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검사 실시" 재차 농협금융에 메스 대는 금감원...농협중앙회 지배력 약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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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검사 실시" 재차 농협금융에 메스 대는 금감원...농협중앙회 지배력 약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 강기훈 기자
  • 승인 2024.04.24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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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내달 농협금융 정기검사 실시
수사인력 보강하고 조사기간 늘려
"기형적인 지배구조가 금융범죄 유발"
농협법 개정해 농협중앙회 지분 내놓는 게 해결방안"
NH 농협금융지주
NH 농협금융지주

 

금융감독원이 5월 중순쯤 NH농협금융지주와 NH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실시한다. 지난 3월 실시한 수시 검사를 통해 농협금융의 지배구조와 그에 파생되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가 실질적으로 농협금융을 지배하는 만큼, 이번 기회로 지배구조가 개선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3월 실시한 수시검사에서 지배구조와 배임 사고 면에서 심각하게 보이는 부분이 있어 새로운 형태의 검사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2일 금감원은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을 대상으로 내달 중순 정기검사를 진행하기 위해 사전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검사 진행은 은행검사2국이 맡았다. 

앞서 지난 3월 7일 금감원은 농협금융과 농협은행, NH투자증권을 대상으로 3주 간 수시검사를 실시한 바 있다. 당국은 최근 농협은행에서 벌어진 100억원대 배임사고와 농협금융의 지배구조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큰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수시검사의 경우 보통 5명의 검사 인력이 2~3주 정도 검사를 진행한다. 그러나 5월 실시하는 정기검사는 검사 인력만 30~35명에 달한다. 기간 역시 최소 6주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은 2012년 농협중앙회로부터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분리돼 탄생했다. 그러나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어 모기업 차원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금까지 농협금융 내에 벌어진 금융사고들이 이러한 기형적인 지배구조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예를들어 다른 금융지주들이 재무나 회계에 능통한 은행장들을 비상임이사직에 기용하는 것과 달리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의 현직 조합장을 이 자리에 앉히는 것이 관례다. 즉 측근 인사를 기용해 농협금융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실제로 농협금융은 지난 3월 29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박흥식 광주 비아농협조합장을 선임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최근에는 박흥식 비상임이사가 농협금융 내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즉 인사권마저 농협중앙회가 사실상 거머쥐고 있는 셈이다.

이뿐만 아니라 농협중앙회 직원들이 단기 인사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농협금융 계열사 곳곳에 포진한 상황이다. 금감원은 위아래로 금융통이 아닌 사람들이 농협금융 내 요직에 있기 때문에 타 금융지주보다 구조적으로 횡령 등 금융사고가 빈번히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사진=금융감독원]

 

이에 금감원은 이번 정기검사를 계기로 다른 금융지주에 준하는 인사 기준을 마련하도록 농협금융을 압박할 방침이다. 또 궁극적으로 농협중앙회의 영향력을 약화시켜 당국이 제시한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관철시킬 계획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금감원 차원에서의 검사만으로는 궁극적인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협금융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농협중앙회가 금감원이 아닌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이기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농협중앙회를 검사할 수 없는 만큼 농협금융을 통해 우회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농협중앙회의 입김을 완전히 빼기 위해서는 농협금융의 지분을 민간에 개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농협법을 개정해야 하기에 금감원이 아닌 국회 몫으로 남아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비상임이사직에 금융통을 앉히게 압박하거나 금융범죄를 조사하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기형적인 지배구조는 정치권이 중지를 모아 법을 개정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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