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코나EV와 갤노트7 '닮은 꼴' 화재사고...현대차가 삼성전자에 배워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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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코나EV와 갤노트7 '닮은 꼴' 화재사고...현대차가 삼성전자에 배워야 할 것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0.10.13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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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가 원인으로 지목...자발적인 리콜 실시, 조단위 손실, 소비자 집단소송 움직임 등도 공통점
삼성전자 갤노트7 화재사고 계기로 각성...비상경영체제 가동, 품질관리 전담조직 만드는 등 안전성 높이는 기회로
현대차도 삼성전자 벤치마킹해야...공동선언문도 좋지만 보다 구체적인 생산공정 및 품질 시스템 혁신 나서야

코나EV 화재로 현대차가 곤혹을 치르고 있다. 

코나EV는 작년 7월 캐나다에서 주차 중이던 차에서 불이 났고, 같은 해 9월 오스트리아에서 주행 중 불이 나는 사고가 확인되는 등 해외에서만 그동안 총 4건의 불이 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에서는 지난 4일 대구 달성군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난 화재를 포함해 9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그리고 현대차는 7만7000대가 넘는 코나EV의 리콜을 최근 결정했다. 

이번 코나EV 화재는 여러모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발화사고를 연상케 한다. 2016년 8월 3일에 공개한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은 출시 이후 국내외에서 잇따라 화재사고가 발생하면서 삼성전자 주가를 폭락시키고, 전세계인의 기대감을 실망감으로 바꿔버렸다.  

(좌)갤노트7 화재, (우)코나EV 화재 사진
(좌)갤노트7 화재, (우)코나EV 화재 사진

갤노트7과 코나EV 화재사고는 공통점이 꽤 많다. 

일단 두 사건 모두 배터리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다. 삼성전자는 2016년 9월2일 갤노트7 화재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배터리 공급사 중 한 곳이 무게를 줄이고 배터리 용량을 늘리려고 분리막을 얇게 설계한 탓에 내구성이 버티지 못하고 발화됐다고 밝혔다. 2017년 1월 갤노트7 발화원인 최종발표시에도 배터리 자체 결함을 지목했다. 

코나EV 화재사고의 경우에도 배터리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토부는 차량 충전 완료 후 코나 전기차에서 고전압 배터리의 셀 제조 불량으로 인한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물론 코나EV에 배터리를 공급한 LG화학은 배터리 문제로 결론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배터리 자체의 문제인지, 제조상, 결합상의 문제인지 결론이 나봐야 하지만 화재에 배터리가 연관돼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또 두 화재사고 모두 자발적 리콜을 실시했다. 현대차는 2017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제작된 코나EV 7만7000대를 리콜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삼성전자도 2016년 9월 제품 하자를 인정하고 갤럭시 노트 7에 대한 대대적 리콜을 시행하고, 제품의 구입 시기에 관계 없이 전부 신제품으로 교환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현대차와 삼성전자 모두 리콜을 실시하면서 발화사고의 구체적 원인을 LG화학, 삼성SDI 등 배터리 제조사로 돌리지 않은 점 역시 비슷하다. 

리콜 대책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닮았다. 삼성전자는 갤노트7에 대한 기기변경을 약속했지만 이미 출시되고 몇달이 지난 모델인 갤럭시 S7, 갤럭시 S7엣지를 출고가를 기준으로 50%할부로 구매해야 하며 갤럭시 S8 시리즈, 갤럭시 노트8은 제값을 그대로 내고 구매해야 했다. 게다가 이 조건은 기기반납 조건이라는 점에서 소비자를 '호갱'으로 아느냐는 불만이 쇄도했다. 갤럭시클럽과 완전히 동일한 제도를 보상안으로 들고나왔다는 비판도 나왔다.

현대차의 리콜도 소비자 불만이 극에 달해 있는 양상이다. 현대차는 이번 리콜에서 배터리관리시스템의 진단 기능을 강화하고, 배터리 교체는 별도의 이상 징후가 있는 경우에만 진행하기로 했다. 코나EV 소비자들은 현대차의 리콜 조치가 배터리관리시스템(BMS)를 업데이트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점에 분노하고 있다. 현대차가 BMS 업데이트로 배터리 최대 충전량을 제한해 화재 발생 가능성을 낮추려는 꼼수가 보인다는 것이다. 

사태 수습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 역시 두 사건의 공통점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 10월 갤럭시노트7 리콜(회수)과 단종 조치와 관련, 집단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다. 현대차도 집단소송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현대차의 리콜에 응하지 않고 집단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인원만 1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집단소송은 결과를 봐야 한다. 국내에서 갤럭시 노트7 소비자들이 당시 배터리 발화 및 리콜 사태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위자료를 청구했는데 올해 5월 대법원이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휴대폰 자체의 결함은 인정되나 회사 측의 리콜 절차에는 하자가 인정되지 않으며, 리콜 조치 전까지 막연한 불안감 등 소비자들의 정신적 손해는 배상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조 단위 손실이 예상된다는 점도 비슷하다. 둘 다 조 단위이긴 하되 피해규모는 삼성전자가 '넘사벽'이다. 삼성전자는 갤노트7 리콜로 기회손실 비용까지 합쳐 7조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는 약 1조원의 손실이 거론되는데, 배터리 교환 수가 많아지면 손실도 더 커질 우려가 있다. 

