적을 보였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대표적인 인수합병 두 사례가 보여주는 의미는 '대마불사' 차원의 단순함이 아니다.  예상을 뛰어넘어 대우증권을 품은 미래에셋과, 절치부심 끝에 현대증권을 품은 KB금융의 사례는 나와 상대를 철두철미하게 분석하는 냉철함의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또 적기적시에 온 힘을 다하는 과감함도 필요하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화학적 결합을 이뤄낸 두 회사의 지금 모습은 그 자체가 실적이다. 

박종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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