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과학기술 분야 주요 사업비 평균 25% 삭감...국책연구원들 "이 정도면 연구하지 말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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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과학기술 분야 주요 사업비 평균 25% 삭감...국책연구원들 "이 정도면 연구하지 말라는 뜻"
  • 최지훈 기자
  • 승인 2023.09.0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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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경 교수, 연구개발 효율성 증대와 예산 삭감사이 상관관계없어
-김대종 교수, 상용화되는 기술의 학문적 보루마저 없어질까 우려돼
[사진=최지훈 기자]
[사진=최지훈 기자]

정부가 내년도 과학기술 분야 국책연구원 주요 사업비를 1조1848억원에서 8859억원으로 삭감했다. 국책연구원 연구원들은 이 정도 삭감이면 연구를 아예 하지 말라는 뜻 아니냐고 토로했다.

1일 대덕연구단지에서 근무하는 A연구원은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25개 국책 연구기관 중 삭감률이 높을 경우 많게는 1년 기준 20개 이상의 연구를 못하게 되는 것"이라며 "정부발 외주 국책 연구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과학기술분야에 있어 이 정도의 예산을 감축한다는 것은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를 내년에는 하지 말라는 뜻과 같다"고 했다.

녹색경제신문이 해당 연구원을 통해 확인한 결과 삭감률이 가장 높은 연구원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으로 삭감률이 28.60%로 집계됐다. 

반면, 정부에서 밀고 있는 녹색기술과 원자력 분야는 타 연구원들이 20%대 삭감을 당하는 동안 10%대 삭감률에 그쳤다.

학계에서는 정부의 입맛에 따라 국책 연구원의 연구개발 예산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축적의 시간이 필요한 기초과학부터 선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전자통신, 철도기술 등의 연구가 뒤쳐지고 있다며 이는 국가 경쟁력 악화로 이어져 실업률, 인플레이션, 경상수지, 환율 방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과 예산을 삭감하는 것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예산을 삭감하는 행위는 우수 인력 유치, 긴 시간을 두고 해야 하는 중요 과학기술 연구를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와 함께 그는 "예산의 삭감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거나 변동성이 심해지면 연구기관들이 단기에 성과가 나는 사업에만 집중할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이렇게 국책 연구가 가능한 범위가 협소해지면 자연스럽게 민간기업의 연구개발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 연구개발비는 단기 비용성 지출로 1년마다 개별 기업에게는 지출 비율이 높아지는 것이므로 유동성 측면에서 하방 압력을 쉽게 받을 수 있다.

조선사 중 1등을 차지하고 있는 HD한국조선해양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친환경 선박 비중은 2021년 59%에서 23년 상반기 79%로 20% 증가했다. 고객들의 친환경 니즈 충족과 국제해사기구의 규제를 만족하기 위한 결과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LNG선을 브릿지로 해서 정유, 조선, 철강, 해운 4개 산업 군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어 정부의 도움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중공업의 특성상 노하우를 오랜기간에 걸쳐 축적해야 하고 규모의 경제가 붕괴되면 즉각 미시적 실물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의 경우 연구개발 비율은 0.9%로 3년간 동일하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듯, 정부 보조금이 대폭 삭감되자 회사의 자체 연구개발비용도 대폭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개발비 삭감 후 정부가 민간기업에 대한 연구개발 정부 보조금도 삭감할 경우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 향상은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국이 그동안 GDP 대비 연구개발 비율이 세계 1등이었는데 이번 삭감으로 걱정이 많다"며 "삭감의 여파는 대학까지 그 여파가 미쳐 상용화되는 기술의 학문적 보루마저 없어질까 심히 우려된다"고 했다.

최지훈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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