차이점도 없진 않다. 우선 삼성전자와 달리 현대차의 리콜 대응이 늦었다. 삼성전자는 8월 제품을 출시한 지 한달 정도가 지난 9월 2일 전국민에게 사과하고 리콜을 약속한다. 반면 현대차는 코나EV 화재가 발생한지 1년이 넘도록 "당국의 조사결과가 나오면 조치하겠다"고 뭉게다가 최근에서야 리콜을 결정했다. 현대차가 지난해 7월 이미 배터리셀로 인한 코나 일렉트릭 화재 가능성을 인지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현대차가 구상권 청구와 관련해 삼성전자와 같은 선택을 할지도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삼성SDI와 중국 ATL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었지만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았다. 배터리 하자가 입증될 경우 현대차는 배터리 공급사인 LG화학에 리콜 비용 일부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데 어떤 선택을 할지 이목이 모인다. 

현대차, 코나EV 화재사고를 품질혁신의 일대 계기로 삼아야

현대차는 코나EV 뿐만 아니라 품질문제로 소비자들의 질타를 받아왔다. 코나EV 화재 사고 외에도 GV80 3.0 디젤모델 진동 문제, 팰리세이드 전복 사고, G80 2.5 가솔린 터보 소음 문제, 도장 불량, 단차, 대시보드 조립불량, 헤드램프 박리 등 잇따른 결함 민원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의 올해 자동차 리콜대수는 9월까지만 집계됐는데도 80만대를 넘어섰다. 10월 코나EV 리콜까지 합쳐지고 나면 올해 리콜대수가 100만대를 넘길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최근에는 생산차량 카풀, 현장직 조기퇴근 등의 업무 기강 해이 사건까지 도마 위에 오르며 소비자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공통점이 많은 두 사건에서 현대차가 삼성전자를 배워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삼성전자가 '위기'를 품질혁신의 '기회'로 삼은 점이다. 삼성전자는 갤노트7 화재사고로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았지만 현재 그 때의 기억은 기억으로만 남았을 뿐 화재사고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갤노트7 화재사고 이후 삼성전자 스마트폰에서 화재가 난 일은 보고된 바가 없다. 

삼성전자는 갤노트7 화재사고를 계기로 '각성'한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발화사고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설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혁신도 좋지만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대 계기가 된 것이다. 배터리 용량을 무리하게 늘리지 않는 방향으로 기기를 설계하고 새로운 고속 충전 기술도 상당히 보수적으로 도입하는 등 배터리 발화와 관련될 수 있는 모든 요인을 제한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에서 발화사고가 보고된 직후부터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원인 파악과 사후 대처에 힘썼다. 단종이 결정된 뒤에도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끔 근본적 변화를 모색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부품 수급과 생산 단계부터 안전성 검증절차를 강화하고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품질관리 전담조직을 만들었다. 배터리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8단계 검사를 도입했으며 지금까지 적용되고 있다. 

현대차는 이런 삼성전자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현대차 역시 이번 코나EV 사고를 품질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현대차 노사가 지난 9월 24일 품질혁신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품질협의체를 만든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품질혁신 공동선언문에는 ▲고객만족을 위한 완벽품질 목표 달성 노력 ▲‘고객이 곧 기업생존과 고용안정’이라는 공감대 속에 다양한 품질개선 활동 전개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경제 파급효과를 공동 인식하고 시장 수요와 연동한 완벽한 품질의 차량을 최대 생산 등의 내용이 담겼다. 생산공장별로 구성된 품질협의체는 2025년까지 2000억원 규모를 투자해 품질향상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각종 기강해이 직원들에게 감봉, 해고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코나EV가 터진 현 상황에서 이같은 조치들도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진정한 품질혁신을 위해서는 삼성전자처럼 생산공정 단계의 시스템 혁신이 필요하다. 그리고 훨씬 구체적인 품질혁신 청사진을 소비자들에게 약속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 공동선언문 자체의 문구들이 구체성을 갖지 못해 공허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까닭을 곱씹어야 할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 7월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내년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도약을 위한 원년이 될 것"이라며 "2025년에 전기차를 100만대 판매하고 시장점유율 10% 이상을 기록해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를 타는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내년이 현대차의 전기차 도약 원년이 되는 것이 아니다. 또 현대차가 전기차의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 역시 큰 관심거리가 아니다. 다만 소비자들의 요구는 안전을 믿고 탈 수 있는 차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코나EV 화재 사건을 계기로 이 소박한, 그러나 절실한 소비자의 요구에 대해 현대차는 답해야 한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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