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헌신' 허창수, 쓸쓸한 '전경련 회장' 퇴장···"한국 경제 발전의 선봉장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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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헌신' 허창수, 쓸쓸한 '전경련 회장' 퇴장···"한국 경제 발전의 선봉장 역할"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3.02.26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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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전경련 회장직 임기 마감...이임식 없이 조용한 마무리
...2011년 취임해 6회 연임 12년간...리더로서 책임감 높은 평가
- '국정농단 사태' 연루돼 전경련 위기...잇단 '패싱'에 한계 여전
- 허창수, '재계의 신사' '키다리 아저씨' 등 재계 원로 역할 기대

허창수 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의 임기가 무려 12년만에 마무리됐다. 하지만 허창수 회장은 별도의 이임식 없이 쓸쓸한 퇴장을 했다.

전 4대 그룹 관계자는 "허창수 회장은 전경련의 위상 회복을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국정농단 사태'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물러나 아쉬움을 클 것"이라며 "그러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리더로서 허창수 회장의 책임감, 헌신과 희생 정신은 귀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26일 전경련에 따르면 지난 23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김병준 미래발전위원장 겸 회장 권한대행 체제가 출범하면서 허창수 전 회장의 임기는 공식 종료됐다.

허창수 전 회장은 정기총회에 나타나지 않았다. 해외 일정을 소화 중이라 총회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허창수 전 회장은 2011년 2월24일, 전경련 창립 50주년의 해에 회장에 취임했다. 그러나 후임을 찾지못해 무려 6회 연임했다. 회장 임기가 2년이기 때문에 12년간 회장직을 이어간 셈이다. 전경련 사상 역대 최장수 회장이다.

허창수, 2011년 당시 취임사 “전경련이 앞장서 경제대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아이디어 내고 실천할 것”

전경련 회장 취임 당시 허창수 회장(가운데) 모습

당시 허창수 회장은 취임사에서 “자유시장경제 창달과 국민경제 발전이라는 전경련의 존립 가치를 실현하는 데 회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전경련이 앞장서 경제대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실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실제로 허창수 회장의 취임 이후 전경련은 경제계 대표단체로서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서 선봉장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허창수 전 회장은 전경련을 떠나면서도 별도의 소회 등도 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떠날 때는 말없이' 떠나는 '재계의 신사 품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허창수 전 회장은 지난 2019년 초 GS그룹 회장에서 사임할 때도 별도의 이임식 없이 조용히 물러났다.

허창수 전 회장은 신중함과 겸손, 화합으로 대표되는 GS가(家) 문화의 상징과 같은 존재다. 허씨 가문은 대대로 ‘신(愼)’을 중시하는데 증조부인 허준의 호 지신정(止愼亭)은 ‘멈추고 삼가다’란 뜻이다.

허창수 전 회장은 전경련을 이끄는 동안 부침이 컸다. 

허창수 전 회장은 기업가정신 온라인 박물관 등 ‘기업가 정신’ 계승에 앞장 섰다. 기업가정신 원정대를 비롯 정주영 회장 탄신 100주년 사진전, 대한민국 기업가 정신 전국확산 발대식 등을 창업세대의 개척정신을 재조명·확산시켰다. 

회장 취임 이후 12년 동안 전국에 총 79개 어린이집을 건립했다. 2016년에는 허창수 전 회장이 안산보듬이나눔이 어린이집을 방문해 일일교사로 활동했다.

허창수 회장이 안산보듬이나눔이 어린이집에서 일일교사 활동을 하는 모습

특히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국, 일본 등 주요국과의 민간 경제협력 강화에 큰 역할을 했다. 국가 재난이나 경제 위기 상황에선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며 위기극복에 힘을 보탰다.

그리고 2016년 전경련이 국정농단에 연루돼 위기에 빠졌지만 전경련 위상 회복에 최선을 다했다. 2017년과 2019년, 2021년 임기만료 시점에서 회장직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차기 회장 물색에 실패하고 비상체제를 이끌었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삼성·SK·현대자동차·LG 4대 그룹이 전경련을 탈퇴한 이후에는 혹독한 구조조정과 대국민 사과, 쇄신안 발표 등을 통해 신뢰회복에 매진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전경련은 모든 공식 행사와 일정에서 '패싱'을 당했다. 

허창수 전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재개된 2022년 한일재계회의 당시 한국을 방문한 일본 경제사절단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을 면담했다. 

하지만 올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당시 경제사절단에서 전경련이 '패싱' 당하면서 허창수 전 회장은 사임 결단을 내리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전경련의 위상 회복 과업은 '윤심' 김병준 직무대행에게 넘어갔다. 김병준 직무대행은 지난 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후보 캠프의 상임선대위원장에 이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특별위원장을 맡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전경련이 윤석열 정부와의 통로로 활용해 다시금 재벌·대기업의 정경유착 고리를 복원하고 이어가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허창수 전 회장은 전경련을 떠난 이후에도 재계 원로로서 한국 경제발전과 위기극복에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 겸 GS건설 회장

허창수 전 회장은 GS그룹 명예회장과 GS건설 회장을 맡고 있다. 올해 3월 열리는 GS건설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재선임될 예정이다. 남촌재단 이사장도 맡고 있다. 남촌은 부친인 고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의 호다.

재계에선 '따뜻한 미소를 가진 키다리 아저씨' '허례허식을 배격한 재계의 신사' 등으로 불리는 허창수 전 회장이 전경련을 떠났지만 그가 보여준 책임감과 헌신은 평가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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