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실적발표로 본 정유업계 1분기… 웃을 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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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 실적발표로 본 정유업계 1분기… 웃을 일 없다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04.29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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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정유 4사 적자 규모 사상 최악 예상
원유 수요 감소·유가 하락 등 악재 계속될 전망
사우디 OSP 하락 등 개선 요인 있어… 2분기 좀 나을 듯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육상 유전. [사진=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육상 유전. [사진=연합뉴스]

정유업계가 올해 1분기 실적 공포에 직면했다. 코로나19(COVID-19)로 원유 수요가 감소하면서 정제마진이 하락한 탓이 크다. 정유 4사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S-OIL)은 시장 예상보다 많은 적자를 내놓았다. 올해 1분기 정유 4사 적자 규모가 4조 원을 넘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1분기는 정유업계에 악몽 같은 시기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전까지 최악이라고 평가돼 온 2014년 4분기 적자 규모를 한참 뛰어넘을 예정이다. 지난 27일 에쓰오일이 발표한 손실이 이미 1조72억 원으로 예상보다 상황은 더 안 좋다. 2014년 4분기 정유 4사(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손실 합이 1조1500억 원 정도였다.

실적발표 전부터 에쓰오일의 영업손실은 예상돼 있었다. 그만큼 정유업계가 처한 상황이 좋지 않았다. 손실 규모는 생각보다 컸다. 시장 전망치와 에쓰오일이 자체 분석한 추정치가 4500~7000억 원 정도였다. 나머지 회사들도 예상한 규모보다 큰 적자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다는 의미다.

시장 관심은 정유업계 실적 악화가 2분기에도 계속될지에 쏠려있다. 상황은 여전히 나쁘다. 일단 원유 수요와 국제유가를 둘러싼 상황이 극도로 악화하고 있다. 극심한 수요 감소 상황에서 원유 공급은 계속되는 모양새다.

코로나19로 감소된 원유 수요가 일일 2000만~3000만 배럴로 추정되는 가운데 약속한 감산 규모는 하루 970만 배럴에 불과하다. 감산 타이밍도 늦었다. 지난달 6일 감산 합의 결렬이 뼈아팠다. 뒤늦게 합의를 이룬 산유국들의 간산 일정은 5월 1일~6월 30일로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그런 상황에 원유 수요 감소 요인도 아직 남아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난방용이 줄어 원유 수요가 더 감소할 수 있다”며 “엄청난 규모의 감산이 필요한 데 지금 국제정세를 보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국제유가는 바닥을 치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선물 만기일이 겹친 투자자들이 5월물 원유 인수보다 6월물로 갈아타는 롤오버를 택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마이너스 유가는 6월물 선물 만기일인 다음 달 19일 또 한 번 나타날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정유업계 실적이 이미 바닥을 쳐 2분기에는 일정 부분 반등이 있을 거라는 관측도 있다. 먼저 지켜볼 요인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공식판매가격(OSP) 하락이다. 사우디 OSP의 하락은 정유업계에는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작용한다. 이 수치가 이번 달 할인 폭보다 클 전망이라 정제마진이 회복되는 데 힘을 보탤 전망이다.

유가가 급격히 폭락하며 나타났던 재고평가손실도 2분기를 거치면 점차 만회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1분기 에쓰오일의 실적 하락은 유가 급락으로 인한 재고 손실이 7200억 원가량으로 상당히 높았다. 유가가 거의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이라 2분기가 되면 재고 손실로 인한 위험성은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원재료인 원유를 사 국내로 들여오는 데 보통 1~2개월의 시간이 걸리는 점을 반영한 래깅마진도 정상화할 수 있다.

이런 효과를 고려해도 정유업계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2분기 실적이 1분기 손실보다는 개선될 거라는 점에 기대감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OSP 개선 등 효과를 고려해도 정유 부문 실적은 손익분기점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본격적인 실적 개선은 하반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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