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혁신이냐 불공정 경쟁이냐…금산분리, 골목상권 갈등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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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혁신이냐 불공정 경쟁이냐…금산분리, 골목상권 갈등 불가피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2.08.30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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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 금산분리 추진…비금융업 진입문턱 낮춰
불공정 경쟁 우려 나와…KB리브엠·중소업계 갈등
금융사 '종합 플랫폼화' 추진에 문어발 경영 우려
김주현 금융위원장. [출처=금융위원회]
김주현 금융위원장. [출처=금융위원회]

“배달앱과, 휴대폰 판매 허용이 금융산업의 미래인가?”

금융당국이 은행의 비금융업 진출 문턱을 낮추며 은행과 골목상권 간의 갈등이 불가피해질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은행에서 추진하는 비금융권 사업이 기존 사업영역을 침범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서 2020년 혁신금융서비스로 출범한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는 현재까지도 중소 통신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또 금융당국이 은행의 종합 플랫폼화를 추진한다고 밝히며 ‘문어발 경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당국이 제시한 모델은 싱가포르개발은행(DBS)으로 금융서비스 외 부동산 중개, 중고차 렌탈 등의 서비스를 중개 판매한다. 해당 모델을 따라갈 경우 과거 카카오와 같이 중개 수수료 산정과정 등에서 ‘플랫폼 갑질’ 문제를 반복할 우려도 존재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알뜰폰, 배달앱 이후 또 다른 비금융권 사업에 진출하게 되겠지만 은행은 본질적으로 규제산업이다. IT업체가 하는 문어발식 경영을 따라할 수 없다”며 “(더 지켜봐야겠지만) 금산분리는 단지 은행에서 못하는 사업에 대한 형평성을 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녹색경제신문>에 전했다.


“배달앱과 휴대폰 판매가 금융업의 미래?”…금산분리, 골목상권 갈등 불가피


[출처=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은행의 비금융업 진출 문턱을 낮춘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금융규제혁신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총 36개 추진과제 중 1, 2번 과제는 ‘자회사 투자 제한 완화’, ‘금융회사의 부수업무 규제 완화’다. 모두 은행의 비금융업 진출을 위한 규제완화를 목적으로 한다.

현재 국내은행은 은행법에 따라 비금융 회사지분을 최대 15%까지 보유할 수 있다. 자회사 진출을 통한 사업진출이 불가능한 구조다. 또 부수업무 규제로 인해 본연의 금융업무 외 비금융 사업진출은 규제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 인가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비금융업에 진출한 시중은행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두 곳이다. KB국민은행은 알뜰폰 사업 ‘KB리브엠’, 신한은행은 배달앱 ‘땡겨요’를 론칭해 운영하고 있다. 향후 금산분리 규제 완화 시 두 은행은 해당 사업부문을 자회사로 독립시켜 사업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출처=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B국민은행 노동조합]

다만 이렇게 비금융 산업에 진출하며 기존 사업자와의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갈등은 가시화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지난 2020년 국내 1호 혁신금융서비스로 내놓은 알뜰폰 브랜드 KB리브엠은 극심한 업계반발을 마주하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KB리브엠 사업은) 금융대기업이 서민 대출이자 수익을 통신시장에 전이해 통신산업의 시장질서를 왜곡하는 것"이라며 "중소업체 죽이기의 결과는 소수 대기업들만의 독과점 시장 형성을 앞당길 것이기 때문에 이는 결국 전체 이용자 후생을 저해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진출한 사업이 ‘혁신성’을 가졌는지에 대한 의문도 크다. 알뜰폰이나 배달앱은 실상 “누구나 진출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비판이다. 이러한 혁신성 부재가 결국 기존 사업영역 침범과 갈등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지난달 경제시민단체 6곳과 함께 낸 성명에서 “과연 규제 특례로 만들어진 시중은행의 부수업무가 무슨 금융 혁신인가. 음식 배달과 휴대폰 판매 허용이 금융산업의 미래인가”라고 물으며 “오로지 금융회사가 고객 돈으로 온갖 장사를 할 수 있는 난장을 깔아준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현재 은행권이 진출한 알뜰폰이나 배달서비스를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업으로 볼 수 있다”며 “다만 금융의 입장에선 혁신이다. 가장 많은 데이터를 손에 쥐고 있는 사업이 배달과 통신업이다. 이익보단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개발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 은행의 ‘종합 플랫폼화’ 추진…카카오 문어발 경영 반복하나


[출처=DBS]

23일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종합 플랫폼화’를 추진한다고 밝히며 이러한 금산분리 규제완화가 ‘카카오식 문어발 경영’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카카오는 최근 꽃 배달, 미용실 예약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며 문어발 경영이란 비판을 받았다. 7월 말 기준 소속 자회사는 134곳이다.

금융위는 이날 제2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은행이 카카오, 네이버와 같은 종합플랫폼 기업으로 발전할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은행은 자체 플랫폼을 통해 카드, 보험 등 금융서비스뿐만 아니라 중고차, 가전제품 렌탈 서비스 등의 비금융서비스 판매가 가능해진다.

이날 금융위원회가 모범 사례로 든 기업은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이다. DBS는 자체 플랫폼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홈앤리빙, 교육, 여행레저 등 총 8개 카테고리에서 가구판매,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관광패키지 등의 비금융 서비스를 중개 판매하고 있다. 

향후 국내은행도 시범기간을 거쳐 카카오나, DBS와 같은 문어발식 플랫폼 사업모델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초기 경쟁효과로 인해 이용자들의 수혜도 예측되나 점차 고객들이 플랫폼에 정착하며 과거 카카오가 불러일으켰던 ‘플랫폼 갑질’이나, 지역 소상공인 사업에 진출하는 ‘골목상권 침범’ 문제를 반복할 우려도 존재한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 [출처=카카오]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 대책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은 “(카카오는) 처음에는 낮은 단가, 무료 서비스로 업체와 이용자들을 모으면서 결국 시장 점유율을 독점하면 서비스를 유료화하고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며 “전형적인 시장 독점 행위”고 이를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우려를 의식했는지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플랫폼 비즈니스가 가져올 부작용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뒷받침되어야 소비자 편익이 극대화될 수 있다”며 “알고리즘 공정성 확보, 불완전판매 방지, 손해배상 보증금 예치,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 남용 방지 등 보완방안을 함께 마련한다”고 밝혔다. 

은행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만큼 ‘상생’이란 방향으로 플랫폼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신한은행이 진출한 배달앱 ‘땡겨요’는 배달 라이더를 위한 소액대출,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 당일 판매대금 정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생 배달앱'을 모토로 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은 본질적으로 규제산업이고 IT업체가 하는 문어발식 경영을 결코 따라할 수 없다. 금산분리는 단지 은행에서 못 해온 사업에 대해 형평성을 주겠다는 의도”라며 “은행들도 혁신부재라는 비판을 의식하고 업무협약(MOU)이나, 스타트업 육성 등을 통해 나름의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녹색경제신문>에 밝혔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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