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지주·대신증권, 부동산 자회사 막 발 뗐는데…수익 불확실성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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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지주·대신증권, 부동산 자회사 막 발 뗐는데…수익 불확실성 높아져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3.06.02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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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저하…시공사 잇단 부도
책임준공형 신탁 흔들…“위험 총량 커”
두 회사 건전성 지표는 아직 튼튼
[출처=각 사]
[출처=각 사]

이제 막 수익을 내기 시작한 한국투자부동산신탁, 대신자산신탁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에 신규 물량이 줄어드는 등 업계 전망이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지난 2021년 출범 3년 만에 순이익 흑자 전환한 바 있다.

최근들어 시공 능력 100위권 내 시공사가 부도를 맞는 등 그간 주력해온 책임준공형 사업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향후 실적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등 14개 부동산신탁사의 별도 기준 1분기 영업이익은 총 235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0.06% 내려간 규모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7.61% 하락한 1967억원을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영향이 크다. 저조한 분양률, 높은 이자부담 등에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이 중단되고, 자금난을 겪는 중소형 시공사가 부도하는 사태가 줄 잇고 있다.

토지 신탁사업은 크게 차입형과 책임준공형 신탁으로 나뉜다. 전자는 신탁사가 개발자금을 직접 차입 조달하는 방식으로 사업에 참여한다. 단순 관리형 신탁과 비교해 유동성, 대손비용 등의 리스크 부담이 더 큰 편이다. 

책임준공형 신탁은 시공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준공 기간 내 이행하지 못하면 신탁사가 책임을 지는 구조다. 시공사가 부도할 경우 신탁사는 대체 시공사를 찾거나,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1분기 기준 두 회사의 토지신탁 수탁고는 90% 가까이 책준형 신탁에 몰려있다. 두 회사의 관리형 신탁 비중은 전체 중 각 89.1%, 97.9%를 차지한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최근에는 책임준공형 신탁의 위험 총량이 차입형을 뛰어넘는다는 분석이 힘을 받는다. 낮은 자기자본으로 수주 물량을 늘릴 수 있는 구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 여윤기 수석애널리스트는 “위기 상황에서의 위험은 (차입형보다) 책준형 상품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자기자본 대비 노출된 사업규모가 크고,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존재하며, 해당 상품에 대한 위험사례 및 위험수준에 대한 경험이 충분히 쌓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신자산신탁이 수탁을 맡은 강원도 속초 엘크루 라테라. [출처=대우조선해양건설]

현재 두 회사가 맞닥뜨린 가장 큰 위험은 시공사 부실이다. 지난 2월 시공능력 83위 중견 시공사 대우조선해양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자금난에 부도를 맞는 시공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자산신탁은 책준형 수탁을 맡은 대우조선해양건설 속초 사업장에 밀린 공사대금 200억원을 대납했다. 지난달 한국투자신탁은 책준형 계약을 맺은 시공능력 109위 대창기업의 부도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대체 시공사를 찾는다고 해도 비용부담 문제가 남는다. 통상 부도가 발생한 사업장 공사비는 기존 대비 20~30% 증액되기 때문이다. 신탁사 고유자금의 유출이 불가피한 지점이다.

두 회사는 기존 신탁사들과 달리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큰 폭 뛰었다. 한국투자부동산신탁, 대신토지신탁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 68.4%(26억원), 25.9%(14억원) 증가한 64억원, 68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신규 개발물량이 줄고, 잇단 시공사 부도에 따른 비용부담이 늘어나는 등 전망은 어둡다. 지난달 한국신용평가는 매출 2위 한국토지신탁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수익성과 건전성 지표가 모두 저하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타 신탁사와 달리 두 회사의 건전성은 견조한 편이다. 1분기 기준 두 회사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각 1762%, 1326%로 금융당국 규제치 150%를 10배 가까이 웃돈다.

자산건전성 측면에선 지난해 말 기준 각사의 고정이하자산비율은 0.77%, 1.3%로 전체 14개 신탁사 중 가장 낮다. 동기간 전체 신탁사 비율 평균은 28%다.

대신과 비교해 차입형 신탁 수주를 늘린 한국투자신탁의 신탁계정대 부담은 더 큰 편이다. 회사의 신탁계정대는 1분기 825억원으로 대신자산신탁(160억원)을 4배가량 웃돈다.

최근 두 회사가 차입한도를 늘리는 등 자금조달 통로를 확대한 점은 긍정적 요인이다. 대신자산신탁은 지난 3월 단기차입금 200억원을 신규 설정했다. 한국투자부신탁은 지주사로부터 지급보증 한도 규모를 2조4000억원으로 확증 받았다.

물론 안심하긴 이르다. 타사 대비 업력이 짧은 만큼 부실 사업장이 시간을 두고 수면 위로 드러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금융지주, 대신증권의 자회사 출자 부담이 높아지면서 추가적인 지원을 확신하는 데 어려움도 존재한다.

한국신용평가 위지원 금융평가본부 금융1실장은 “영업 확대 과정에서 재무안정성은 현 수준 대비 저하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급격한 재무안정성 저하가 나타날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이라며 “적절한 위험 통제가 결여된 외형성장 중심의 토지신탁 수주 증가가 나타나는 경우 재무안정성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주사업장 성과 및 위험관리 수준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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