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 ‘무료 서비스 보상’ 선례 남긴 카카오, IT업계 ‘책임경영’ 본보기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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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 ‘무료 서비스 보상’ 선례 남긴 카카오, IT업계 ‘책임경영’ 본보기 될까?
  • 고명훈 기자
  • 승인 2023.01.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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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1015 먹통 사태’ 관련 5577억원 규모 보상...“전 세계 무료 서비스 보상 첫 사례”
-사태 원인, 대책 담은 ‘다짐 보고서’ 공지...“부끄럽지만, 무거운 책임감 느끼고 용기 내”

기업의 DNA는 성장이다. 생존과 증식, 성장을 향한 기업 DNA의 투쟁은 오늘의 문명과 과학, 기술, 높은 삶의 질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기업 DNA가 지나치게 치열해 더러는 반사회적, 반인류적이어서 성장에 걸림돌이 되거나 인류를 위기에 빠트리는 자가당착에 빠지기도 했다. 이에 기업들은 무한성장 DNA에 신뢰와 책임의 강화를 모색한다. 그것은 환경적 건전성(Environment)과 사회적 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바탕으로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경영과 기업이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한국경제를 이끌어 가는 기업들이 어떻게 ‘ESG’를 준비하고, 무슨 고민을 하는지 시리즈로 심층 연재한다. <편집자 주(註)>

카카오 먹통 사태 관련 남궁훈·홍은택 당시 카카오 각자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사과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카카오 먹통 사태 관련 남궁훈·홍은택 당시 카카오 각자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사과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누구나 꿈을 펼치고 다 같이 먹고 살 수 있는,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는 ‘국민 메신저’가 된 카카오톡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랬던 카카오톡이 지난해 10월 개설 이래 최장 시간의 서비스 장애를 일으켰다. 카카오톡 메시지 기능이 복구된 시간은 약 10시간, 카카오 전체 서비스가 정상화되기까지는 공식적으로 127시간 30분에 달한다.

평소 ‘약속과 책임’ 경영을 강조한 카카오로서는 대대적인 피해 보상 대책이 불가피했다. 특히, 전 세계에서도 아직 사례를 찾아볼 수 없던 무료 서비스 보상이라는 점에서 업계 이목이 집중됐다.

마침내 카카오는 이번 ‘먹통’ 사태와 관련해, 총 5577억원에 달하는 무료 서비스 보상안을 발표했다. 2021년 기준 회사의 연간 영업이익(5969억원)에 맞먹는 수준이다. 카카오의 이번 보상 선례가 향후 글로벌 IT업계에서 외치는 책임경영의 본보기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카카오 판교 아지트 내부. [사진=고명훈 기자]
카카오 판교 아지트 내부. [사진=고명훈 기자]

◇ 이모티콘 3종 지급, 사실상 4800만명 이용자 전체 보상

카카오는 이번 서비스 장애 사태의 피해 보상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예고했던 대로 각 소상공인 및 소비자를 대표하는 위원들과 공정거래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1015 피해지원 협의체’를 만들었다.

카카오에 따르면 협의체는 사태 발생 이후 총 19일간에 걸쳐 접수된 서비스 장애 피해 사례를 종합·분석해 이를 기반으로 보상안을 결정했다. 회의는 지난 11월부터 12월까지 10여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협의체는 카카오톡 등 무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내 일반 이용자와 서비스 장애로 영업에 피해를 본 사업파트너를 구분해 보상을 시행했다.

관건은 무료 서비스에 대한 보상을 어떻게 할 지었다. 국내뿐만 아니라 페이스북·구글 등 세계 어디 디지털 플랫폼업계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러한 사례는 없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무료 서비스 장애로부터 금전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총 1만 3200건에 대한 보상안으로 ‘이모티콘’을 선택했다. 전 이용자를 대상으로 2000원에 달하는 90일 이용 이모티콘 2종과 2500원 상당의 영구 이용 이모티콘 1종, 총 3종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지원했다.

사실상 4800만명가량으로 알려진 카카오톡 이용자 전원을 대상으로 시행한 보상안이다. 여기에만 3100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집계됐다.

카카오가 '1015 피해지원 협의체'에서 수립한 SK C&C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서비스 장애 피해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카카오]
카카오가 '1015 피해지원 협의체'에서 수립한 SK C&C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서비스 장애 피해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카카오]

◇ 상생 커머스 및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권도 지급...프로모션·선착순 보상 지적도?

협의체가 합의한 사항과 별개로, 카카오는 자사의 임팩트 커머스 ‘카카오메이커스’에서 이용할 수 있는 쿠폰 2종(2000원권, 3000원권)과 클라우드 서비스 ‘톡서랍 플러스’ 1개월 이용권을 추가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메이커스는 카카오가 중소사업자 및 농수산물 생산자들이 소비자들과 쉽게 연결할 수 있도록 상생방안 차원에서 만든 커머스 플랫폼이다. 카카오는 이를 자사의 대표 사회공헌 플랫폼으로 내세워, 국내 농축수산물 판로를 열어주는 ‘제가버치’ 등 다양한 상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톡서랍 플러스 1개월 이용과 관련해서는 논란이 많다.

해당 보상안은 선착순 300만명을 대상으로 제공될뿐더러, 특히 한번 이용권 등록 시 1개월 무료 이용 기간이 끝나면 그 다음달부터는 자동결제를 통해 갱신되는 시스템이다.

이를 두고 소비자들은 “피해 보상을 선착순으로 지급하냐”, “프로모션 보상이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회사에서 소비자들에게 잘못을 사과하며 지급하는 보상안인 만큼, 이에 대해서는 정기 결제 시스템을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에 대해 카카오측은 해당 상품이 결제 시스템을 등록해야 하는 정기구독 서비스에 해당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신 이용권 등록 시 추후 자동결제가 되지 않도록 예약해두는 옵션이 따로 있으며, 결제 7일 전 미리 해지할 수 있도록 안내 메시지도 발송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의 다짐 보고서. [사진=카카오 홈페이지 캡처]
카카오의 다짐 보고서. [사진=카카오 홈페이지 캡처]

◇ 먹통 사태 원인, 대책 담은 ‘다짐 보고서’ 공지...“부끄럽지만, 무거운 책임감 느끼고 용기 내”

이와 함께 카카오는 이번 먹통 사태에 대한 원인과 앞으로의 대책 등을 상세하게 담은 ‘다짐 보고서’를 발간하고,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에서부터 시작해 사고 당시 상황을 짚었으며, 사고 이후 장시간 시스템을 복구하지 못한 원인 등 카카오의 미흡했던 점을 풀어 썼다.

이번 사태 이후 세운 4가지 재발 방지 대책도 공개했다. 인프라 전문 조직과 내부 위기 대응 매뉴얼 구축부터 자체 데이터센터의 보완 계획, 지난 5년 대비 모든 인프라 영역에 대한 투자를 3배 이상 늘리겠다는 방침까지 함께 전달했다.

다짐 보고서에서 카카오는 “서비스 장애 당시 카카오의 부족했던 점들을 모두 꺼내 공개한다는 것은 굉장히 부끄러우면서도 어려운 결정”이라며,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당사가 다시 한번 뼈아프게 깨달은 건, 카카오가 전 국민의 일상을 지키고 있다는 무거운 책임감이었다. 다시는 모두의 대화가 멈추는 일이 없도록 단단한 소통 플랫폼이 되겠다”라고 밝혔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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