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KCGI, 한진칼 단기차입금 증액 중단 요구…조양호 회장측 감사위 도입 목적?
상태바
행동주의 펀드 KCGI, 한진칼 단기차입금 증액 중단 요구…조양호 회장측 감사위 도입 목적?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8.12.15 20: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 위해 감사위원회 도입 차원이라면 형사상 배임 소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표방하는 사모펀드(PEF) KCGI가 한진칼에 단기차입금의 증액 관련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KCGI는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을 9% 확보한 한진칼 2대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다. 

한진칼이 뚜렷한 경영상의 이유 없이 단기차입금을 늘리고 있는 만큼 독립적인 감사의 선임을 저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

KCGI는 14일 자료를 통해 "한진칼이 뚜렷한 경영상의 이유 없이 단기차입금의 규모를 1650억원에서 3250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렸다"고 주장했다.

한진칼 본사

지난달 KCGI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의 주식 532만2666주를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주식 인수를 통해 한진칼에 대한 KCGI의 지분율은 9%가 됐으며 단숨에 2대 주주로 올랐다.

한진칼의 최대주주는 조양호 회장으로 17.8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8.9%이다.

KCGI는 "한진칼의 차입 목적이 ‘만기도래 차입금 상환 자금 조달 및 운영자금 확보’로 돼 있지만 실제 올해 중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액은 700억원에 불과하다"며 "기존 단기차입금 1650억원은 만기연장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므로 한진칼이 기존 단기차입금 총액을 두배 가까이 증액하기로 한 이사회 결의는 정상적인 경영 판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난 5일 한진칼은 금융기관으로부터 단기차입금 1600억원을 추가로 차입해 단기차입금 총액을 기존 1650억원에서 3250억원으로 증액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KCGI 측은 "내년에 만기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의 상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면 금융기관들로부터 신용한도만 받아도 충분하다"며 "작년이나 재작년에도 단기차입금 만기는 항상 돌아왔었는데 유독 올해만 단기차입금을 미리 조달해 총액을 증가시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KCGI는 "오히려 이번 단기차입금 증액 결정은 여러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바와 같이 올해 말 기준 한진칼의 자산총액을 인위적으로 2조원 이상으로 늘려 현행 감사제도를 감사위원회로 대체하고 최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되는 감사선임을 봉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또한 "감사는 경영권과 관련 없이 회사의 경영활동을 감시하는 기능을 수행할 뿐인데 이런 감사의 선임조차 편법적인 수단으로 원천 봉쇄하고자 한다면 투명경영과 책임경영에 관한 한진칼의 의지에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KCGI는 "한진칼의 발행주식 총수의 1% 이상을 보유한 주주로서 그레이스홀딩스는 만약 이번 단기차입금 증액 결정이 독립적인 감사의 선임을 저지하고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감사위원회를 도입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형사상 배임의 소지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번 단기차입금 증액 관련 행위의 중지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자산이 2조원을 넘으면 감사 선임 대신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감사를 선임하면 최대주주만 의결권이 3%로 묶이는 데 비해 감사위원을 선임할 경우는 모든 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돼 조양호 회장 일가에 유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CGI는 "이번 서신에서 그레이스홀딩스는 이사회의 결정이 아직 집행되지 않았다면 차입금 중 700억원 이상을 연내에 차입하는 것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며 "만약 700억원 이상의 단기차입이 이미 실행되었다면 700억원 이상에 해당하는 차입행위의 취소 및 원상회복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한진칼 정상적 경영활동 반박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것 예상돼 차입금 증액"

하지만 한진칼 측은 차입금 조달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이라고 반박했다. 한진칼이 공시한 바와 같이 올해 12월 700억원, 내년 2월과 3월에 각각 400억원, 750억원의 만기 도래 차입에 대한 상환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진칼 측은 “과거와는 달리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 예상돼 차입금을 증액하게 된 것”이라며 “시장 환경 변화에 대비해 유동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회사와 주주 이익을 위해 중요한 경영 활동”이라고 밝혔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